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사라진 절대권력 뒤에 남은 역사의 수레바퀴

  • 사진·글 이형준

    입력2006-06-08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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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베이징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자금성과 황성구역.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자금성 관람객들. 그 사이를 줄지어 이동하는 군인들이 이채롭다.

    선통제(宣統帝).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담하게 기록한 자서전 ‘황제에서 시민으로’를 남긴 중국의 마지막 황제다. 이 책을 바탕으로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1987년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바로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다.

    영화는 거대도시 베이징의 다양한 공간 가운데 천안문(天安門) 광장과 낭만적인 여름별궁 이화원(헊和園),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크고 작은 골목 등을 비춘다. 그중 카메라가 가장 오래 머무른 자금성(紫禁城·현재의 공식명칭은 ‘고궁박물관’)은 1908년 세 살에 불과한 푸이(존 론)가 서태후에 의해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 기거한 곳이다.

    자금성 안에서 외롭고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내던 푸이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인교사 레지널드 존스턴(피터 오툴)에게서 큰 영향을 받게 되고, 이후 완정 공주를 황후(조안 첸)로 맞으면서 개혁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1924년 11월 국민당 정부가 자금성을 접수하면서 푸이는 톈진으로 추방당한다.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영화의 주요 촬영장소였던 자금성 태화전과 광장.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자금성 건축물 내부. 성 안의 모든 건축물이 화려하고 웅장하다.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청나라 황실의 여름별궁 이화원. 베이징 중심에서 16km 가량 떨어져 있다.



    황제의 궁궐, 자금성



    자금성에서 영화 ‘마지막 황제’의 흔적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린 푸이가 자금성에 처음 입궐하는 장면이나, 어머니의 부음을 전해 듣고 존스턴 선생이 선사한 자전거를 타고 궁 밖으로 나가려다 제지당하는 장면, 국민당 정부가 자금성을 접수한 후 황후 등과 함께 황궁을 떠나는 장면은 모두 자금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오문(午門)에서 촬영됐다. 지금도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화 장면과 흡사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낙타와 인력거 대신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는 정문을 나서면 태화문(太和門)이 나온다. 태화문에서 바닥 전체에 돌이 깔려 있는 광장을 걷다 보면 중앙통로 좌우측으로 문무백관의 서열을 표시해둔 관직표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푸이가 황제로 즉위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계단 위에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지루하게 이어지는 즉위식에 따분해진 나머지 보좌에서 내려와 문무백관들이 서 있는 곳을 달리던 어린 푸이의 천진한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 떠오른다.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류리창 거리.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자금성 안에서 유일하게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정원 어화원.

    관직표가 세워진 길의 끝에는 주변을 굽어보는 듯한 웅장한 태화전(太和殿)이 서 있다. 자금성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태화전은 황제의 즉위식과 국가적인 축하연이 열리던 장소로, 어린 황제가 신하에게 명령을 내리던 곳이기도 하다.

    태화전 북쪽으로는 건청전, 교태전, 곤녕전이 이어진다. 모두 황제와 황후, 후궁, 시종 환관들이 생활하던 곳이다. 푸이는 황제에 오른 후 이곳에서 황후와 사랑을 꽃피웠다. 영화에서는 이곳에서 옛 황제의 후궁들이 생활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뒤편으로 이어지는 어화원(御花園)은 갖가지 나무와 꽃, 조형물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장소다.

    수백년 세월이 머무르는 옛 상점들

    자금성과 함께 베이징의 신작로와 골목도 베르톨루치의 카메라가 스쳐간 곳이다. 대표적인 것이 황성(皇城)구역과 자금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황실의 여름별궁 이화원. 당시 모습이 잘 보존된 베이징의 관광명소다.

    ‘고궁박물관’이라는 커다란 현판이 달린 자금성 북문을 뒤로하고 도랑을 따라 걸으면 닿게 되는 황성구역은 오래 전에 건축한 가옥이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자금성 북쪽 지역에 전시된 다양한 화포.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자금성 부근 세트장에서 관광객이 황후 복장으로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성구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왕푸징 거리로 이어진다. 왕푸징과 소푸징 거리는 영화 속에서 베이징 대학생들이 개혁과 평등을 주장하며 행진하다 군인들과 대치하던 곳으로, 지금은 주변이 재개발되어 영화 속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베이징의 새 명소로 등장한 이 지역에는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세계적인 명품을 판매하는 쇼핑몰과 세련된 외관의 상점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 보면 21세기 중국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대륙의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류리창 거리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수백곳의 옛 상점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명나라나 청나라 시대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긴 세월 한자리에 서 있는 건축물뿐 아니라 그곳에서 거래되는 물건들도 매우 흥미롭다. 진시황의 무덤에서 발굴된 병마도용, 송나라의 도자기와 명·청대의 희귀하고 호화로운 유물 등 생각도 못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무대 베이징은 변화하는 중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독특한 도시는 이방인이 어느 곳을 방문하든 영화 이상으로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다.

    ‘마지막 황제’의 눈물 서린 베이징 자금성

    1 옛 건물과 새 건물이 어우러진 왕푸징 거리의 번화한 풍경.<br>2 자금성 태화전 내에 보존된 옥좌.<br>3 류리창 거리의 노점에서 방문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여행 정보
    인천에서 베이징까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중국민항에서 매일 6~7편의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약 2시간). 베이징 방문에 꼭 필요한 비자는 체류기간이나 개인·단체 여부 등에 따라 용도에 적합한 것으로 사전에 받아두는 게 바람직하다. 영화의 무대가 된 주요 장소는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치안도 양호하므로, 혼자서 여행해도 크게 불편하거나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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