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한상일씨가 부른 노래 ‘웨딩드레스’다. 1970년에 발표된 이 곡은 35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에게서 불려진다. 40대 이상 중에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간첩’이다. 노랫말도 좋지만 나직하게 흥얼거려보면 곡의 흐름이 기분을 은근히 좋게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며 명곡으로 꼽히는지 모른다.
대중가요 작곡가 정풍송(鄭豊松·64)씨도 자신이 만든 노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주저 없이 이 노래를 꼽았다. 1967년 ‘아카시아의 이별’로 데뷔해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용필의 ‘허공’ ‘미워 미워 미워’, 홍민의 ‘석별’, 조영남의 ‘옛 생각’ 같은 히트곡을 포함해 무려 2000여 곡을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남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만든 곡은 아니다. 1969년 가을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정씨의 손에는 영화대본 한 뭉치가 들려 있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로 꼽히던 신성일과 윤정희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로 돼 있던 ‘먼데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택시 안에서 대본을 읽던 정씨는 스토리에 빠져들었고, 남녀 주인공이 손을 맞잡고 춤 추는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 멜로디 한 소절이 떠올랐다. 멜로디는 자연스레 콧노래로 나왔다. ‘따라라~따라~따라라~라~’.

정풍송씨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몰려든 지인들. 왼쪽부터 아들 재윤, 정풍송, 가수 설운도, 국회의원 김춘진(열린우리당),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장응수 변호사.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겪어서인지 정씨는 반골 기질이 강하다는 게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의 평가다. 1979년 10·26사태로 봄이 오는가 싶더니 이내 12·12쿠데타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 정권의 등장에 정씨는 참담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든 곡이 조용필의 ‘허공’이다.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당신(민주화)….”
지난해에는 김수환 추기경에게 바치는 헌정음반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