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이상 장년층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눈높이를 맞춘 제품이나 삶의 질을 높여줄 여가문화 등 시니어 산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시니어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통해 시니어 사업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가 생겨나 눈길을 끈다.

최근 일본 내각부에서 펴낸 ‘2005년 일본 고령화사회 백서’의 고령화사회 대책 대강령 기본자세 제1항을 보면 이렇다. ‘고령자는 건강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다는 획일적인 고령자상(像)에 얽매이지 마라. 고령자는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경제적으로 풍족해졌고 다양한 실태가 있다는 것에 입각해 정책을 전개하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도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시니어 세대’라 불리는 5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를 넘어섰다. 2010년이면 31%에 달할 전망이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비율로만 따지면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처럼 시니어 세대 인구가 늘어나면서 최근 시니어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시니어 시장의 규모는 2000년 17조원에서 지난해 27조원으로 늘어났으며, 2010년에는 약 4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은퇴시기를 맞는 2008년부터 시니어 시장이 꽃피우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세대는 재산도 어느 정도 축적한데다 국민연금을 본격적으로 수령하는 세대여서 그만큼 구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시장의 구성원들은 구매력에서 다른 어떤 계층보다 안정적인 소비자군(群)이다. 2000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대는 20대 이상 성인 세대 중 총소득과 저축액은 물론 소비 지출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대도 총소득은 다른 세대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순 저축액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시니어 세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돈을 쓰지 않았다. 재산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돈 쓸 줄 아는 ‘TONK族’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통크(TONK·Two Only No Kids)족’이라고 해서, 자녀가 분가하면 부부 단둘이 독립된 생활을 하는 시니어 부부가 늘고 있다. 그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 한다. ‘돈을 모을 줄만 알고 쓸 줄 모르던’ 시니어들이 이제는 ‘돈을 쓸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시니어 세대는 소비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연기획자들은 “입장료가 10만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이나 공연은 시니어 계층을 잡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니어 세대와 관련된 전문 비즈니스 마케팅 컨설팅 기업이 등장해 시선을 끈다. 국내 유력 PR회사 (주)KPR과 일본의 대표적인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기업인 (주)시니어 커뮤니케이션이 합작 설립한 (주)시니어 파트너즈(대표CEO·성병철, COO·염기훈)가 그 주인공. 이 회사 성병철 대표는 “아직은 시니어 마켓이 영 마켓(Young Market)보다 크지 않지만 앞으로 시니어 마켓 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이기에 시니어 파트너즈의 설립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시니어 파트너즈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시니어 비즈니스 컨설팅 사업이다. 시니어 시장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시니어 대상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다. 둘째는 커뮤니티 사업이다. 오는 9월,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전용 포털사이트 ‘더 시니어(The Senior)’를 열 예정이다.

성병철 (주)시니어 파트너즈 대표 “시니어가 활기차고 즐겁게 사는 사회 만들 터” 시니어 파트너즈 성병철(52) 대표는 그 자신이 시니어이면서 시니어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자문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동안 그 답을 풀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 아닐 수 없다”는 것. 최근 언론매체마다 고령화에 관한 특집을 내보내는 등 고령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나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는 크게 부족하다고 성 대표는 지적한다. “개인적인 대책은 더욱 부족합니다. 평균 수명이 79세라고 하는데, 보통 55∼60세에 은퇴하잖아요. 그러면 남은 인생이 20∼25년입니다. 20년 동안 수면과 식사시간 같은 생활 필수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하루 약 10시간)을 모두 합치면 7만시간 정도 됩니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받은 모든 수업시간의 3배며,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취직해서 퇴직할 때까지의 평균 업무시간과 비슷합니다. 이처럼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이것이 바로 시니어들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는 여행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가끔 봉사활동을 한다 해도 그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니어들도 충분히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한 중견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을 스카우트하면서 나이를 문제 삼은 일이 있다. 아무리 능력 면에서 검증받은 후보자라도 50대 중반 이후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50세가 넘으면 기억력이 나빠져 사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면 손에 때를 묻히고 일하기보다 안주하려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성 대표는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반박한다. “시니어 세대들이 점점 사회에서 밀려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젊은 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유익한 기술과 풍부한 비즈니스 경험을 갖춘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관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 소중한 자산을 이 사회에 되돌려주고, 이를 통해 시니어 세대가 더욱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 6개월간 공백기가 있었다는 그는 “그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시니어들이 모여 시니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처럼 때로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있잖아요. 그럴 때 같은 것을 하기 원하는 시니어들을 묶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도울 겁니다. 시니어들이 마음 붙일 수 있는 친구가 될 것입니다.”

시니어 전용 포털사이트 개설

성 대표에 따르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회원들의 소비 행태 등을 설문 조사해 컨설팅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커뮤니티 사이트 ‘더 시니어’는 마스터 회원과 시니어 회원으로 구성됩니다. 시니어 회원은 일반 회원이고, 마스터 회원은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스터 회원은 다양한 사회 경험과 풍부한 소비 지식을 가진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각 분야에 뛰어난 식견을 가진 마스터 회원이 작성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니어 마케팅과 컨설팅의 기본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시니어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개발·판매하는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시니어의 활기찬 생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미나 등 각종 시니어 관련 이벤트를 실시하며, 시니어 관련 전문 서적 출간도 예정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일본 시니어 커뮤니케이션에서 출간한 ‘도시형 시니어 마켓을 노려라’를 번역한 ‘50·60대 마음을 읽어라’(휴먼비지니스)가 8월 중 출간된다.

시니어 산업의 사업 파트너

시니어 파트너즈는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 실제로 그 전략을 실행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사업 파트너가 되어 도와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컨설팅 기업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마케팅 컨설팅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은 시장조사, 사업전략 입안, 마케팅 전략 입안 등에 한한다. 그런데 시니어 파트너즈에서는 그 같은 서비스는 물론, 더 나아가 커뮤니티 회원 조직을 통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지원부터 판매지원, 운영지원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시니어 파트너즈의 일본측 파트너인 시니어 커뮤니케이션은 2000년부터 시니어 관련 비즈니스를 펼쳐오면서 1800건 이상의 조사 데이터와 1300개 기업의 네트워크, 120회 이상의 컨설팅 경험을 축적한 기업이다. 따라서 시니어 파트너즈는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한 일본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국의 실정에 접목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난 4월 설립된 시니어 파트너즈는 9월 중에 시니어 전문 커뮤니티 ‘더 시니어’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향후 계획에 대해 염기훈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니어 산업은 크게 6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거와 시설 ▲의료와 요양 ▲용구와 용품 ▲금융과 보험 ▲재가(在家)복지 서비스 ▲여가와 정보가 그것입니다. 이 중에는 이미 많은 기업이 진출한 분야도 있고 아직 초보적인 분야도 있습니다. 우리는 각 분야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우선 초보적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진출한 분야는 차별화된 선진 사례를 접목해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모든 시니어 관련 기업의 파트너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