2005년 3월호

‘편입 광풍’에 치솟는 ‘교대(敎大) 문턱’

경쟁률 43대 1, 학점 4.0 이상, 하루 14시간 공부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5-02-23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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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명 모집에 2729명 지원. 2005년 경인교대의 편입학 전형 현황이다. 정년 보장, 안정적 수입, 두 달도 넘는 방학…. 이래저래 교사는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초등교원은 중등교원에 비해 임용시험 경쟁률이 낮아 더 매력적이다. 덕분에 초등교원 양성기관인 교대 편입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편입 광풍’에 치솟는 ‘교대(敎大) 문턱’

    교대편입 선발 시험 원서 접수 마감날 지원자가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서울에서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2년간 일했습니다. 성실하게 근무해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더군요. 살벌한 승진경쟁, 경직된 조직생활, 언제 퇴사를 강요받을지 모르는 현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쓸 시간이 너무나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전문성과 안정성을 지닌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지난해 편입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대학생활 열심히 해서 열정적인 교사가 될 겁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교대 편입생의 글이다. 글 밑에는 ‘축하한다’ ‘부럽다’ ‘나도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얼마 전 마감한 2005학년도 교대 편입(3학년으로 편입)시험 경쟁률은 최근 몇 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경쟁률이 25.36:1로 2002년 15.34:1, 2003년 14.22:1, 2004년 12.49:1에 비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경인교대의 경우 무려 42.64:1이나 됐다. 올해 이화여대 초등교육학과 편입시험에도 5명 모집에 492명이 지원해 98.4:1이라는 초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영한국대학편입사 정남순 본부장은 “경기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안정적이고 전문직인 교사직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히 초등교원 임용시험은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교대 편입생 모집인원이 지난해 1374명에서 올해 595명으로 대폭 줄어든 것도 경쟁률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11개 교대의 편입생 모집인원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국립대 사대 졸업자 중 교원 미임용자 채용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른 ‘미발추(미발령교사 완전발령 추진위원회) 특별전형’ 인원이 올해 처음 배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편입생 모집자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1990년 헌법재판소가 교육공무원법 11조 1항(국·공립 사범대 졸업자를 교사로 우선 발령하는 것과 관련)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1990년 10월7일 이전에 국립 사범대를 졸업하고도 교사발령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교대 편입의 기회를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센터에 교대 편입 강좌 등장

    교대 편입시험을 보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취득자로 중등학교나 유치원 또는 특수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즉 사범대를 졸업했거나 일반 학과의 경우 교직을 이수해야 한다.

    교대 편입시험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학 학점과 영어, 논술, 면접시험 성적을 반영한다. 면접시험에서는 교직에 대한 적성, 인성 등을 테스트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별도로 교육학 시험과 예체능 시험을 보기도 한다. 편입 지원을 망설이는 이들은 대개 영어와 교육학, 예체능 시험을 어려워한다.

    2년 전 학원강사를 그만두고 올해 서울교대 편입시험을 치른 김지은(28)씨는 “지난해도 응시했다가 떨어져 올해 다시 도전했다. 지난해엔 대학 성적이 4.5점 만점에 4.16인 사람도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자들의 영어성적은 기본이 토익 900점이다. 올해는 경쟁률이 훨씬 높아졌다는데 또 떨어질까봐 걱정”이라며 불안해했다.

    지방교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춘천교대 편입시험 합격자의 대학 평균성적은 4.5점 만점에 4.06이다. 올해 춘천교대를 졸업한 김은혜(26)씨는 “편입 동기생 중엔 일반 대학에 과수석으로 입학했던 사람도 있다. 또 명문여대 박사학위 소지자가 시험에 떨어지기도 했다. 교대에 편입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편입과 달리 일반 정시모집의 경쟁률은 올해 다소 낮아졌다. 평균 경쟁률은 2.57:1. 서울교대 1.55:1, 경인교대 1.64:1, 공주교대 1.72:1 등이다. 지난해 경쟁률 3.91:1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능시험을 치러 교대에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울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정시모집 경쟁률이 낮아진 이유가 “지난 몇 년간 수능성적 상위권 지원자가 대거 교대를 지원하면서 커트라인이 높아져 허수지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교대 지난해 정시모집 합격자들의 수능성적 평균은 364.55점(400점 만점)이다. 경쟁률이 높던 2003년 363.64점에 비해 오히려 올라갔다.

    ‘편입 광풍’에 치솟는 ‘교대(敎大) 문턱’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교대’를 검색하면 3000개 가까운 카페가 쏟아진다. 카페 이름은 교대에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명문대를 졸업한 후 교사가 되기 위해 다시 수능시험을 치러 우리 학교에 지원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명문 S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올해 다시 수능시험에 도전한 박모(26)씨는 수능성적이 어느 대학이라도 갈 수 있을 만큼 최상위였지만 교대를 지원했다.

    수년째 식을 줄 모르고 달아오르는 ‘교대 열풍’에 맞춰 학원가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원임용고시 전문학원에서 교대 편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교육학과 논술 및 면접 강의를 개설하는가 하면, 교대 편입 관련 온라인 교육사이트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일부 대학입시 전문학원에서는 교대 지원자들만을 대상으로 ‘교대반’을 따로 편성할 정도.

    입시전문인 노량진 제일학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교대 전문반을 2개 편성할 예정인데, 예상 인원은 각각 60명 정도로 잡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지방교대에 입학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에너지의 60%만 입시에 쏟고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하면서 자기 계발에 힘쓰라’고 충고했는데, 요즘은 모든 교대의 커트라인이 치솟아 입시에만 전력 질주하라고 다그친다”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도 교대 편입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강좌를 개설했다.

    치열한 경쟁에도 사람들이 교대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교대 교무처의 이상훈씨는 “초등교원의 경우 임용시험 경쟁률이 중등교원 시험에 비해 매우 낮아 졸업과 동시에 거의 취업이 보장된다. 거기에다 교대 등록금이 일반 4년제 사립대학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90% 넘는 취업률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교대 열풍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므로 안정적이다 ▲2개월이 넘는 여름·겨울 방학이 있고 주5일제 수업을 앞두고 있어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공무원 연금제도가 잘 되어 있어 노후 걱정을 덜 수 있다 ▲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고용불안을 겪지 않는다 ▲중등교원과 달리 입시·진로상담 등의 잡무가 없고 퇴근시간이 5시 안팎으로 빠르다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이 커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모 대학 경영학과 4학년에 다니다 졸업을 미루고 휴학한 한 학생은 “취직이 여의치 않아 교대에 편입하고 싶지만, 교직이수를 하지 않아 시험 볼 자격조차 없다. 수능시험을 다시 봐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30세의 여성 직장인은 “교대 편입시험을 보고 싶은데 나이가 너무 많아 망설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보습학원에서 초등학교 전과목 강사로 일하던 김모(28)씨는 올해 교대 편입시험을 치렀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오전 11시에 출근해 저녁 8시까지 일했지만 보수는 고작해야 월 100만원이었다. 또한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신분 때문에 늘 불안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4년제 대학 취업률’ 조사 결과에서도 교대의 인기가 치솟는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졸업생 취업률 상위 20위 안에 교대 9개가 포함됐다. 경인교대 100%, 청주교대 95.6%, 전주·춘천교대 94.8%, 대구교대 94.6%, 광주교대 93.4%, 공주교대 93.2%, 진주교대 91.2%, 제주교대 90.3%다. 한편 서울교대는 70% 정도였는데, 이는 서울지역 임용시험 경쟁률이 다른 지역보다 치열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러니 교대는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은 ‘매력적인 목표물’일 수밖에 없다.

    ‘평생직장’의 희망이 사라진 만큼 직장인 사이에서도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교대에 편입한 30세 남성은 “외국 유학을 다녀온 후 국내에 있는 외국계 회사에 들어갔다. 본사가 있는 외국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불가능해 보였다. 또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차피 한계를 넘기 어려울 바에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교대에 지원했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의 검색창에 ‘교대’를 입력하면 무려 2943개의 카페가 뜬다. 카페 이름은 ‘우리 교대 가요’ ‘교대 가자’ ‘회사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 ‘편입사랑방’ 등 한결같이 교대에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한 카페에 들어가 게시판을 훑어보았더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대에 편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이 있었다. 바로 뒤에 “1977년생으로 2004년 광주교대 편입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려 했는데, 도저히 안 돼서 그만두고 독서실에 틀어박혀 하루 14시간씩 공부했어요. 휴대전화도 끊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했습니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교대 관련 카페에 자주 들른다는 이성은(27)씨는 “처음엔 자신이 없었지만 카페를 드나들면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성공담을 접하고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직과정을 이수하지 않아 교대 편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수능시험을 치러 교대에 도전할 계획이다.

    ‘편입 광풍’에 치솟는 ‘교대(敎大) 문턱’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학원에서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등 ‘교대로 가는 길’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의 열망은 시험장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교대 편입시험을 치른 김보영(28)씨는 “같이 시험을 본 사람 중에 임신한 주부가 있었다. 체육 실기시험도 봤는데, 옆구르기를 악착같이 했다. 저러다 유산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고 전한다.

    김영한국대학편입사 정남순 본부장은 “교대 편입을 하려는 사람들은 주로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직장인 또는 주부다. 특히 주부들의 교대 편입 열망이 뜨겁다. 맞벌이로 자녀양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직장인들도 사회생활을 겪은 후 공부를 다시 시작해선지 학구열이 엄청나다. 새벽 6시에 학원에 나와 밤 11∼12시까지 공부에 매달린다”고 귀띔했다.

    올해 편입시험을 치른 김지영(27)씨는 “학원 문은 새벽 6시 반에 여는데 자습실 자리를 잡으려면 4시 반부터 줄을 서야 했다. 식구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함께 수업을 들은 한 주부는 시험 준비기간에 남편이 집안일과 아이를 돌봤고 시어머니가 매달 학원비를 내줬다. 나중엔 보약까지 지어줬다”고 전했다.

    중등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중고교 교사가 아닌 초등학교 교사로 방향을 전환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교대 편입 경쟁률이 높아진 요인이다. 11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초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 보유자가 5000여명인 데 비해 사범대학과 일반대학의 교육학과 및 교직과정 이수 및 교육대학원을 통해 배출되는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 보유자는 연간 3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처럼 ‘공급’이 많으니 중등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등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전국 평균 6.15:1을 기록했다. 서울지역의 경쟁률은 19.5:1이었다. 반면 초등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2.28:1에 불과했다. 임용시험을 보지 않고 교사가 될 수 있는 사립학교의 경우 교사 1명을 모집하는 데 100명 넘게 몰리기도 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사범대의 중등교원 임용률은 2002년 30%, 2003년 31%, 2004년 27%로 저조하다.

    올 봄 초등교사 발령을 앞둔 김모(27)씨는 “원래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봤다가 떨어졌다. 1년 재수해서 다시 도전할까 고민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교대에 편입했다. 중등교원 임용시험의 경우 경쟁이 워낙 치열해 재수해서 붙을 자신도 없고 임용시험에 통과해도 대기발령자가 많은 상태라 미래가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사범대학 출신자가 출신학교와 같은 지역의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주던 제도에 대해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현재 지역가산점 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교대에까지 영향이 미칠 조짐이다. 2002년 서울시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지원한 두 명의 지방교대 출신자가 “서울교대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불합격했다”며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역가산점제도가 폐지되면 대도시 근무를 희망하는 교대 출신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서울 등 일부 대도시의 임용시험 경쟁률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위치한 교대의 경우 지역가산점 제도가 폐지되기 전에 편입하려는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넘쳐나는 ‘장수생’들

    일반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 뒤늦게 교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 교대 캠퍼스엔 ‘늦깎이 대학생’이 넘쳐난다. 이들은 교내에서 ‘장수생’으로 불린다. 지난해 서울교대 신입생 524명 중 만 23세 이상이 79명에 달했고, 올해 정시모집 지원자 923명 중 129명이 만 23세 이상이다. 서울교대 관계자는 “나이 많은 지원자 중에는 직장인뿐 아니라 임용시험에서 지역가산점을 못 받게 된 사범계열 졸업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춘천교대 정시모집에선 재수 이상을 한 지원자가 38.7%. 부산교대의 경우 지원자 945명 중 만 23세 이상 지원자가 376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지난해(15%)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광주교대의 경우 재학생 중 30세 이상 ‘고령 학생’이 52명이다. 편입시험 때 적용되던 나이제한(35세 이하)이 지난해부터 일부 지방대를 중심으로 폐지되면서 ‘늦깎이 대학생’ 증가에 한몫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대 편입에 성공한 늦깎이 대학생들은 열망하던 꿈은 이뤘지만 다시 시작한 대학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편입시험을 거쳐 올해 교대를 졸업한 이모(26)씨의 말.

    “나이가 많아서인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초등교과 과정 전 과목을 배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또 일반 대학에서는 전공 공부를 깊이 있게 하지만 교대에선 여러 과목을 소화해야 하기에 지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회의도 들었다. 또한 교대는 예체능 이론 및 실기 수업을 중시하는데, 이를 제대로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미술은 원래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체육 수업은 힘들었다. 발령받고 나서도 예체능 과목을 재미있고 열성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지난해 교대에 편입한 남모(26)씨 역시 “예체능 과목이 많아 부담스럽다. 일반 대학에 다닐 때는 학점도 좋았는데, 교대에 편입한 후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또 편입생간 성적 경쟁이 치열해 고3 수험생활의 연장이라는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편입생을 비롯한 ‘장수생’과 일반 학생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교대 4학년인 김모(24)씨는 “우리는 처음부터 초등학교 교사가 될 생각으로 교대에 왔지만, 편입생들은 중등교사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거나 직장생활을 하다 온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나이도 많아 같이 어울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교대 관계자는 “일반 학부생보다 편입생들의 성적이 높은 편이다. 편입생들은 일반 대학에서 공부를 해봤기에 학문적 경험도 많고, 사회생활을 겪은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이들이라 성적에 관심이 많다. 장학금도 많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학부생으로부터 질시의 눈길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예체능 따라잡으려 과외 받아

    서울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교대에서 학교생활을 느슨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우선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처럼 빡빡하다. 수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꽉 차 있다. 현장참관이나 실습이 많고, 조별 과제물과 리포트가 있기 때문에 일반 대학에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며 막연한 희망을 품고 교대 입학을 꿈꾸는 예비 지원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교대 3학년인 신모(22)씨 역시 “예체능 실기를 따라가기 쉽지 않아 1학년 때부터 과외를 받았다. 강의가 끝나면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 등으로 뛰어다니느라 내가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발령이 나더라도 늦깎이 교사가 겪는 어려움은 작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중인 한모(37) 교사는 “직장을 그만두고 교대 편입에 성공했을 때는 앞으로의 삶이 탄탄대로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교단에 서고 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교대에 입학한 교사들의 텃세가 심한데다 나이도 많고 남자라서 초임 발령을 받은 20대 중반의 젊은 여교사들과 동료로 지내기가 쉽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초등교사 박모(35)씨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친구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변화 없는 교사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 뭔가에 도전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에선 해외지사로 나간다거나 창업해서 사장이 되는 등 노력에 따라 발전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은가. 교사 월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친구들은 잘나가는데 나만 정체된 기분도 든다. 학부모의 학벌이나 경제력이 월등한 경우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한다.”

    늦깎이 교사의 고충

    한 현직교사도 “교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교단을 떠나 유학을 가거나 새롭게 직장을 잡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했다. 교대 열풍에 휩싸여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충고다.

    앞으로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교원양성체제 개편 종합방안’ 시안에 따르면 2007년부터 교원양성체계가 크게 바뀔 예정이다. 교원양성기간이 4년에서 5∼6년으로 늘어나고, 교원선발 방법도 현행 2단계에서 3단계로 강화된다.

    하지만 불안한 사회 상황과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교대 열풍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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