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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연구

차기 일본 총리 물망, 아베 신조 관방장관

근친혼 불사하는 순혈 우익가문 귀공자, 한·중에 ‘비호감’, 脫亞入歐 고수할 듯

  •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정치 khyang@mail.skhu.ac.kr

차기 일본 총리 물망, 아베 신조 관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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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장관은 매우 높은 수준의 핵심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는다.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의 청와대 비서실 인력이 650여 명인데 의원내각제인 일본 총리실도 각 성청에서 파견된 700여 명의 비서진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의원내각제 일본의 총리 관저는 청와대와 견주어 정보와 정책, 조직, 재정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총리 비서실이 유명무실하던 과거와는 판이하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들어서면서 총리실과 내각 관방장관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총리 관저 주도형’ 정책결정이 두드러졌다. 아베는 총리 관저를 수시로 드나들며 고이즈미식 ‘관저정치’의 2인자 노릇을 해왔다.

언제부턴가 일본 유권자들은 젊고 신선한 이미지의 지도자를 선호하게 됐다.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미디어 정치’가 득세하면서 외모가 준수하고 귀족가문 등 ‘스타성’을 갖춘 정치인이 인기를 얻게 된 것. 또한 일본의 새로운 정치세대는 과거보다 미래에, 동북아보다 미국과 유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아베는 이렇듯 달라진 유권자 취향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는 평이다. 고이즈미(영국 런던정경대 출신)에 이어 아베(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도 영미적 세계관(觀)에 익숙하다.

한국, 중국, 일본 정치권은 모두 세대교체의 과정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고이즈미 수상은 세대교체 바람의 산물이다. 그러나 일본에선 특이하게 이러한 세대교체가 정치 기득세력의 2세, 3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고이즈미 현 총리뿐 아니라 아베, 아소, 후쿠다 등 차기 총리 후보군(群) 모두 기존의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정치 명문가 출신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의 거의 4할에 육박한다.

‘개혁 계승자’ vs ‘역량 미흡’



특히 집권 자민당에는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고 가문에서 재정적 도움도 얻는 ‘귀공자형 의원’이 많다. 이들 정치 귀족과 재계, 고위 공직 집단, 언론계는 혈연·혼맥·학연으로 일체화해 일본을 이끄는 주류 계층을 형성한다. 아베 역시 아버지가 사망하자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어머니 가문의 지원을 얻어 의원이 됐다.

이처럼 정치권력의 세습이 일상화되어 있어 일본에선 자수성가한 서민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수의 기득권 가문이 권력을 독점함으로써 일본사회의 활력이 저하되고 서민층 등 사회 약자 보호에 취약점을 드러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가 대중정치가로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은 2004년이다. 당시 아베는 참의원선거 지원 사령탑인 자민당 간사장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운 좋게도 그때까지 자민당 주류이던 다케시타(竹下)와 하시모토(橋本) 파벌이 사분오열되어 더는 총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모리파의 청화회(淸和會)가 신흥 주류로 등장하면서 모리파벌이면서 핵심요직인 자민당 간사장을 차지한 아베는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은 아베를 지지하는 이유로 대(對)북한 강경자세(42%), 구조개혁을 계속 추진할 것 같아서(19%)라는 답을 내놨다. 아베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에서 정치가를 투쟁하는 정치가와 투쟁하지 않는 정치가로 양분한다. 이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행동하는 정치가가 위대한 인물이며, 자신도 항상 투쟁하는 정치가로 남아 있고 싶다고 썼다. 국민 사이에선 “‘외로운 늑대’ 고이즈미가 자민당을 파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구조개혁을 단행했다면 미진한 구조개혁 작업은 아베가 계승해 완수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번지고 있다.

고이즈미가 ‘내정형’이라면 아베는 ‘외교형’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베는 일본정부의 개혁 작업에도 직접 관여해왔다. 그는 도로공단 등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주도해 매년 1조4000억엔의 세금을 절약했다. 단 1엔만 있으면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회사등기 요건을 완화했고, 재도전 사업을 통해 실업자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아베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후생연금이 확대 적용되도록 각계에 요청하기도 했다. ‘귀공자여서 서민의 아픔을 알 리 없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아베는 정부 각 부처와의 업무조정을 담당하는 자신의 비서관에 고졸 철도원 출신 이노우에 요시유키(井上義行)를 임명했다. 아베는 배고픈 대학생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에게 과외를 받으면서 서민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다닌다. 훗날 히라사와는 자민당 의원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단편적 경험일 뿐이다. 아베가 구조개혁을 추진할 역량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아베가 총리 취임 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고가 마코토(古賀誠) 등 자민당 내의 노회한 중진의원들을 설득하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복잡한 사안을 단순명쾌하게 정리하면서 인기를 누린 고이즈미와 비교하면, 아베는 정책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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