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느껴진 전율, 마음 깊숙이 다가온 그 소리를 지금껏 잊을 수가 없다. 자연히 이때부터 해금 연주곡을 많이 듣게 됐고, 누군가 해금 연주곡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정수년과 김애라의 음반을 꼽곤 했다.
20여 년 동안 해금 외길을 걸어온, 해금의 홍보대사라고 할 만한 김애라가 최근 음반 ‘Scent of Wind’를 발표했다. 궁중음악인 정악과 서민적 음악인 민속악 두 장르에 모두 능통한 김애라는 관현악단과의 수많은 협연은 물론, 드라마, 뮤지컬 공연 등을 통해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Scent of Wind’는 그의 1집 ‘In Loving’과 2집 ‘My Story’를 능가하는 앨범이다. 처연함을 자아내는 그만의 테크닉과 함께 초월감마저 느껴지는 해금의 신비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신보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프로듀서와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순수한 해금의 소리가 따스한 느낌의 피아노 연주와 조화를 이루니, ‘천상의 하모니’가 떠오른다.
‘Scent of Wind’는 스탠더드 넘버(대중 명곡)와 이사오 사사키의 오리지널 곡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교차하는 신보에는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 얀니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Sunflower’,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운 음성으로도 유명한 ‘Moon River’등의 영화음악이 실려 있는데 이사오 사사키의 편곡과 해금만의 독특한 음색으로 새롭게 빛난다. 이루마의 ‘I’, 이사오 사사키의 ‘Midnight’ ‘Ophelia’ 등의 오리지널 곡 또한 음반의 볼륨감을 풍성케 한다. 김애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람을 가르고 초원을 휘가르는 소리’가 담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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