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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강덕지 과장의 범죄심리학 노트③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 강덕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장

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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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은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왜?  “재미있었으니까!”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사건의 피해자 허모 양의 장례식에서 사촌오빠가 영정을 들고 있다.

20대 초반의 M은 어린이 성폭행 피의자였다. 그는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이처럼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사람은 나중에 성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피의자를 여럿 만났다. 이들은 당시에 당한 정신적 피해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산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으면 상처가 웬만큼 아물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무의식에 남아 있을 때는 삐뚤어진 행동으로 표출된다. 그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택했다. 그는 어린이 세 명을 잇달아 성폭행했다.

M은 처음에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데 주저했다. 그가 머뭇거리자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 말을 하는 순간부터 갈등은 치유되기 시작한다”고 설득했다. 들어주는 상대가 위로해주면 그것이 큰 힘이 되어 상처를 잊을 수 있다. 그에게 “과거에 당한 성폭행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은 피의자이지만 피해자다”라고 했더니 굳은 인상이 조금씩 풀어졌다.

‘소아 기호증’ 늘어나는 이유

성폭행을 당했을 무렵 어린 M은 여러 가지 행동 변화를 보였을 것이다. 밝은 성격에서 어두운 성격으로 변했다든지, 이유 없이 신경질을 낸다든지, 아예 말을 하지 않기도 했을 것이다. 추측건대 그의 부모는 아들의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을 듯싶다. 알았다면 방치하진 않았을 테니까. 이런 점에서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다. 자녀의 변화를 예민하게 살필 의무가 있다. 이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면 예비 범죄자를 키우게 된다.

성폭행범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소아 기호증(嗜好症)’만큼 독특한 것도 없다. 글자 그대로 아이를 좋아하는 것인데, 지나치면 소아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다. 기질적인 장애로도 볼 수 있다. 아이들만 보면 성적으로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한 경우 아이를 안기만 해도 사정(射精)을 한다.



어린이만 성추행한 A. 그는 아이만 보면 ‘성적 극치감’을 느낀다고 했다. 성장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았다. 이런 사람의 경우는 생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에 수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의사의 치료가 병행돼야 했다. 그는 너무도 진솔하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놨다. 자기도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아이를 보면 끌어안고 싶다고 말했다. 증세가 심각했다.

이런 유형이 특히 위험한 것은, 부모들이 보기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만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본 소아기호증 피의자는 피아노학원 원장, 아파트 경비, 문방구 주인 등 다양했다. 공통점은 대부분 노인이었다는 것. 이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부인이 없어 성욕을 풀지 못하는 노인과, 부인은 있지만 발기불능인 노인이다. 또 대개 ‘아이들을 성 추행하면 젊은 기를 흡수할 수 있다’는 속설을 믿는다. 이런 이유로 아이를 성추행한 노인들에겐 죄의식이 없었다.

소아 성폭행 피의자 중에는 노인뿐 아니라 10대도 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나머지 또래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10대가 범죄자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 욕구를 풀지 못하자 제압하기 쉬운 어린이를 상대로 범죄를 자행하는 것이다.

이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성을 억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은 억압할수록 튀어나온다. 역사적으로 성범죄가 성행한 대표적인 시대가 영국의 빅토리아 왕조 때다. 남편과 사별한 후 16년 동안 혼자 산 여왕은 전 국민을 성적으로 억압했다. 그 때문에 성범죄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

요즘 TV에선 온갖 성적 프로그램이 여과없이 방송된다. 10대들이 즐겨 시청하는 가요 프로그램에조차 대부분 성적인 코드가 숨어 있다. 이렇듯 욕망은 조장해놓고, 행위는 금지하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욕망이 표출된다. 채팅해서 만난 사람과 바로 여관 가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풍속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모두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들이어서 극히 일부의 얘기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듣는 학교생활은 그렇지 않다. ‘아직 죄를 짓기 전’일 뿐, 누구라도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공중화장실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다

대졸 출신의 30대 직장인 Q는 섹스 중독자였다. 평소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혹은 분노가 생길 때 여기에서 도피하는 방법으로 강간을 택했다. Q는 주기적으로 강간 충동을 느꼈는데, 그럴 때마다 이를 억제하려고 한겨울에도 찬물로 목욕을 했다. 충동이 생길 때마다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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