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호부터 타릭 후세인씨의 칼럼 ‘타릭의 Outsider’s Insight’를 연재한다. 올 초 그가 펴낸 ‘다이아몬드 딜레마’는 한국의 숨겨진 성장동력을 찾아낸 역작이다. 영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의 잠재력과 문제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찾아내고 조언할 것이다. 그의 첫 칼럼은 한국의 관광산업에 관한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서울 관광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에서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는 한국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기차여행을 즐기려는 배낭 여행자부터 동화 속에나 나올 듯한 노이슈반슈타인 성(城) 같은 명소를 보려는 단체 관광객, 그리고 국제음악축제에 참가하는 젊은 음악인들까지….
독일은 주변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과 함께 세계 10대 관광국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들 국가의 해외관광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웃돌 정도여서, 레저관광산업은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관광수지 적자 줄이는 ‘비결’
그러나 몇 주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을 여행하려는 유럽 여행객을 몇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한국의 관광산업은 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발전이 더디다. 한국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기에는 잠재력이 너무 부족한 것일까.
어떤 이는 한국이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만큼 관광자산이 풍부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남해안의 환상적인 해안선, 제주도나 울릉도, 거제도와 같은 아름다운 섬 그리고 설악산, 북한산처럼 매력이 넘치는 산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감탄하고 만다. 한국의 음식, 고즈넉한 산사(山寺), 예부터 활발했던 중국·일본과의 문화교류, 끊임없이 치러진 전설적인 전투의 역사 등 한국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문화를 알고 체험해 본 사람이라면 한국 역사와 전통의 깊이에 매료되고 만다.
최근 한국이 전자산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음악·영화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관광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는 해외여행으로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뿌리고 온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값비싼 외화를 낭비하고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만 나오면 등장하는 ‘관광수지 적자’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그 규모가 약 6조원(2005년 기준)에 달한다.
관광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외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이다. 한국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세계 인구의 30% 이상이 인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안에 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전체 국제선 도착 승객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프랑스는 약 10%, 작은 나라인 오스트리아도 2.5%).
바로 이웃의 대국 중국의 경제성장이 급속화하는 현 추세를 고려해 볼 때, 앞으로는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 한국의 유명 리조트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온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 성수기에는 숙박객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한국 여행에서 평균적으로 7일 동안 머무르며 1522달러를 소비한다. 이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대만 관광객이 쓰는 돈보다 많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더 오래 머무르며 더 많은 돈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광수지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고 한국경제를 일으킬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접근성, 독특함, 소프트웨어
그러나 관광산업의 잠재력을 인지하면서도 어떤 이들은 여전히 한국이 전자, 자동차, 중공업 분야가 수출을 주도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라고 한다. 지금으로선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다. 저임금 노동력을 무기로 한 국가들이 한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저서 ‘다이아몬드 딜레마’에서 밝혔듯, 중국은 과거 대표 산업이던 노동집약적 경공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자, 자동차, 철강산업이 급부상하면서 한국의 주력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관광산업은 한국의 미래 성장 엔진이자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이 돼야 한다. 그 규모와 의미가 종종 과소평가되고 있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은 800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매우 큰 산업분야 중 하나다.
시간이 없다. 중국은 관광산업에서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현재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세계 10대 관광지 순위 안에 들어섰다.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매년 1억30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 세계 제1의 관광지로 등극할 전망이다.
한국이 관광산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내려면 우선 3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관광지에 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둘째, 아주 독특하면서도 지역특성을 반영하는 컨셉트를 개발해야 한다(물론 지속가능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이 양호해야 한다). 셋째, 관광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인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빠르고 예측가능한 ‘접근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한국의 도로, 기차, 지하철 및 공항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쩌면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요 관광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심각한 교통정체에 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에 들어온 첫 주말에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로 향했던 한 외국인 간부는 부푼 기대를 안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출발했지만 한남대교를 빠져나가는 데에만 2시간을 허비해 계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앞으로 주말엔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싫든 좋든 교통체증을 참아내겠지만 외국 관광객은 바로 발길을 돌리고 말 것이다.
교통체증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장애요소가 된다. 교통체증을 피해 기차를 이용하는 여행객들.
최근 세계적인 리조트 회사가 관광지로서 한국의 잠재력을 평가하면서 서울 근교를 대상으로 2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을 물색했으나 열악한 교통상황으로 마땅한 관광지를 찾을 수 없었다. 이 회사의 아시아 담당자는 “접근성에 대한 해외 관광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공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30분 내에 갈 수 없다면 어느 누구도 해외 관광객을 관광지까지 모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국의 관광지를 아우를 수 있는 유동적인 비행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항을 새로 짓거나, 전세기 이용 허가를 확대하며, 항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최근 유럽의 성공적인 관광지 중 하나는 주변에 위치한 군사용 공항을 전세기용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
한국의 컨셉트는 한국적 특색이 반영된 독창적이고 통합적인 것이어야 한다. 지역화는 외국 브랜드의 단순한 모방 수준에 그치는 것을 탈피해 그 곳만의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한국 특유의 볼거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람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 브랜드에만 집착해서야…
게임을 국가의 강점 요소로 포함시키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관광객을 끌어들일 다양하고 세련된 이벤트, 이와 어울리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 관광지의 핵심 요소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한국 선두 그룹의 한 게임 회사는 이미 그런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그 회사의 신사업담당 임원은 “큰 규모로 게이머들을 모두 모으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지역 특성을 찾아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남해안에 위치한 군청과 함께 일하는 관광개발 컨설턴트는 500년 전 이순신 장군이 그 지역에서 이뤄낸 업적을 기리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군청에서는 지역의 풍부한 역사자원을 그러한 방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로는 에듀테인먼트(놀면서 자연스럽게 교육효과도 얻는 것) 컨셉트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이 교육에 쏟아붓는 열정(GDP 대비 교육비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을 고려할 때 이를 활용한 관광지는 분명히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실제로 어느 한국인 투자자는 세계적 수준의 생명과학을 주제로 한 에듀테인먼트 컨셉트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야말로 양질의 에듀테인먼트 컨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며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여러 아이디어들 중 한국인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것을 개발하기만 한다면 이는 성공의 보증수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만약 이러한 컨셉트가 한국의 부모, 자녀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다면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손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광명소를 만드는 것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복잡하면서 위험부담도 크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육성함으로써 기적적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웠지만, 이는 상품을 다른 국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공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은 이 같은 방법을 관광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관광지는 골프장인데, 아직도 한국인은 “골프장만 만들면, 사람이 오겠지” 하는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판단하기에 골프장 자체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골프장만의 독특한 컨셉트와 높은 수준의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세계 챔피언급이다. 초현대식 교통수단과 통신기간망 구축, 산업단지의 계획과 운영, 컴퓨터 칩을 더욱 작고 빠르게 만드는 것은 모두 한국 고도성장 경제 모델의 트레이드마크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에서는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바로 이 점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일은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관광지와 음식점에서 얼마의 돈을 쓰는지, 관광지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지 등을 알아내야 할 것이다. 세계 정상급 관광명소들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한다. 게다가 관광산업은 관광상품과 사업제휴를 기반으로 더욱 번성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저렴한 상품만이 경쟁력 있다’는 슬로건 아래 성장했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성패는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해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드느냐에 달렸다. 필자가 오스트리아의 웰니스(wellness) 리조트에 머물렀을 때 주변 유명 관광지를 안내하는 팸플릿을 받았는데, 호텔 가격표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시간에 따라 철저하게 차별화되고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었다.
이러한 상품을 개발하려면 고객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심지어 경쟁사와도 다방면에서 제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제휴란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 스폰서 협약부터 복잡한 공동투자까지를 포함한다. 세계 정상의 관광·레저 회사들은 이런 모든 것을 활용한 다양한 제휴를 맺는다. 가령 아기 로션을 만드는 회사와 식품회사가 테마파크 전체를 지원하거나 불가리(Bulgari) 같은 고급 브랜드가 그들의 이름과 디자인 기술을 고급 아파트와 호텔에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제휴는 상생의 마음가짐, 상호이익을 이끌어내 타협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을 종종 나약함의 표시로 여기는데, 이는 한국의 전통적 기업 경영방식의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단지 몇몇 한국인만이 고객 이해, 마케팅과 상품개발, 제휴 등의 분야에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에서 경영이 가능한 매니저, 더구나 영어나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매니저를 한국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고도의 자질을 갖춘 전문가는커녕 기본적인 훈련을 받은 스태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유명 골프 리조트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자질을 갖춘 호텔관광 매니저 인력 풀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나는 우리 리조트에서 모든 종업원을 일일이 교육해야 한다. 이는 엄격한 학원교육과 실습교육을 밟아야 하는 미국, 유럽의 매니저 스쿨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호텔에 근무할 때 주방, 객실청소까지 모든 부서를 돌며 일하는 것을 배웠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덕분에 이제는 부하직원들에게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하는지 혹은 그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게 됐다. 한국도 현장 실습과정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일류의 관광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단지 ‘좀더 열심히 하자’ 혹은 ‘하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보다는 마음가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관광·여가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정부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며, 고위 관직에 자질을 갖춘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더 많은 개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규제완화도 절실하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는 한국의 잠재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결정적 요소이다. 이들의 투자는 자금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중요성이 부각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전수하는 역할로서 필요하다.
관료들이여, 좀더 똑똑해져라!
요즘 외국인은 정부의 관료주의나 규제를 극복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글로벌 부동산 회사의 경영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권을 가진 사람은 정부 관료들이다. 나는 긴 시간을 수많은 정부 관료와 이야기하는 데 보낸다. 그리고 종종 서로 다른 부서에서 서로 다른 답변을 받는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대규모 프로젝트에 따르는 투자, 일자리, 세수(稅收) 창출 효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공공과 민간 영역의 제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정부 관리들은 사회적 평판과 겉으로 보이는 ‘큰 악수’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한국에 유치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좋은 예일 것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부서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강력한 브랜드 네임은 고위 관료의 자아도취에 제격이기 때문에 디즈니 같은 브랜드 인지도가 뛰어난 회사들만 쫓아다닌다”고 했다.
서울과 부산, 제주도, 인천이 디즈니나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의 세계적인 테마파크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좋은 예다. 지역적 성향이나 독특한 잠재성의 개발은 뒷전으로 미룬 채 말이다. 한국의 정부 관료들은 직급을 막론하고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좀더 현실적인,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을 이뤄야만 한다.
성공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쇠는 지방정부들과의 다양한 파트너십이다. 한국에서 종합적인 관광지역으로 만들 만한 여건을 갖춘 곳 중 하나가 아름다운 경관을 보유한 남해안 지역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으며, 유람선으로 연결된 새로운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세계 여러 곳에 이러한 모델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과거에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및 여러 시군이 남해안 관광벨트 사업을 추진했다. 그들의 꿈과 포부는 컸으나(5조원이 넘는 투자규모) 결국 내분으로 무산됐다. 어느 지방정부의 수석고문은 “모두 대규모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지만, 특색없는 사업계획, 충분한 타당성 검토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사업추진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탄식했다.
민간분야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많은 관광 관련 계획이 입안되고 있지만 실제로 재원 조달에 성공하거나 개발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대개의 경우 컨셉트 자체가 그다지 독특하지 않으며, 욕심만 과하거나 그것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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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잠재력, 그러나…
또 하나의 어려움은 한국의 투자자들이 관광 및 레저 프로젝트에 대해서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들은 오직 아파트 단지 혹은 골프장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한국의 유명 건설회사의 한 CEO에게 가장 선호하는 투자 프로젝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나는 오직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사업에만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는 아무리 좋은 컨셉트와 투자가 수반되더라도 실현되기 어렵다. 이는 회사 자체로도 손실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항공사 잡지에서 본 ‘Become part of Korea’라는 한국관광공사의 광고가 현실화 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그날 비행기 안에서 한국을 찾는 유럽인의 숫자를 고려해 볼 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