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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강덕지 과장의 범죄심리학 노트③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 강덕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장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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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남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기적이다. 어머니와 헤어져 산 기간은 2년에 불과하지만, 그 기간이 어린 그에겐 수십년일 수 있었다. 어머니가 없는 어린이를 보라. 기가 죽어 있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의 아이는 그렇게 기가 죽지 않는다. 어머니가 기를 세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라는 사실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왜소하고 내성적인 성범죄자들

어린이 성추행 피의자인 고교생 H. 그는 수업만 끝나면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혼자 놀고 있거나 걸어가는 아이를 건드렸다. 한 번 두 번, 성추행이 반복됐다. 하루는 한 아이를 추행하려고 지하실로 데리고 가다가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아이의 목을 졸랐다.

성추행은 종종 살인으로 이어진다. 성폭행범은 이미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여서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기미가 보이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곤 한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기 때문이다.

H는 살인을 저지른 뒤에도 어린이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수감된 지 꽤 오래 지났는데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 은근히 그가 걱정스러웠다. 이대로 두면 그는 언젠가는 또 성폭행을 저지를 것이다. 감옥에 가둬둔들 원인이 치료되지 않으면 나가서 재범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엄한 집안에서 자랐다. 특히 아버지가 매우 엄했다. 그 나이에 걸맞은 자유분방한 태도는 용납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밤 11시까지 집으로 오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와야 했다. 약속을 어기면 사정없이 맞았다. 아버지의 언어폭력도 심각했다. 한창 사춘기 때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것이다.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하면 그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 같았다. 철저하게 통제된 분위기에서 자란 탓인지 그의 첫인상은 마치 갓 입대한 신병 같았다.

그의 삶에 긴장은 있었지만 이완은 없었다. 적당한 이완이 없던 탓에 그는 나름의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살기 위해 탈출구를 찾는다. 그에겐 어린이를 성추행하는 것이 탈출구였다. 그래서 그는 뉘우치지 않는 것 같다.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질렀다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덮은 듯했다.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친구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시간에만 범행을 저질렀다. 그러곤 태연히 11시까지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보면 그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그랬다기로 그는 왜 성추행을 긴장의 탈출구로 택했을까. 그와 대화하면서 그가 유달리 성적 에너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는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아버지에게 억압당하고 지배당한 결과였다. 그래서 자신이 손쉽게 지배할 수 있는 어린이를 택한 것이다.

어린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약하다. 그중에서도 강간범이 가장 심적으로 나약한 존재들이다. 수많은 범죄자, 피의자를 만나지만 강간범들은 대부분 인상이 비슷했다. 체구가 왜소하고, 극단적으로 내성적이며, 한심해 보일 만큼 유약하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 여자들 앞에선 말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피의자이자 피해자

강간범으로 구속된 G도 억눌린 자신을 해방시키고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친구도 거의 없는 외톨이 G는 겉보기엔 점잖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갈등을 풀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며, 좀체 남에게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못했다. 늘 남에게 꼼짝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이런 사람의 경우 자신이 틀렸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고집이 세고, 목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다. 의심도 많다.

어렸을 때 그는 부모에게 좋은 아들로 보였을 것이다. 말썽도 피우지 않고 조용하니까 그냥 내버려뒀을 것이다. 부모는 아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합리적으로 욕구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아이는 커서 자신보다 유약하게 보이는 여성이나 아이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수법도 잔인했다. 얌전한 외양과는 딴판으로 범행을 저지를 때는 가학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에게 강간은 성적 쾌락이 아니라 지배욕구를 푸는 방법이었다.

좀 오래된 사건으로 기억하는데, 여중생을 강간, 살인한 30대 후반의 Y도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키도 작고 말도 어눌했다. 워낙 말수가 적어 친구가 없었고,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된 채 살았다. 평소 사람들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생각한 그는 어린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일삼았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온갖 변태적인 체위를 강요했다. 마치 노예를 부리듯 ‘권력’의 맛을 마음껏 향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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