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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⑤

약초, 산채 먹고 자란 건강식품 울릉도 약소(藥牛)

씹을수록 고들고들한 육질, 소 되새김질 하듯 먹어야 제맛

  • 글·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약초, 산채 먹고 자란 건강식품 울릉도 약소(藥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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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에는 독특한 것 이 참으로 많다. 지형이나 기후 등 자연환경뿐 아니라 자생식물까지 한반도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많다. 자연환경이 다르다보니 그곳만의 별미 또한 다양하다. ‘울릉오미(五味)’
  • 가운데 첫손 꼽히는 울릉약소의 독톡한 맛과 매력을 살펴봤다.
약초, 산채 먹고 자란 건강식품 울릉도 약소(藥牛)

사진·울릉군청

울릉도는 참으로 묘한 매력을 지닌 섬이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예까지 와서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뱃길은 멀고, 도로사정은 열악하며, 물가 또한 만만찮게 비싼 탓이다. 더군다나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조금만 높으면 뱃길이 끊겨 며칠씩 섬에 갇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떠나온 뒤에는 고생스럽던 기억조차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그뿐만 아니라 열병 같은 그리움마저 시시때때로 밀려든다. 인정 넘치는 사람과 때묻지 않은 자연도 그립고, 육지에서는 좀체 맛보기 어려운 울릉도의 별미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결국 사무치는 그리움이 병에 이를 지경이면 다시 그 섬을 찾는다. 그렇게 반복된 나의 울릉도 여행이 어느덧 일곱 번째가 됐다.

울릉도를 다녀온 관광객의 상당수는 “먹을 만한 게 별로 없다”는 불평을 쏟아놓는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울릉도를 돌아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는 한 끼니의 식사에서 단돈 100원이라도 줄여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짜내게 마련이다. 그래서 특정 음식점과 미리 계약을 맺게 되고, 관광객들은 여행사가 지정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는 경비에 맞춰 음식값을 낮추려면 아무래도 손님이 적게 드는 음식점과 계약을 하게 되고, 음식점은 재료와 밑반찬을 하나라도 줄여서 내놓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여러 끼니를 계속 먹다보면 십중팔구 물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맛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제한적인 사람들의 입에서는 ‘먹을 게 없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음식에 대한 평가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다. 그래서 단정지어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으로만 보자면, 울릉도의 음식은 썩 괜찮은 편이다. 대체로 소박하고 서민적인 음식이 많은데 토박이들이 즐겨 먹는 향토음식에는 맨손으로 험준한 자연과 맞서 삶터를 일군 울릉도 개척민들의 근면성과 검약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울릉도의 향토음식 중에 호사스럽거나 기름지거나 장식이 많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재료의 고유한 맛과 신선함을 고스란히 담아낸 음식이 대부분이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별미로는 흔히 울릉약소, 홍합밥, 산채비빔밥, 오징어, 호박엿 다섯 가지가 손꼽힌다. 흔히 ‘울릉오미(鬱陵五味)’라 불리는 이 별미 가운데서도 첫손가락에 꼽는 것이 바로 울릉약소(藥牛)다.

울릉약소의 시조는 1883년에 첫 개척민과 함께 울릉도에 들어온 암수 1쌍이다. 그 뒤로 1892년 6월에 울릉도 주민 몇몇이 경북 울진으로 건너가 콩 30섬을 주고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의 송아지를 들여오기도 했다. 이후 울릉도 소의 사육두수는 크게 늘었다. 1960년대에는 매년 100∼200마리의 울릉도 소가 육지로 반출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포항 우시장은 울릉약소를 구입하러 온 상인들로 북적거렸고, 육지의 소보다 훨씬 높은 값에 거래됐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울릉약소의 사육두수는 650마리에 불과해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농사 안 지으니 짚 구하기도 어려워

울릉약소는 주로 산채와 약초를 먹고 자란다. 그것이 볏짚과 배합사료를 섞어 먹이거나 아예 배합사료만으로 사육된 육지 소와 울릉약소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울릉도에서 배합사료나 짚을 먹여서 소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육지에서 한 포대에 5400원 하는 사료가 여기 들어오면 거의 1만원에 팔려요. 운송비가 사료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죠. 또 육지에서는 짚을 잘게 썰어서 소여물로 쓰지 않습니까? 그러나 울릉도에서는 논농사를 거의 짓지 않기 때문에 짚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짚을 먹이려면 육지에서 싣고 와야 되니까 풀을 많이 먹일 수밖에 없죠. 보시다시피 소 먹일 풀이 사방에 널렸잖아요. 요즘에는 빈 밭이 많아서 옥수수를 심어서 저장했다가 겨울철에 먹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사료는 조금씩 줘야 됩니다. 풀만 먹이면 육질이 너무 질겨지거든요.”

울릉군 북면 현포리 평리마을에서 약소 20여 마리를 키우는 안성덕(51)씨의 말이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해양성 기후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강수량도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 기후특성으로 인해 섬바디, 부지깽이, 미역취, 전호, 독활, 산딸기, 보리수, 송악, 엉겅퀴, 호장근 등 목초(牧草)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자생식물이 많다. 그 종류만도 무려 570여 종에 이르며, 자생식물은 대부분 산채나 약초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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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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