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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⑬

멧비둘기 노래, 향긋한 냉이, 생강나무 꽃망울…봄의 전령사 당도하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멧비둘기 노래, 향긋한 냉이, 생강나무 꽃망울…봄의 전령사 당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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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고, 홀딱 벗고’

멧비둘기 노래, 향긋한 냉이, 생강나무 꽃망울…봄의 전령사 당도하다

울퉁불퉁 돼지감자. 모양도 제각각 제멋대로다. 그래서인지 볼수록 정겹다.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글자로 나타내자면 ‘홀딱 벗고’처럼 들린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논밭에서 일하다가 이 새소리를 들으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딱따구리가 번식기 때, 나무를 두드려 내는 소리를 ‘드러밍(drumming)’이라고 하는데 이 소리도 일품이다. ‘따라라라락. 따라라라락.’ 경쾌하게 산을 울릴 정도니 이 소리를 듣기만 해도 몸 근육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다.

새소리 몇 가지를 순서대로 적어보았는데, 실제로는 여러 새가 한꺼번에 운다. 먼 곳에서는 꿩이랑 멧비둘기가 울고, 가까운 곳에서는 참새, 딱새, 까치가 울어댄다.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새가 있는가 하면 매는 하늘 높이 떠, 운다. 온 산과 들판에 새소리가 가득하다. 거대한 생명의 합창이자 새들이 들려주는 교향악이다. 감동을 넘어 때로는 열기마저 느껴진다. 어느새 게으르고 싶었던 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그러다가도 봄비가 오면 새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거의 울지 않는다. 그럼 세상이 아주 고요하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는 소리가 있다. ‘호로로로 호로로로.’ 산개구리 우는 소리다. 꼭 새소리처럼 들린다.

산개구리는 언 땅이 녹고 봄비가 내리면 울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소리가 더 아련하다. 조심조심 짝을 부르는 소리다. 집 왼쪽 개울에서 호로로로, 호로로로. 그러다 한 호흡 쉬는가 싶어 귀를 쫑긋하면 집 오른쪽 논에서도 호로로로. 이렇게 오른쪽 왼쪽, 두 곳에서 교대로 들리니 그 화음이 절묘하다. 살아 있는 입체음향이다. 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산개구리 울음소리만 같다면 얼마나 좋으랴.



‘천연 인슐린’ 돼지감자

새소리, 산개구리 우는 소리에 자극을 받아 나도 씨앗을 챙긴다. 고추씨를 시작으로 감자, 옥수수, 볍씨 등 심어야 할 씨앗을 두루 챙긴다. 그런데 늘 반복하던 농사일은 솔직히 건성으로 하기 쉽다. 하지만 씨앗을 바꾸거나 새로 심을 씨앗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더 간다. 새로운 일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올해 우리 식구 농사에서 특별한 거라면 돼지감자다. 일명 ‘뚱딴지’라고도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땅감자’라 부르기도 한단다. 이 감자는 보통 감자와 여러 모로 다르다. 모양도 맛도 꽃도 한살이도 아주 다르다. 보통 감자는 캐지 않고 그냥 두면 추운 겨울 동안 땅 속에서 얼거나 썩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돼지감자는 땅 속에서 고스란히 겨울을 난다. 그리고 이듬해 저절로 잘 자란다. 한마디로 돼지감자는 야성 그대로다. 농사가 쉬운 맛에 이웃에게 씨앗을 얻어 조금 심은 적이 있다. 가꾸지도 않고 그냥 심어만 두었는데 잘 자랐다. 감자는 줄기가 커봤자 두 자 안팎이다. 돼지감자는 줄기가 2m 이상 훌쩍 자라고 노란 꽃을 예쁘게 피운다. 마치 작은 해바라기 꽃 같다. 꽃이 지고 나서 가을에 캐보니 한 상자가 넘어 나왔다.

그런데도 먹을 줄을 몰라 그냥 버렸다. 내 어린 시절, 학교 다녀오는 길에 배가 고프면 길 가에 자라던 돼지감자를 캐먹은 기억이 있다. 맛은 별달리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돼지감자를 거두고도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초 아내가 돼지감자를 몇 알 구해왔다. 다른 정보도 함께. 돼지감자는 당뇨에 좋다고 한다. 또 돼지감자는 ‘이눌린’이라는 성분을 많이 갖고 있어 ‘천연의 인슐린’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약으로 먹는 게 아니고 반찬으로 먹는다. 아내는 감자를 채 썬 다음 소스를 넣고 샐러드처럼 만들었다. 한겨울인데도 싱싱한 맛을 볼 수 있어 잘 먹었다. 얻어온 양이 적어 두 번 먹으니 없다. 예전에 버린 돼지감자가 아쉬웠다.

알고 보니 돼지감자는 지천에 널려 있다. 산골이라 그런지 길가에서도 곧잘 돼지감자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는데 가꾸어보니 눈에 들어온다. 묵은 논에 저절로 자라는 돼지감자를 캐 산밭에 심었다. 왠지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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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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