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대머리에게 희망을! 자가 모발 이식술

  • 민복기 대구 세브란스피부과 원장, 대한모발학회 교육이사

    입력2005-09-29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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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부 반응 적은 시술법

    대머리에게 희망을! 자가 모발 이식술
    모발 이식은 말 그대로 나무를 옮겨 심듯 모발을 옮겨 심는 시술법이다. 아무리 심한 대머리라도 모발이 남아 있는 곳은 있다. 탈모를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인 DHT에 반응하지 않는 옆머리와 뒷머리가 그곳이다. 바로 이 옆머리와 뒷머리 부위의 자기 모발을 탈모된 곳에 옮겨 심는다. 자가 모발 이식술은 거부 반응도 적고, 옮겨 심은 뒤에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헬스강사인 K씨(36)는 20대부터 머리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30대 중반에 이르서는 이마선과 머리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또한 정수리 부근이 훤해져 급기야 부분 가발을 사용했다. 그 뒤 K씨는 운동을 하는 직업 탓에 여럿이 샤워를 같이해야 할 때도 가발을 벗지 못했다. 심지어 아내 앞에서도 머리에서 가발을 떼어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항상 아내가 잠든 뒤 잠을 청했고, 아내가 깨어나기 전에 일어나 가발을 쓰는 수고를 반복했다. 그만큼 K씨에게는 탈모가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그러던 K씨가 피부과를 찾았다.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와 함께 자가 모발 이식술을 받기로 했다. 모발 이식술을 받은 뒤 K씨가 아내보다 늦게 자고 먼저 일어나는 일이 없어졌다. 그는 이제야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행동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탈모 치료제로 쓰이는 미녹시딜이나 프로페시아는 발모엔 도움이 되지만, 앞이마 부위는 털이 자라기 어렵다. 앞머리는 탈모 환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위. 탈모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을 원하는 탈모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부위에 털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가 모발 이식술을 택한다. 자가 모발 이식술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으므로 거부 반응이 거의 없고 아주 자연스러운 이마선을 만들 수 있다.



    모낭군 이식술, 한국인에 적합

    대머리에게 희망을! 자가 모발 이식술

    자가 모발 이식술의 시술 장면.

    자가 모발 이식술에는 몇 종류가 있다. 시술방법을 개발, 보완하면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잔디를 옮겨 심듯 모발이 남아 있는 부위의 두피를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내 탈모 부위에 덮어주는 피부 절편술, 둥글거나 네모난 펀치로 뒷머리 모발을 찍어내서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펀치 이식술, 3∼8가락의 모발이 있는 두피를 이식하는 미니 이식술, 모발을 1∼3가락씩 이식하는 마이크로 이식술 등이 있다. 최근엔 모낭군 이식술이 개발되어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펀치 이식술이나 미니 이식술은 이식 부위에 구멍을 여러 군데 뚫어 모발을 집단적으로 이식하기 때문에 흉터가 크게 남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동양인은 모발이 굵고 검으며 밀도가 낮아 이식 후 모양이 부자연스럽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합한 모낭군 이식술에 대해 알아본다.

    앞서 말했듯 남성형 탈모라도 옆머리와 뒷머리에 난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는다. 다른 부위에 비해 모낭이 튼실하기 때문이다. 이 튼실한 모낭은 다른 부위에 옮겨 심어도 여전히 튼실하게 잘 자란다. 즉 탈모가 일어나지 않은 부위의 모발을 탈모가 일어난 부위에 옮겨 심더라도 탈모를 일으키지 않는 원래 성질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이때 이식을 하되 모낭 단위로 옮겨 심기 때문에 ‘모낭군 이식술’이라고 한다.

    모낭군 이식술은 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노화나 다른 질환으로 탈모 되지 않는 한 일생 동안 심어놓은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모발이 남아 있는 부위(이를 ‘공여부’라고 한다)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발 숫자가 6000가락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그렇지만 이마선을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면 적은 이식 모낭이라도 풍성하게 보인다. 특히 모낭군 이식술은 앞이마 부위의 탈모에 효과가 크다.

    모낭군 이식술이 적당한 연령은 30대 중후반 이후다. 탈모가 어느 정도 진행됐기 때문. 하지만 시술 후에도 탈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환자에서는 만족도가 떨어진다. 옮겨 심은 모발은 괜찮아도 원래 있던 모발이 계속 빠지기 때문이다.

    시술 3∼4개월 뒤 모발 성장

    모낭군 이식술은 건강한 두피라야 성공률이 높다. 공여부인 옆머리와 뒷머리 모발이 듬성듬성해도 수술하기 어렵다. 원래 적은 숫자의 모발을 나눠 심으면 뽑은 곳이나 심은 곳이나 다 보기 흉해지기 때문이다.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모낭군 이식술은 곱슬곱슬한 형태의 모발에서 결과가 가장 좋다.

    시술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부분마취 뒤, 공여부에서 이식할 양만큼 정확한 크기로 자른다. 공여부는 봉합하고 잘라낸 절편은 0∼4℃의 조직 유지 용액에 보관한다.● 절편을 모낭 단위로 하나씩 분리한다. 이때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식할 수여부 두피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모낭군을 자연스런 방향으로 심는다.● 이식 3∼4일 뒤에 머리를 감을 수 있다.● 10일 정도 지나 공여부의 실을 제거한다.

    대머리에게 희망을! 자가 모발 이식술

    헬스강사 K씨의 모발 이식 10개월 후 모습.

    이식된 모발이 금세 자라는 건 아니다. 일단 탈모 현상부터 나타나는데 이를 ‘쇼크 폴 아웃(Shockfall-out) 현상’이라고 한다. 고향을 떠나면 향수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모발도 이식을 당하는 과정에 ‘쇼크’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빠져버린다는 뜻이다.

    쇼크 폴 아웃 현상은 이식 뒤 3주부터 시작하여 3개월 이내에 일어난다. 이식된 모발 10가락 가운데 8가락이 빠진다. 그러나 쇼크 폴 아웃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한 달 반에서 두 달 이내에 사라진다. 3∼4개월이 지나면 이식된 모발이 굵어지고 길어진다.

    한번 이식을 받은 뒤 2차 시술이 가능하다. 2차 시술은 아무리 빨라도 1차 시술 뒤 10개월 이후에 가능하다. 2차 시술로 머리숱이 더 많아져 이마선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볼륨이 커진다.

    모낭군 이식술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시술이다. 의사뿐 아니라 수술 전문 간호사와 모낭 분리사도 여럿 필요하고, 한꺼번에 시술할 수 있는 모발 수도 제한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 몇 차례 수술을 받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모발 하나하나의 방향과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모발선을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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