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호

꿈꾸는 책들의 도시 외

  • 담당·이지은 기자

    입력2005-08-16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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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책들의 도시 외
    부흐하임의 지상에는 출판사, 인쇄소, 종이공장, 잉크공장이 밀접해 있고, 수천개의 고서점과 그보다 많은 불법 서점이 존재한다. 독서를 더욱 즐겁게 하기 위해 알코올과 담배, 향료, 마약류의 약초도 판다. 언제 어디서나 작품 낭독회가 열리는 이곳에서 책은 만들어지고 밀매되다가 버려지고 죽는다. 돈이 되지 않는 ‘살아 있는’ 작가들은 시인들의 공동묘지에서 삶을 구걸한다. 오직 죽은 작가만이 유명해지고 죽어 있는 책만이 돈이 되어 지상의 세계를 이끌어간다.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는 죽음의 공간이다. 진귀한 고서적이 주인과 함께 묻혀 있고 책 사냥꾼은 그런 책들을 찾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인다. 지상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버려진 책들이 무덤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죽은 세계의 책들은 살아서 눈을 부릅뜨고 누군가를 노린다. 상처를 주고 미치게 하고 죽이기 위해서.

    이 책은 책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찾아온 젊은 공룡 미틴메츠의 지적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 속 상상력은 현실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비유와 암시를 통해서 진정한 힘을 얻는다. 저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작가의 고통, 독자가 아닌 신문사를 위해 글을 쓰는 비평가의 모순, 돈이 되는 책만을 만들어내는 출판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흔드는 거대한 자본의 힘을 그리고 있다.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는 자본의 원천인 동시에 배출구이자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이다. 들녘/ 양장 각권 352쪽, 408쪽/ 각권 1만1000원

    공학에 빠지면 세상을 얻는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서울대학교와 동아사이언스가 2004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해온 ‘Be Scientists!’는 사회 지도층으로 활동하는 공학인을 만나 공학인으로서의 삶과 자세를 들어보는 프로젝트. 이 책은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엮은 것으로 20명의 서울공대 교수가 자신의 전공분야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현재의 발전 단계와 미래의 비전을 소개한다. 또 현대자동차 김동진 사장, 포스코 강창오 사장 등 서울공대 출신 사회 지도층 인사 20명이 미래의 공학도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려 깊은 조언을 한다. 이제 막 진로와 인생을 설계하려는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공학을 선택한 수험생에게는 최고의 구술 면접 지침서가 될 것이다. 동아사이언스/ 264쪽/ 1만2000원

    역사를 창조한 천재들의 불화사건 이덕희 지음



    위대한 예술적 천재들은 인격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체로 그들은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다. 이런 부정적인 측면은 때로 역사적인 불화 사건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우정과 불화는 개인사를 넘어 그 시대 예술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시대의 조류나 주변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예술가들이 불화를 겪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베토벤과 리히노프스키, 바그너와 뷜로, 브람스와 레비, 차이코프스키와 니콜라이 루빈슈타인 등 천재 예술가들 사이에 일어난 역사적인 불화 사건의 뒷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동아시아/ 278쪽/ 1만3000원

    못다 부른 노래 박충식 지음

    1980년 7월 전두환 정부는 정당한 사유와 절차 없이 5699명의 국가 공무원을 ‘숙정’이라는 이름으로 해직했다. 국세청 4급 공무원이던 저자 역시 ‘5·18 당시 반정부적 언동’을 했다는 모함을 받아 직장에서 쫓겨났다. 이후 식당 등을 경영하며 어려움을 겪던 그는 1987년 국세청 복권투쟁위원장 및 전국해직공무원 연합회 총무를 맡으며 ‘80년 해직 공직자 복권 운동’의 선봉에 서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80년 공직자 해직사건과 7년간 진행된 복권 운동사를 소설처럼 생동감 넘치게 정리했다. 저자의 생생한 체험담은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사건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학예사/ 266쪽/ 1만5000원

    대한민국과 해외동포 이야기 김삼오 지음

    서방의 한인 사회는 한국 사회의 연장이며 축소판이다. 이들의 가치관과 행태는 현재 사는 나라보다 고국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고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인 사회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이 책에 실린 46개의 칼럼은 영미 국가의 하나인 호주 속 한인 사회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구체적인 현장 경험과 사례를 들어 한인 사회에 만연한 기회주의와 리더십 부재, 통일문제, 교육 및 지식산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인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호주뿐 아니라 다른 해외 한인 사회 그리고 한국 사회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엠-애드/ 270쪽/ 1만2000원

    ‘대부’ ‘마지막 대부’ ‘오메르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하정희 옮김

    꿈꾸는 책들의 도시 외
    ‘20세기 미국의 힘과 도덕의 대서사시’로 평가받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작가 마리오 푸조의 ‘마피아 3부작’ 완역판. 1969년 ‘대부’를 발표하면서 마피아 소설의 신기원을 연 푸조는 1996년에 ‘마지막 대부’를, 1999년에 ‘오메르타’를 완성했다. ‘대부’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피아 패밀리 돈 코를레오네가(家)를 통해 마피아의 실상을, ‘마지막 대부’에서 클레리쿠지오가(家)를 중심으로 할리우드와 라스베이거스를 장악하기 위한 마피아 패밀리간 사투를 다뤘다면 ‘오메르타’에서는 범죄세계에 디뎠던 발을 빼고 합법의 수면으로 막 올라온 돈 아프렐레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조는 그의 생애 마지막 3년을 ‘오메르타’를 쓰면서 보냈다. ‘오메르타’는 ‘침묵의 계율’이라는 뜻으로, 체포되거나 납치돼 온갖 고문과 회유를 받으면서도 죽음으로 침묵을 지키겠다는 마피아 조직원들의 서약을 말한다. 이 소설에서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돈 레이몬드 아프릴레’를 처단하기로 결정한 FBI는 아프릴레의 경쟁자인 또 다른 마피아 포르텔라와 손을 잡는다. 이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비합법, 비도덕적인 존재 마피아와 이를 소탕하려는 합법, 도덕적인 존재 FBI의 실상이기도 하다. 늘봄/ 각권 612쪽, 720쪽, 396쪽/ 각권 9500원, 1만2000원, 9800원

    이순신과 원균, 갈등과 리더십 박경식 지음

    이순신과 원균의 개인적인 특성과 리더십 스타일을 비교, 분석한 책. 저자는 원균이 기득권 정치 세력을 표방했다면 이순신은 한미(寒微)한 가문 출신이지만 능력 있는 신진 인재의 실체라고 말한다. 즉 신진 세력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득권 세력이 이순신을 투옥하고 원균을 수군 총사령관으로 만들면서 조선 수군이 괴멸하는 최악의 어리석음을 범했다는 것.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현대 경영학의 리더십 이론에 대입해 분석하고 평가한다.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항상 이웃나라의 직간접 침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순신과 원균의 사례를 통해 역사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행림출판/ 338쪽/ 9500원

    디자인이 만든 세상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문은실 옮김

    바야흐로 디자인이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이제 디자인은 단순히 사물의 외양을 꾸미는 것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어떤 제품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담아 눈의 즐거움을 함께 선사하는, 제품 가치를 대변하는 결정판이다. 또 디자인은 테크놀로지와 공학 지식, 그리고 인간의 감성이 결합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과정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공간과 사물에 담긴 디자인 공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의자나 전구, 종이컵 등 소소한 사물뿐 아니라 대형마트의 구조, 고속도로 톨게이트, 계단 등의 공간, 식당에서 메뉴를 결정하는 일련의 식사 과정까지 디자인적이고 공학적인 시각으로 살펴본다. 생각의 나무/ 양장 340쪽/ 1만2000원

    9美好가 성공한다 허은아 지음

    성공한 여성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험을 즐길 줄 알고 남들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자신의 일이 비판의 대상이 되면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남성 동료들과 함께 일할 때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피력하는 법은 물론 굽히고 협력하는 법도 안다. 이 책은 여성만을 위한 아홉 가지 성공전략을 알려준다. 서비스교육센터 (주)예라고의 대표이사인 저자가 대양이앤씨 임영현 사장, 여성부 조성은 공보관, 대한항공 홍수인 부기장, GM대우 마케팅팀 김영란 부장, 광고대행사 영컴 신선경 사원 등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각계각층에서 인정받고 있는 아홉 여성을 만나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단계적으로 담았다. 이지북/ 333쪽/ 1만3500원

    何忘(하망)六.二五 정채호 지음

    1983년 발간된 한국전쟁 실록 ‘그날의 산하’의 저자 정채호씨가 전후세대에게 6·25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취지로 집필한 한시집. 전쟁시와 특별시 등 61수의 한시와 참전 16개국의 군대 및 의료지원단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사진, 당시 전쟁 관련 보도기사 등을 함께 엮었다. 젊은 세대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한시의 자구(字句)마다 토를 달고 주와 풀이를 곁들였다. 영천지구 전투, 인천상륙작전, 지평리 전투, 용문산 전투, 백마고지 전투, 베티고지 전투 등 주요 전투에 대해서는 자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처음으로 6·25전쟁의 전모를 한시로 묘사한 이 작품집은 전쟁문학의 새로운 장르로 각광받을 것이다. 화정문화사/ 280쪽/ 8500원

    ‘기회의 창’ ‘파우스트의 거래’ 제임스 J. 두데스탯, 다니엘 E. 앳킨스, 더글라스 반 하우웨링 지음/이규태, 이철우 옮김(기회의 창) 데렉 복 지음/김홍덕, 박재흠, 윤주영, 홍정환 옮김(파우스트의 거래)

    꿈꾸는 책들의 도시 외
    ‘기회의 창’은 디지털시대에 대학이 직면한 변화 상황과 도전 목표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1부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갖춰야 할 새로운 리더십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정보기술과 관련된 중요 이슈들을 알려준다. 특히 정보기술 시장의 힘은 고등교육 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부에서는 대학, 고등교육 전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생존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디지털 시대에도 대학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과거의 중요한 전통을 지키는 가운데 현재의 도전과 미래의 가능성을 점쳐봐야 한다는 것이다.

    ‘파우스트의 거래’는 하버드대학 전임 총장 데렉 복 박사가 작성한 대학 상업화의 ‘대차대조표’다. 저자는 시장의 힘이 대학에 가져다줄 이익과 그 대가로 대학이 치러야 할 비용을 비교하면서 대학 상업화의 손익분기점을 찾아내기 위해 골몰한다. 시장은 대학에 풍요로운 재원과 번영 및 명성을 안겨준다. 하지만 학문탐구의 규범, 학술공동체의 유대 및 대중의 신뢰가 잠식될 수도 있다. 지금 ‘대학의 상업화’라는 화두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양장 각권 415쪽, 231쪽/ 각권 2만원, 1만2000원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 사이토 다마키 지음/김영진 옮김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전문가인 정신의학자 사이토 다마키 박사가 은둔형 외톨이, 컬트 집단 추종자, 자살 자해 중독자, 포켓 몬스터에 빠진 어린이 등 오늘날 젊은 세대의 정신 풍경을 깊이 있게 다룬 책.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을 사회적으로 알린 저자는 3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이들의 특질을 진단했다. 이런 외톨이는 일본에 100만명, 우리나라에도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한국판 제목으로 쓰인 ‘폐인’은 무언가 하나에 심하게 몰두해 나머지 사회적 관계에서 단절된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오타쿠’나 ‘히키코모리’와 관련이 있고, ‘동인녀’는 여성 오타쿠를 말한다. 황금가지/ 양장 300쪽/ 1만3000원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권삼윤 지음

    로마의 콜로세움과 빌라 하드리아누스, 피렌체의 두오모, 베네치아의 두칼레궁,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등 이탈리아 모든 거리에서 문화 유적이 찬란하게 살아 숨쉰다.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르디 등 이탈리아가 낳은 문화예술계 거장들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 책은 역사여행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저자가 펴낸 이탈리아 문화 기행서로 각 도시가 지닌 역사와, 문화적 유산의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또 축구에 열광하고, 피자와 파스타, 포도주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겨운 일상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베테랑 여행가인 저자가 직접 찍은 170여 장의 사진을 보다 보면 마치 이탈리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푸른숲/ 271쪽/ 1만3000원

    세상이 변해도 성공할 아이로 키워라 황상민 지음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현재의 교육방식으로는 절대 미래 세상을 이끌어갈 인재를 기를 수 없다고, 당장 자녀의 시험점수 몇 점 올리기에 급급하다가는 정작 10년, 15년 후 성인이 되었을 때 생존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게임은 공부다. 아이가 긍정적으로 게임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게임을 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채팅은 교육이다. 채팅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경험한다. 셋째, 아이템 결제는 쓸데없는 돈 낭비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이는 아이템과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소비활동을 배운다”고. 명진출판/ 232쪽/ 9800원

    북핵, 대파국과 대타협의 분수령 정욱식 지음

    2005년 2월10일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했고, 4월부터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떠돌고 있다. 이런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협상이 재개될 거라는 희망의 조짐과 파국의 먹구름이 공존한다. 너무나 다른 북한과 미국의 입장, 대파국과 대타협의 갈림길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가 펴낸 이 책은 북핵 위기로 표현되는 북미간 갈등을 발단, 전개 과정, 해법으로 재구성했다. 또 부록으로 실은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제안’에선 그간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한 한국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압박, 설득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해/ 300쪽/ 1만2000원

    언어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미우라 노부타카, 가스야 게이스케 엮음/이연숙, 고영진, 조태린 옮김

    꿈꾸는 책들의 도시 외
    언어는 평등하다? 언어는 중립적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언어 자체에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나 권력이 없다? 너무나 자명한 언어학의 테제가 언어 제국주의 앞에선 여지없이 무너진다. 언어 제국주의란 ‘언어로 구분되는 집단 사이의 권력과 자원의 불평등한 배분을 정당화하고 효과적으로 만들며 재생산하는 것을 합법화하기 위한 이념, 구조, 실천’을 뜻한다. 1990년대에 나타난 영어 제국주의는 언어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영어뿐이 아니다. 언어 제국주의를 총체적인 시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국 언어로 군림해온 일본어, 프랑스어가 국민국가 형성기에 어떻게 수많은 방언과 이언어를 축출하고 ‘국어(national language)’의 지위를 얻게 됐는지, 식민지에 어떤 방식으로 자국의 언어를 강요해왔는지, 그 역사를 추적해야 한다.

    세계 주요 사회언어학자들이 참여한 ‘언어 제국주의의 과거와 현재’라는 국제 심포지엄(1999년 일본 히토쓰바시대)의 자료를 토대로 구성된 이 책은 언어와 근대성의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담은 23편의 논문을 실었다. 언어학적 담론의 이데올로기성을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로 대표되는 언어 제국주의의 역사와 유형, 그리고 제국 언어의 지배로부터 살아남은 소수 언어의 저항을 밀도 있게 분석한다. 돌베개/ 양장 570쪽/ 3만원

    天下國家 김한규 지음

    전통 시대 동아시아 세계의 국제 관계와 그 질서에 대해 통사적, 비교사적 시각으로 정리한 책. 지금까지 학계는 동아시아 세계질서가 중국이 중심이 되어 형성, 전개된 것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이런 중국적 세계질서는 중국인의 이상에 불과하다. 지난 3000년 동안 실제로는 중국과 ‘주변 오랑캐국’ 사이에 끊임없이 권력 게임이 벌어졌고 이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저자는 중국 본토뿐 아니라 그 상대방인 사이(四夷) 역사 공동체(초원 유목 공동체, 요동 공동체, 서역 공동체, 티베트 공동체, 강저 공동체, 만월 공동체, 대만 공동체)에 대해서도 연구했고,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 세계 질서에 대해 실증적으로 재구성했다. 소나무/ 양장 872쪽/ 3만5000원

    지구환경정치학 담론 존 S. 드라이제크 지음/정승진 옮김

    환경문제는 복잡하다. 생존주의, 생물지역주의, 에코페미니즘, 심층생태론, 사회생태론 등 환경 운동가들이 내거는 구호와 철학도 그만큼 다양하다. 이 책은 환경 담론을 체계적으로 분류, 분석한 환경정치학 입문서다. 저자는 다양한 환경 담론을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공공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환경문제해결’ 담론, 강력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경고하는 ‘생존주의’ 담론, 환경과 경제 가치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지속가능한 발전’ 담론, 그리고 대안적 삶을 지향하며 산업사회의 기본구조를 거부하는 ‘녹색근본주의’ 담론이 그것이다. 이 담론들은 보완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환경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다. 에코리브르/ 384쪽/ 1만6500원

    일본형 시스템 - 위기와 변화 한상일, 김영작 외 지음

    전후 일본을 역동적으로 이끌어온 일본형 시스템이 왜 1990년대에 들어서 동요하고 있는가? 21세기에 바람직한 일본형 시스템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일본형 시스템을 국가,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세 개 중심축으로 나누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1부 국가에서는 일본의 정치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2부 정치경제에서는 그간 안정적이라고 평가됐던 시스템이 흔들린 이유와 새로운 개혁의 양상 및 성과에 대해 다룬다. 3부 사회문화에서는 최근 일본 사회에서 꾸준히 일고 있는 다양화, 다원화, 다문화 물결에 대해 살펴본다. 이는 일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개혁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타산지석이 된다. 일조각/ 양장 712쪽/ 4만원

    지루함의 철학라르스 Fr.H. 스벤젠 지음/도복선 옮김

    지루함이란 무엇인가? 지루함은 부정적인 것인가? 재미있는 것은 지루함이 역사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다. 고대 작가들은 지루함을 창조를 위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았지만 중세 초기 성직자들은 지루함을 악의 근원으로 여겼다. 현대인에게 지루함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심리학적 문제다. 이 책은 철학, 문학, 심리학, 신학, 사회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지루함의 역사와 문제점 을 살펴보고 있다. 또 지루함에 대한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소개하고 우리가 지루함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조언한다. 지루함에 대한 이야기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낭만주의 문학 작품을 끌어와 풀어나가는 이 책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서해문집/ 296쪽/ 1만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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