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로비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관행 전 부장판사, 김영광 전 검사, 민오기 총경(왼쪽부터).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조 전 부장판사는 경기도 양평 TPC 골프장 사업권을 둘러싼 민사소송(골프장 사업계획 승인권 양수도 계약 무효확인 소송)에 개입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부장판사는 2003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를 통해 이 골프장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주)S사의 관계자인 최모씨측으로부터 “승소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S사측은 2005년 7월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 승소했으며 2006년 6월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해당 골프장 운영 사업권과 관련하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S사측은 대법원 판결 직후 골프장 소유주인 ‘피고’ (주)대지개발측으로부터 370억원을 받고 사업권을 넘겼다.
검찰이 확보한 관련자 진술에 따르면 조 전 부장판사는 김홍수씨의 소개로 최모씨를 모 호텔에서 만났으며, 최씨는 금품이 담긴 케이크 상자를 조 전 부장판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가 신용카드로 케이크 구매 대금을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홍수씨는 2001년 10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조 전 부장판사에게 12차례에 걸쳐 2200만원의 용돈과 고가의 가구를 줬으며, 조 전 부장판사의 도움으로 양평 TPC 골프장 소송 승소 이외에도 부동산가처분신청 해제, 보석 허가, 영업정지처분 행정소송 승소를 이끌어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밖에 김홍수씨는 김영광(金榮光·42) 전 검사와 민오기(閔伍其·51) 총경에게도 각각 본인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리와 청부 수사를 부탁하며 1000만원과 3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검사와 민 총경도 구속됐다. 김홍수씨가 법조인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로비를 했다는 추가 의혹이 나오고 있어,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은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전주(錢主)가 ‘추가 의혹’ 제기
이런 가운데 “양평 TPC 골프장 소송 건과 관련해 판사·검사를 대상으로 한 S사의 로비자금이 더 있었으며 총 20억원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에 제출한 ‘수사촉구 진정서’를 통해 이같이 밝힌 증언자는, S사측에 법조 로비 자금 용도로 20억원을 대줬다는 전주(錢主)였다.
양평 TPC 골프장 소송건과 관련, 법조인 대상 로비가 사건화된 것은 조관행 전 부장판사의 1500만원 수수뿐이다. 그러나 이 투자자에 따르면 법조 로비용 자금은 그 10배가 넘게 책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로비용 자금을 직접 제공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인데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 외에도 법조 로비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자인 (주)I사의 이모 대표이사는 8월8일 서울중앙지검에 S사의 양평 TPC 골프장 소송사건과 관련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골프장 관련 법조로비사건과 관련해 조관행 전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이다.
‘신동아’가 최근 입수한 이 진정서에서 이 대표는 “2006년 1월25일 S사측 관계자인 A씨와 브로커로 추정되는 B씨가 내 사무실로 찾아와 양평 TPC 골프장 소송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소송에서 승소해 골프장 사업권을 받을 수 있도록 20억원을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내가 ‘왜 20억원을 대야 하는가’라고 묻자 A씨와 B씨는 ‘그 정도의 돈이 있어야 법관과 검찰 등에 로비를 해 (TPC 골프장의 실제 주인인) 문병욱 회장을 구속시키고, 재판에서도 승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당일 20억원을 지급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