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두고 당시 금융권에서는 한미은행의 소유자가 단기 투기성 자본에서 실질적인 금융회사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씨티그룹의 국내 진출은 북한 핵 문제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한국씨티은행(씨티그룹이 인수한 한미은행은 지난해 11월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합병하면서 한국씨티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은 현재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정밀조사를 받고 있다. 씨티은행 시절이던 2002년 말부터 합병된 이후인 올해 3월까지 2년3개월 동안 변동금리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정금리를 적용해 수십억원대의 부당수익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상품은 3개월 단위 변동금리 부동산담보대출. 2002년 말 상품판매 당시 대출금리는 7.9%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03년 초부터 국내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해 올해 초엔 5~6%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3월까지 7.9% 금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고객들로부터 이자를 부당하게 받아온 것이다.
구 한미은행 노조는 “평균 금리차이를 0.7%포인트로만 계산해도 최소 74억원의 부당이득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 7월19일 한국씨티은행과 이 은행 소비자금융그룹 리처드 잭슨 수석부행장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씨티은행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불·편법행위 및 부당 내부자 거래 의혹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은행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 외화콜론(call loan·신용공여) 및 외화대여 형태로 1조5000억~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주주를 통해 해외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법 해석에 따라 자금유출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금감원의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한국씨티은행은 또 지난해 11월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합병하는 과정에 자본납입 가장 행위를 했고, 여기에 부당 내부자 거래를 통해 4000억~5000억원대의 자금을 관계사인 한국씨티그룹캐피탈에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씨티NA 편법·불법대여 의혹
2005년 1분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4월15일 현재 씨티은행N.A.(Citibank North America, 이하 씨티NA)에 1조5100여억원을 1.69~3.56%의 금리로 신용공여했다. 신용공여 액수는 5월말 1조83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최근 감사원 감사를 전후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법 제35조 및 제35조 2항에는 금융기관의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 대한 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자기자본은 3조7215억원. 자본의 25%는 9304억원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NA에 허용범위의 두 배에 가까운 자금을 대여한 셈이다. 이는 한미은행 인수자금 3조1000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다.
또한 은행법 시행령 제21조 5항에는 모은행에 대한 자은행의 신용공여 및 대여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한국씨티은행과 씨티NA는 어떤 관계일까.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COIC(Citibank Overseas Investment Corp.)로 7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2.47%의 지분을 보유한 씨티NA는 2대 주주다. 그런데 씨티NA는 COIC 주식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