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퐁네프에서 다시 만난 미셸과 알렉스.
“사랑은 침대가 필요한 거야”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미셸은 폭죽이 환하게 터지는 퐁네프 위에서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알렉스도 뒤따라와 함께 춤을 춘다. 이때 음악은 데이비드 보위의 로큰롤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로 바뀐다. 길게 이어지는 춤을 추는 두 사람. 알렉스의 사랑이 미셸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시사한다. 휘황찬란한 불꽃과 광기어린 이들의 미친 듯한 춤. 이를 담아내는 역동적 화면 전환은 ‘미학적이고 개성적인 영상 표현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함께 포도주를 마신 두 사람은 센 강으로 향한다. 알렉스는 보트를 몰고, 미셸은 수상 스키를 탄다. 미셸은 집에서 가져온 아버지(대령)의 권총을 알렉스에게 건네며 “이것 때문에 악몽을 꾼다”며 “센강에 버려라”고 한다. 권총을 건네받은 알렉스는 권총 대신 신발을 강에 던진다. 알렉스는 잠자는 미셸의 머리맡에 사랑을 확인하는 메모를 써놓은 다음 한스에게 가서 “잠이 오지 않으니 수면제를 주세요. 미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한스가 “여기에 사랑은 없어. 사랑은 바람 부는 다리가 아니라 침대가 필요한 거야”라고 대꾸한다.
잠에서 깨어난 미셸에게 한스가 “거리의 생활이란 맞고 강간당하고 또 그것을 잊기 위해 술 마시고 그러다가 폐인이 되는 거야. 넌 죽은 내 마누라와 비슷하게 생겨 자꾸 그녀 생각이 나게 해. 떠나”라고 말한다. 그러자 미셸은 “떠나기 전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고 싶어요. 눈이 좋지 않아 형광등 불빛 아래서는 볼 수 없어요”라며 애원한다.
미셸과 한스는 늦은 밤 박물관을 찾아간다. 한스가 미셸을 목말태우고 미셸은 촛불을 든 채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한다. 캄캄한 박물관 안에서 한스는 미셸을 포옹한다. 다음날 한스는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알렉스와 미셸이 지하철역을 걷는다. 앞을 보기 힘들어진 미셸이 “작은 것은 보이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러자 알렉스는 미셸을 웃기려고 큰 동작의 제스처를 한다. 앞서 걷던 알렉스가 미셸을 찾는 가족들이 내건 포스터가 지하철 벽에 가득 붙은 것을 발견한다.
‘미셸 스타렌. 24세. 1m67cm. 행방불명.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 시력 회복을 위한 새 치료법 발견. 늦지 않으면 회복 가능. 하루가 급함. 조르주 스타렌 대령.’
포스터를 보지 못하는 미셸. 알렉스는 미셸을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포스터를 찢고 불을 붙인다. 지하철 통로가 온통 화염에 휩싸이고, 포스터가 실린 차가 폭발해 포스터를 붙이는 사람에게 불이 옮겨 붙는 엄청난 사고가 난다. 두 사람은 허겁지겁 뛰기 시작한다.
소외된 이들의 치열한 사랑
미셸과 알렉스는 다시 퐁네프로 돌아와 포옹하고 있다. 그 사이 낡은 라디오에서 미셸을 찾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 방송을 들은 미셸은 알렉스가 잠든 사이에 퐁네프의 벽에 이렇게 써놓고 떠나버린다.
“알렉스 널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없어. 날 잊어줘. 미셸.”
이를 본 알렉스는 “아무도 나에게 잊는 방법을 가르쳐줄 순 없어”라고 독백하며 권총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날려버린다.
방화범으로 체포된 알렉스는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시력을 회복한 미셸이 알렉스를 면회 온다. 두 사람은 알렉스가 출감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사를 마친 퐁네프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