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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했다는 국정원 감청장비의 행방은?

주물공장行, 민간 매각, 기무사 인계… 무성한 說 속 국정원은 말끝 흐리기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폐기했다는 국정원 감청장비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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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이처럼 다양한 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국정원이 8월5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의 감청장비 폐기 관련 답변이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지나치게 간결한 ‘단답식’이라는 데 기인한다.

‘신동아’는 8월12일 감청장비 폐기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과 관련, 국정원측에 12가지 질문항목을 담은 질의서를 보냈다. 주된 질문은 ▲의혹의 소지가 다분한데도 감청장비 폐기 당시의 구체적 정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 ▲폐기했다는 장비의 정확한 제원과 폐기 장면을 담은 사진자료의 유무 ▲장비 폐기단계에서 밟아야 할 국정원 내부의 제반 절차 및 근거 규정 ▲정치권에 나도는 여러 설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 ▲장비 폐기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관련기록(손실처리 여부 포함)의 존재 유무 등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같은 날 오후 ‘(2002년 3월) 당시 감청장비를 폐기한 사실은 해당 근무직원들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한 바 있고, 구체적인 폐기상황 등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는 극히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왔다.

감청장비 폐기와 관련된 의문에 대한 국정원의 이런 ‘임기응변’식 대응은 국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신동아’는, 8월5일 국정원의 대국민 사과성명 발표가 있은 직후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에 도청 관련자료를 요청한 것에 대해 8월8일 국정원이 회신한 ‘국회 정보위 제출 요구 자료’에서 장비 폐기 부분에 대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못박은 사실을 확인했다.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에 보낸 자료요청 항목은 ①1996년 1월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감청장비 4세트의 종류 ②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의 종류 ③유선중계통신망의 도청 현황 ④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의 종류 ⑤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이용한 도청 현황 ⑥2002년 3월의 감청장비 폐기를 입증하는 공문서 사본 ⑦휴대전화 도청 중단 시기를 2002년 3월로 주장하는 이유 ⑧복제 휴대전화의 도·감청 이용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이 파악한 시기 등 8개다.



‘관련자료 없음’은 ‘임기응변’

국정원은 이 가운데 감청장비 폐기를 입증하는 공문서 사본을 내놓으라는 ⑥번 항목에 대해 ‘관련자료 없음’이란 단 여섯 글자로 답했다.

‘신동아’의 질의에 대해 “감청장비의 폐기상황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한 국정원이 이보다 불과 나흘 전인 8월8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보낸 공식 자료에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명시한 것은, 결국 그동안 장비 폐기 부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은 ‘임기응변’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이 같은 ‘예단’은 장비 폐기를 둘러싼 세간의 갖가지 의혹 제기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또한 국정원은 8월5일의 기자회견문에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 6세트를 1998년 5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 결과 사흘 뒤인 8월8일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중 1세트만 1998년 5월부터 사용하고 나머지 5세트는 1999년부터 사용했다고 이전의 해명을 번복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역시 8월5일 발표된 국정원의 중간조사 결과가 치밀하고 철저한 진상조사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 도청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비판 여론에 떠밀려 서둘러 발표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일례로 볼 수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현직 국정원 고위간부의 다음과 같은 말은 국정원의 ‘관련자료 없음’ 답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게 만든다.

“국정원이 소유·운용하는 장비를 폐기할 땐 반드시 내부 직원이 직접 폐기토록 한다. 제3자에게 위탁해 폐기하는 일은 없다. 장비를 폐기한 직원은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고해야 한다. 해당 직원은 장비 폐기과정에서 폐기 장면을 사진촬영해 폐기 사실을 보고할 때 첨부해야 한다. 이는 직원이 장비를 제3자에게 임의 처분하는 등 장비를 폐기하지 않고도 폐기했다고 허위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감청장비의 경우 외부로 유출되면 원(院)에 큰 손실을 끼칠 뿐 아니라 제3자의 손에 넘어가 악용될 경우 국익 손상 및 사회질서 혼란 등의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보고체계는 필수적으로 지켜진다.”

이와 관련, 국정원 홍보관리관은 8월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감청장비 폐기 당시 폐기에 참여한 직원들이 준수해야 할 국정원 내부 절차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러한 절차가 존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특별조사팀이 조사 중”이라며 기존의 모호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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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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