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난 조센진, 일본 아이들이 이유 없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피를 흘려야 했던 소년, 교사가 되고픈 꿈을 태생의 한계 때문에 이루지 못하고 울분을 삼켰던 청년…. 여기서 무릎을 꿇었더라면 지금의 손정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열악한 상황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일본의 제일부자가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다년간의 취재 끝에 내놓은 ‘인간 손정의’에 관한 역작이다. 손정의 사장의 남다른 성공비결은 물론 그가 지향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김영사/320쪽/1만900원
▼ 러시아, 동북아시아 그리고 한국 정태익 지음
외교관은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 어느 전쟁터보다 치열한 현장에 서 있다. 지난 36년간 외교관으로 재직한정태익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는 외교관에겐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익만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정 교수가 현직에 있을 당시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해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한 글들은 외교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모든 나라가 끊임없이 힘을 추구하는 국제정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주 러시아 대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러시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연경문화사/240쪽/1만원
▼ from hyun의 “179가지 아름다운 투자 이야기” 김현 지음
주식시장에 ‘한탕주의’가 만연했던 2000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의 가치투자를 소개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김현씨. 그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홈페이지(www.angeltree.co.kr)를 통해 이야기했던 ‘행복한 투자가의 마음가짐’ 179가지를 책으로 엮어냈다. 분명 투자를 잘해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지만 어려운 증권용어나 복잡한 차트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시처럼 씌어진 투자의 원칙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어떤 모습의 부자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을 비롯해 흑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랄프 분체, 강철왕 데일 카네기의 지혜도 담겨 있다. 엔젤트리/199쪽/1만1000원
▼ 경성기담-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대형 스캔들 10건을 생생하게 복원한 ‘근대 조선의 사생활 역사’. ‘죽첨정 단두(斷頭) 유아 사건’ ‘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 ‘백백교 사건’ 등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엽기 살인사건 4건과 대형 스캔들 6건을 다루고 있다. 당대를 대표하던 민족운동가(박희도, 안기영), 귀족(윤태영, 이인용), 신여성(박인덕, 최영숙)이 주인공인 대형 스캔들의 이면엔 정조와 사랑, 신여성의 이상과 현실 등 근대의 혼돈이 가득하다.
살인사건 하나하나가 극적이기도 하지만 전개과정과 결말엔 하나같이 식민지 조선의 진한 아픔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발굴해낸 저자의 감각이 엿보인다. 1933년 세계적인 치안 상태를 자부하던 경성 시내 한복판에서 몸통 없는 아이 머리가 발견되자 경찰은 ‘마구잡이 수사’를 벌인다. 그 과정에서 경성의 후미진 곳에 얼마나 많은 사체가 암매장되어 있으며 또 얼마나 많은 하층민이 사회의 그늘에서 웅크리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보다 앞서 1931년 조선인 하녀가 일본인 집에서 무참히 살해됐을 땐 범인이 밝혀졌으나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월간 ‘신동아’에 ‘전봉관의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를 연재 중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봉관 교수는 옛글의 문체는 살리고 표현은 현대적으로 바꾸는 시도를 통해 독자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암울한 식민지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살림/348쪽/1만2000원
▼ 조선의 왕후 변원림 지음
기존의 역사서가 대부분 남자들이 쓴, 남자들 중심의 역사라는 데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공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왕 중심의 반쪽짜리 조선사를 보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흔히 왕의 애정에 굶주려 있거나 후궁을 질투해 불필요한 일을 꾸미는 한심한 부류로 비쳐졌던 왕후가 실제로는 역사를 움직인 정치가의 역할을 단단히 했음을 밝혀내고 있다. 또한 입궁에서부터 왕세자빈, 왕비, 왕대비로 이어지는 왕후의 생활상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왕비 37명 중 왕세자빈으로 가례를 치르고 왕비가 되어 대비로 죽은 이가 단 한 명뿐이라는 대목에선 궁내의 세력 다툼이 얼마나 살벌한지를 짐작케 한다. 저자는 ‘역사 속의 한국 여인’ ‘고종과 명성’ 같은 책을 쓴 바 있는 재독 역사학자. 일지사/304쪽/1만8000원
▼ 꿈이 있으면 미래가 있다 강영우 지음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인 강영우 박사의 교육관을 담은 책. 재미동포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최고위직에 오른 강 박사는 최근 미국 루스벨트재단이 선정한 ‘127명의 공로자’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강 박사는 어린 시절 축구를 하다 일어난 사고로 시력을 잃고, 부모마저 세상을 뜨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가난 때문에 숱한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을 사회적 관습이 결정짓는 것을 거부했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뒤 우여곡절 끝에 연세대 교육학과에 입학, 차석으로 졸업하고 한국 장애인 최초로 정부 지원을 받아 미국 유학을 떠나는 기회를 잡았다.
강영우 박사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걷는 장애인을 돕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방면으로 애를 쓰고 있다. 그는 장애인의 대변인이자 연설가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영문판 자서전 ‘빛은 내 가슴에(A Light in My Heart)’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강 박사는 “인물은 길러지고, 명가는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선명한 인생의 비전과 큰 뜻을 품으면 고난과 역경도 기회와 축복이 될 수 있음을 그의 삶이 증명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두 아들은 각각 안과 의사와 변호사로 미국 주류사회에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는 강 박사 자신의 성장 과정과 두 아들을 키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미래 세대를 준비시키는 7가지 교육 원리’가 담겨 있다. 생명의말씀사/302쪽/1만2000원
▼ T-50, 이렇게 만들었다 이정훈 지음
최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미 공군의 차세대 훈련기로 채택할 것을 검토하도록 정식으로 요구한 한국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탄생하기까지의 극적인 과정을 담은 책. 그간 수지킴 사건 등 굵직굵직한 특종을 다수 쏟아냈으며 현재 ‘신동아’ 편집위원으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는 저자는 T-50 사업의 처음과 끝을 지켜본 유일한 기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집필했다고 한다. 책에는 최첨단 디지털 항공 전자 장비를 갖추고 있어 아날로그 시대의 항공기 조종기술에 별도의 훈련을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T-50의 우수한 성능과 함께 한국 항공산업의 가능성을 알리는 내용이 씌어 있다. T-50 개발 중단 위기와 T-50을 둘러싼 제작사 한국항공과 국방과학연구소의 갈등도 상세히 담았다. 지식산업사/416쪽/1만5000원
▼ 카우보이들의 외교사 김봉중 지음
조지 워싱턴, 시어도어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본 미국 외교사. 그러나 전남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 외교의 본질을 꿰뚫을 마스터키를 기대하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장기적인 정책보다 급작스레 터지는 사건을 고비로 요동쳐 종잡을 수 없는 것이 미국 외교의 특징이라고. 저자는 미국이 어설픈 제국임을 꼬집으면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과 국민 여론, 외교 정책 간의 함수 관계에 주목하면 미국 외교의 모호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 외교 정책 또한 미국 내 여론의 흐름과 연관지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푸른역사/472쪽/1만8000원
▼ 르네상스 창녀(전 2권) 사라 더넌트 지음 , 강주헌 옮김
잠자는 애완견과 두 하녀를 배경으로 침대에 누운 여자의 초상. ‘우르비노의 비너스’로 불리는 이 그림은 16세기, 베네치아의 화가 티치아노의 작품이다. 현재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 이 그림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분분하지만 그림의 모델은 창녀였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소설 ‘르네상스 창녀’는 이러한 추측에서 출발한다. 조각 같은 미모로 로마 추기경의 정부(情婦)가 되기에 이르나 1527년 독일과 스페인이 로마를 침략하자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게 된 창녀 피암메타. 고향 베네치아에서 재기를 노리는 그에게 베네치아 최고의 화가 티치아노가 모델이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갤리온/각 232쪽, 248쪽/각 9000원
▼ 남북의 청소년 천정순·조정기 지음
북한에서 11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탈북해 현재 서울 성지중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재직 중인 교사 천정순씨와 잠실중학교 조정기 교사가 함께 쓴 책. 남북한 교육 현장 경험을 토대로 남북한 청소년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정보들을 담고 있다. 첫째 장에서는 북한 청소년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주요 교과서의 세부 내용 및 교육기관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남북한 청소년의 학교와 가정 생활도 비교했다. 둘째 장은 남한에 온 새터민 청소년의 정착 교육 현황을 다루고 있다. 남북한 청소년이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마지막 셋째 장은 남북한이 서로 이해하고 합심할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리했다. 시대정신/256쪽/1만2000원
▼ 매혹과 환멸의 20세기 인물 이야기 이기우 지음
이 책은 20세기를 빚어낸 인물들과 20세기에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을 단서로 20세기 전반을 종횡무진한다. 1부 세계 인물편에서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시작으로 고르바초프, 빌 게이츠, 맬컴 엑스 등 70여 명의 외국인을 다루고 있다. 2부 세계 사건편에서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 O.J 심슨 무죄 평결, 배우 록 허드슨의 에이즈 사망 등을 통해 20세기 세계사를 되짚어본다. 3부 한국편에서는 유치환 김기림 김소월 등의 문인을 비롯해 대도 조세형, ‘큰손’ 장영자를 만날 수 있으며 3·15 부정선거, 영화 ‘쉬리’의 200만 관객 동원 등 독자가 기억해낼 만한 사건들을 정리했다.
알 만한 인물과 사건을 다뤘다고 해서 뻔한 얘기들을 잡다하게 모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63편의 글은 각기 2∼3장을 넘지 않는데, 그 안에 각각의 인물과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을 현장감 있게 담았으며 익히 알고 있는 현상의 이면을 드러내놓는다. 또한 어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독자가 알 만한 명사들이 언급한 내용을 적재적소에 배치, 짧은 글 안에서 여러 인물,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아일보’ 문화전문기자인 저자는 2003년부터 1년간 생몰 인물에 관한 역사 칼럼 ‘책갈피 속의 오늘’을 연재했는데, “시간의 화석이 되어버린 역사의 기록과 문헌에 오늘의 숨결과 온기를 불어넣고자” 한 노력이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황금가지/412쪽/2만3000원
▼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교수신문 엮음
각 대학은 고전 필독서를 선정하고, 고전을 압축 정리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지만 고전은 여전히 읽기 어려운 책이다. 고전을 제대로 읽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번역서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고전 원전의 적확한 해석, 주석과 집해의 충실한 참조, 작가의식과 서술방식에 따른 명확한 이해 등을 번역본별로 비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잣대가 없다. 그런 점에서 ‘교수신문’이 진행한 ‘고전 번역의 추천과 비판’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고전을 치열하게 연구 중인 전공교수들의 의견을 모아 고전 30종을 선정하고, 고전별 번역 실태를 비판했다. 또한 고전별로 최고·추천·비판 번역본을 선정하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생각의 나무/360쪽/1만8000원
▼ 제너럴 패튼 (전 2권) 스탠리 P. 허쉬슨 지음, 전경화 엮음
미국의 영웅 조지 패튼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기갑부대를 이끌고 ‘사막의 여우’ 로멜 부대를 무너뜨리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전투든 최전선에서 대원들을 진두지휘해 신뢰와 존경을 한몸에 받았으며 거칠지만 명쾌한 연설로 부하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한편 독설과 독단을 일삼는 독불장군이기도 했다. 전쟁공포증에 걸린 병사를 구타해 해임당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연합군에 합류한 뒤에도 연합군과 미국 군부로 하여금 경계심을 갖게 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로 패튼 군대생활사는 물론 가족사와 일상사까지 복원해냈다. 이룸/각 612쪽, 572쪽/각 2만3700원
▼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의 서술 전략 진선주 지음
제임스 조이스는 현대문학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꽃피우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 ‘율리시즈’는 현대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꼽힌다. 그러나 난해한 기법과 언어의 실험성 때문에 영어권 국가의 토박이들조차 ‘율리시즈’를 독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대 대학원 시절 ‘율리시즈’를 처음 접한 이래로 40년 넘게 제임스 조이스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조이스가 독창적인 기법의 개척에 힘을 쏟은 이유와 작품에 이용한 서술전략의 실상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려면 서술전략부터 아는 것이 요체임을 깨닫고 책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동인/306쪽/1만5000원
▼ 한국사회 권력이동 박길성·한준 외 지음
소장학자 7명이 참여정부 전후 한국사회의 권력이동 논의를 고찰한 책. 한준 교수는 참여정부의 탄생이라는 대표적인 권력이동이 민주화·세계화·정보화의 기묘한 결합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김선혁 교수는 미국의 네오콘과 중국의 개혁개방주의 세력이 30년에 걸쳐 권력이동을 현실화한 것과 비교해 한국의 386세대는 “리더십, 조직력, 동원력, 단결력이 더 뛰어나지만, 집권을 준비할 기간이 충분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한다. 주택복권이 로또에 권력을 내주는 등의 ‘상징권력’과 미디어 권력 부상, 비정부기구의 권력이동도 살펴본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지나치게 정치적, 당파적이었던 그간의 권력이동 논의를 극복하고, 한국사회 변동을 장기적 맥락에서 살펴보자는 것이다. 굿인포메이션/278쪽/1만4800원
▼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박지향 지음
“영국인들은 흔히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내성적 성향과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있고, 말이 없고 조용한 기쁨을 느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실용주의와 공리주의가 영국인들의 특성으로 언급된다.”
영국인의 국민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논의되고 재구성됐는지를 살핀 책. 저자는 환경, 몸, 신화, 정신의 네 개 범주로 나눠 영국적인 것의 본질을 밝히며, 국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자연환경이 특히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언급한다. 높은 산과 깊은 골이 없는 전원적인 풍경이 질서와 아늑함을 선호하는 국민성을 낳았으며, 변화무쌍하나 극단적이지 않은 날씨는 중용과 금욕주의를 가르쳤다는 것. 이밖에 영국을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브리타니아와 존 불의 역사에서부터, 축구 럭비 크리켓 테니스 골프 등 근대 스포츠 종가로서의 면모, 로빈 후드와 엘리자베스여왕에 대한 국민영웅화 담론의 이면, 보편주의를 추구한 유럽 지식인들과 달리 애국주의적 성향이 뚜렷했던 영국 지식인들의 풍모 등을 살펴본다.
19세기 산업화 이후 영국성의 중요한 내용은 자유를 사랑하고 민주적이고 근면하며, 열심히 일한 대가로 자본을 축적한다는 것으로 채워진다. 저자는 “영국성은 혈통이나 민족 개념이 아니라 자유주의 이념에 의해 정의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특징적이다”라고 평가한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과연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기파랑/536쪽/2만3000원
▼ 과학으로 여는 세계 불가사의(전 3권) 이종호 지음
첨단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는 세계 불가사의의 비밀의 문을 과학에 기초한 가설로 두드려보는 책. 고대 문명 탐사가이자 과학저술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쓰는 글 솜씨로 세계의 미스터리들을 하나하나 분석한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잦은 실종사건은 강력한 전자기장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파라오의 저주는 언론의 과대포장을 의심한다. 나스카 평원의 거대 문양은 2000년 전 열기구를 만든 나스카인의 기술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이밖에 잔다르크와 아서왕 전설, 모세의 기적, 소돔과 고모라, 인간 자연연소, 공중부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문화유람/각 415쪽, 431쪽, 415쪽/각 1만2000원
▼ 테러리즘의 이론과 실제, 알 카에다와 국제테러조직 최진태 지음
2년 전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피랍을 비롯해 동원호 선원 납치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은 테러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님을 확인해준다.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이자 영국 테러리즘 및 국제분쟁연구소 객원 연구위원인 저자는 ‘테러리즘의 이론과 실제’에서 테러의 개념과 발생원인에 대해 살펴보고, 항공테러·자살테러·폭발물테러 등 유형별로 분석해 테러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알 카에다와 국제테러조직’에서는 알 카에다의 전략과 전술 및 국제적인 연계 네트워크를 상세히 설명한다. 미 국무부가 지정한 42개 국제 테러조직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대영문화사/각 434쪽, 233쪽/각 1만8000원, 1만2000원
▼ 한국인에게 고함 이승헌 지음
현대단학과 뇌호흡을 창시한 저자가 국학으로 민족의 중심철학을 세우자고 역설한 책. 저자는 우선 국학과 한국학이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되는 세태를 비판한다. 한국학이 유교나 불교처럼 한국화한 외래문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면 국학은 외래문화로 혼탁해지기 전의 본래적이고 순수한 우리 민족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국학의 뿌리를 일제의 식민사관에 의해 잘려 나간 삼국시대 이전의 우리 역사에서 찾는다. 기존의 유교나 불교보다, 조화와 상생의 치세 철학으로 찬란한 정신문화를 꽃피웠던 상고시대 문화에 주목한다. 그 중심에 자리잡은 천부경사상과 홍익인간정신을 우리 사회의 철학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문화/280쪽/9800원
▼ 빈곤의 종말 제프리 D. 삭스 지음, 김현곤 옮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내린 고금리 처방을 강력하게 비판한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의 저서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제프리 삭스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경제특별자문관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의 빈곤 국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치·문화·기후의 측면에서 발전도상국의 빈곤을 분석한 그는 “기아, 질병,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한 만성적인 성장 정체는 빈곤 국가가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자본의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며 “향후 10년 동안 전세계 부국의 외국원조를 1350억달러에서 1950억달러로 늘린다면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의 극빈층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21세기북스/548쪽/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