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칙칙한 위선의 껍질을 벗겨내는 힘이 있다. 술에 의해 발가벗겨진 본성은 그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술과 잘 사귄 해피 드링커(happy drinker)의 술잔엔 사랑과 여유가 넘친다. 술이 섹스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근심과 걱정의 찌꺼기, 미움과 원망의 앙금이 술에 용해되어 오직 섹스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이란 잘 다루기만 하면 즐거움을 곱절로, 슬픔을 반분하는 인생의 좋은 친구다. 반면 술과 잘못 사귄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에겐 술이 파멸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만용을 부추겨 파괴를 선동하거나 불치의 상병으로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가까이는 주변에서, 멀리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술로 말미암은 인간의 흥망성쇠를 보아왔다.
술과 담배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술은 백약의 장(長)이요 만병의 근원으로 일컬어져왔고, 담배는 백해무익한 건강의 적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밝혀진 의학적 견해다. 그래서 술과 담배의 해독에 대한 수많은 위협성 경고에 우리는 꽤 익숙해져 있다. 금연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필사적이라 할 만큼 담배의 병폐를 외치고 협박(?)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술과 담배를 예찬하며 지지하는 적극적인 애연·애주가도 있고, 그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습성이 된 신체적 욕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중독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술과 담배는 남성 기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적당한 술은 남자의 성에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다. 성욕을 증가시키고 성 실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남성의 성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근심, 걱정,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억제 요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사정(射精)의 타이밍을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음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성적 각성 및 극치감이 감소되고 발기력이 감퇴할 수 있다. 중추의 도파민계에 대한 알코올의 급성효과 때문이다. 술을 이용한 ‘하이파이(high fidelity) 섹스’는 자신만의 음주 패턴이 정립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또한 상습 음주는 남성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방해하며 신경 손상을 야기한다.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낼 때 필요한 보효소(補酵素)가 체내에 들어간 알코올을 분해하는 대사에 쓰이면서 테스토스테론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
또 알코올이 직접 고환 장애를 유발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과도한 음주는 간장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남성 호르몬 결핍을 부채질한다. 알코올 중독이 정신적 문제를 동반해 성기능 장애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발기가 신경혈관학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습관적 음주에 의해 손상된 신경 때문에 발기부전을 감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한 요인만으로 남성 성기능 장애를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남성 성기능 장애는 대부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기능을 훼손시키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하나 둘 누적되면 남성 성기능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흡연자의 말초혈관은 혈액 속에 흡수된 니코틴 때문에 비흡연자보다 혈관 벽이 두껍고 딱딱하며, 혈관이 막혀 발기력이 떨어진다. 성적으로 정상인 남성의 흡연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발기부전증을 일으킬 위험인자를 가진 남자가 흡연할 때엔 발기력이 급속하게 무너진다. 당뇨병, 동맥경화증,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이 발기력을 훼손시키는 질병을 가진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발기부전증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는 말이다. 술과 담배는 남성의 임신 능력을 저해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이 정자 형성에 필요한 비타민A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음주와 흡연은 정자의 생산과 정자 기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져 임신이 어려울 때 금연, 금주를 실행하면 정자의 운동성이 개선되어 임신이 성사된 실례도 있다.
술에 취하면 페니스도 취해 제멋대로 행동하고 정자도 따라 취해 제 할일을 유기한다. 상습적인 흡연자의 정자와 페니스는 담배연기에 질식되어 고유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술은 사랑을 가꾸는 미약일 수도 있지만 음주 방식에 따라 사랑의 기쁨을 빼앗는 독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단 발기력에 탈이 났다고 자각하는 순간이 바로 금연, 금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