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호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진정인 김성래(전 썬앤문그룹 부회장), 옥중 편지에서 ‘말바꾸기’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mshue@donga.com

    입력2006-09-13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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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래, “비자금, 가압류 해지에 모두 사용”
    • 검찰 조사에선 “정치권에도 유입”
    • 농협 “해지 정상처리…돈 받은 적 없다”
    • 대통령 측근 “60억원 통장 모른다”
    • 검찰 60억 계좌 수사 중…야당은 의혹제기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이 ‘신동아’에 보내온 옥중 편지(앞)와 60억 임출금 계좌 복사본(뒤).

    검찰은 “2003년 2월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이 관리하던 차명계좌에서 비자금 60억원이 빠져나갔다”는 김성래(수감 중) 전 썬앤문 부회장의 진정서(지난 5월 검찰에 접수)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김 전 부회장이 “이 자금 중 일부는 정치권 실세에게 제공된 것으로 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측이 자금 사용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병욱 회장은 노무현 후보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이광재 의원에게 1억원의 불법자금을 주는 등 노 후보측에 몇 차례 금품을 제공했으며, 노 후보 측에게 수십억원대의 감세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부회장은 60억원 비자금 통장의 존재 및 이 돈의 용처와 관련해 ‘신동아’에도 지난해 12월8일자로 작성된 본인의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 김 전 부회장이 검찰에 진정을 내기 수개월 전의 일이다.

    2005년 말 씌어진 편지



    최근 들어 검찰이 썬앤문 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김 전 부회장의 주장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데다 옥중 편지 내용 중 일부는 실제 발생한 공적인 사안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의혹 해소 및 추후 검증 차원에서 편지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다.

    이와 관련, 공공기관인 농협이 119억원의 대출 채권을 보존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인 문병욱 회장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해지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김성래 전 부회장의 진정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거액대출 회수 문제 등 공익과도 관련된 것이므로 경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김 전 부회장의 편지 중 이처럼 공익 문제와 관련된 내용 일부를 공개하는 것은, 김 전 부회장의 주장이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다고 해서 그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의 검찰 진술과 수개월 전 씌어진 옥중편지의 내용을 비교해 그의 의문 제기에 일관성, 신뢰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려는 뜻도 있다.

    김성래 전 부회장이 ‘신동아’에 보내온 편지엔 한 계좌의 거래내역 복사본(앞장 배경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검찰이 현재 그 실체를 규명하려는 ‘60억원 차명 비자금 계좌’다. 모 은행 서울 남부터미널 지점에서 개설된 것으로 조회된 기간은 2003년 1월1일~12월13일이다. 큰 단위의 돈 거래는 2003년 2~3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잔액 0원’이던 이 계좌로 2월11일~12일 이틀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총 60억원이 입금됐다. ‘입금의뢰인 성명’란에는 ‘문병욱’이라고 적혀 있다.

    다음날인 2월13일 27억원이 출금되었다가 같은 날 같은 액수가 입금됐다. 2월14일에도 27억원이 출금됐다가 다시 입금됐다. 2월17일에 또 27억원이 출금됐다가 2월19일 같은 액수가 입금되어 잔액 60억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다 2월21일 역삼동 지점에서 60억원이 한번에 ‘현금 출금’으로 빠져나갔다.

    이 계좌의 입금의뢰인 성명란에는 문병욱이라는 이름이 두 번, 대지개발(문병욱 회장 소유 썬앤문 그룹의 계열사)이라는 이름이 한 번 기록돼 있다.

    김성래 전 부회장은 편지에서 “이 통장은 문병욱 회장의 차명계좌 통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검 한 관계자가 계좌추적을 요구했으나 좌절된 통장이 이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2004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당시 특검 관계자가 ‘썬앤문 게이트’와 관련해 이 계좌를 조사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재 이 계좌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핵심 규명대상은 ▲계좌 개설자 ▲(차명계좌라면) 실제 돈을 입출금하며 사용한 사람 ▲입금된 돈의 출처와 출금된 돈의 사용처다.

    우선 ‘계좌 개설자’ 및 ‘실제 사용자’와 관련해 문병욱 회장의 한 측근은 “(주)P사측이 이 계좌의 주인이다. P사 소속 J씨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 회장 측근에 따르면 “2002년쯤부터 대농 인수를 추진하면서 문 회장, 김 전 부회장 모두 J씨와 서로 알고 지내게 됐다”고 한다.

    한 지점서 60억을 현금 출금?

    “문 회장이 사업 건으로 만나게 된 J씨로부터 이 통장을 건네받아 차명계좌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문 회장 측근은 “이 계좌는 김성래 전 부회장이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이 복사본을 갖고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복사본에 따르면 계좌내역을 조회한 시점은 2004년 6월4일 16시55분이다. 이 시기 김 전 부회장은 수감 상태였기 때문에 누군가 대신 계좌 내역을 조회해 그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왜 계좌 내역을 출력해 전달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입금된 돈의 출처와 출금된 돈의 사용처’ 문제의 경우 우선 복사본에는 이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돈이 입금된 상대 계좌번호 3개가 기록돼 있다. 이들 이체 상대 계좌의 주인을 찾는 것은 돈의 사용처 규명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대목은 2003년 2월21일 해당 은행 역삼동 지점에서 ‘현금출금’ 형식으로 빠져나간 60억원의 행방이다. 60억원을 말 그대로 현금으로 출금할 경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은행 한 지점에 60억원이라는 현찰이 비치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60억원은, 1만원권으로 담으려면 사과 상자 수십 개가 필요할 만큼 부피가 크고 무게도 엄청나다. 수송하기 위해선 트럭이 동원돼야 한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이 계좌 복사본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폐로 출금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장 간편하고 일상적인 방법은 수표로 인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실제로는 A계좌에서 B계좌로 자동이체를 한 것임에도 전산 기록상에는 ‘현금 출금’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현찰로 인출한 것이 아니라면 검찰이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병욱 회장 측근은 “김 전 부회장이 제시한 것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다.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래 전 부회장은 인출된 60억원이 문 회장의 비자금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검찰에서 “일부는 정치권 실세에게 건네졌고 일부는 농협측에 전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60억원이 인출된 2월21일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일 직전(4일 전)이긴 하다.

    ‘편지’와 ‘검찰 진술’ 달라진 듯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옥중 편지에선 60억원의 사용처와 관련해 “농협 가압류 해지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전 부회장의 편지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문병욱 회장의 차명계좌 통장입니다. 당시 문 회장은 현금이 총 60억원뿐이었습니다. 6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한 출처만 계좌 추적해, 문 회장과 농협 한 간부가 합의금으로 주고받은 사실만 나오면 저는 무죄로 석방될 수 있습니다.

    2003년 3월17~20일 농협 간부와 문 회장 사이에 합의가 됐습니다. 2003년 3월14일 밤 10시 저와 문병욱 회장이 통화할 때 문병욱 회장은 ‘농협에 삼분의 일을 지급해야 양평TPC 골프장(문병욱 회장 소유 썬앤문 그룹측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가압류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농협은 115억3200만원을 다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50억~60억원을 받고 합의를 하였기에 가압류를 해지해 준 것입니다.”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경기도 양평군 소재 양평TPC 골프장 전경(골프장 홈페이지).2

    A4용지 6장 분량의 김 전 부회장 편지는 60억원의 사용처를 이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돈이 정치권으로 갔다’는 얘기는 일절 없다. 구체적 표현과 전체적인 문맥상 ‘60억원 비자금 계좌는 가압류 해지에 쓰인 것’으로 되어 있다. 김 전 부회장의 말이, 옥중 편지와 이후의 검찰 진술(‘농협에도 전해졌고 정치권 실세에게도 전해졌다’)에서 달라진 셈이다.

    김 전 부회장이 편지에서 거론한 ‘농협 가압류 해지’ 건은 ‘신동아’ 2004년 3월호가 최초 보도해 파장을 낳았던 사안이다. 농협중앙회는 2002년 12월4일부터 2003년 3월17일까지 썬앤문 그룹 계열 대지개발(주)이 발행한 양평TPC 골프장 회원권 매수자 39명에게 120억3000만원을 대출했다. 서류상으로는 대지개발이 120억3000만원 전액에 대해 보증을 섰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가운데 37건, 115억3200만원은 김성래 당시 썬앤문 그룹 부회장이 서류를 위조해 사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그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그의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기소 당시엔 김성래 부회장과 썬앤문측이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거액의 대출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농협중앙회는 일단 채권을 확보해두는 차원에서 2003년 4월2일 수원지법 여주지청에 대지개발 소유 경기도 양평군 소재 양평TPC 골프장 부지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농협측은 6월초 양평TPC 골프장에 대한 가압류가 해지되도록 했다. 농협측이 채권 확보 차원에서 가압류해놓고 그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모양새가 돼 주변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출서류에 따르면 대지개발은 보증인이다. 당시엔 그 서류가 위조됐는지, 대지개발은 전혀 책임이 없는지에 대해 최종 결론(대법원 판결 등)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농협의 한 간부는 당시 국회에 출석해 “가압류 해지는 법원이 결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더욱 커졌다. 당시 ‘신동아’가 입수한 2003년 6월2일자 농협중앙회의 ‘제소 포기 승인’ 서류에 따르면, 양평TPC 골프장이 가압류된 뒤 대지개발측은 “가압류 처분이 부당하다”며 여주지원에 이의신청을 냈는데, 농협측이 응소를 포기함으로써 가압류가 해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성래 폭로, 파장은 큰데…

    김성래 전 부회장 편지는, 농협측이 2003년 6월께 문병욱 회장측 재산에 설정된 가압류를 풀어준 것은 문 회장의 비자금이 농협 간부에게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농협의 가압류 해지 건은 향후에도 진상이 더 명확히 규명될 필요가 있는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의 이 같은 편지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이 제시한 계좌 복사본에 따르면 60억원이 인출된 시점은 2003년 2월21일. 그런데 문병욱 회장과 농협 간부가 50억~60억원을 주고받기로 합의했다는 시점은 같은 해 3월17~20일이다. 김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문 회장의 돈 60억원이 합의금으로 농협 간부에게 건네졌다면, 합의 후 문 회장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어야 한다. 그런데 복사본에 따르면 합의가 있기 한 달 전에 돈이 모두 계좌에서 인출된 상태였다.

    문 회장과 농협 간부가 합의했다는 시점과 가압류 시점도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앞서 밝힌 대로 문 회장이 농협 간부에게 50억~60억원을 주는 대신 농협측이 문 회장 소유 양평TPC 골프장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시점은 3월17~20일이다.

    그런데 농협측이 양평TPC 골프장에 가압류를 설정한 시점은 2003년 4월2일이다(농협중앙회 문서). 따라서 김 전 부회장이 편지에서 주장한 대로라면 ‘가압류가 설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압류 해지를 전제로 돈이 오갔다’는 얘기가 된다. 2003년 3월이라면 상식적으로 문병욱 회장은 농협 간부에게 ‘가압류를 설정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50억~60억원을 건넸어야 한다.

    김 전 부회장은 최근 검찰에서 “60억원 중 일부는 농협 간부에게 건네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편지에는 ‘문 회장이 줬다는 돈을 농협 간부가 개인적으로 받았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

    편지에는 “농협은 문병욱 회장이 저의 자산을 모두 넘겨받은 것을 알고 있었고 농협 직원들이 잘못한 것이 들통난 상태이기 때문에 115억3200만원을 다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50억~60억원을 주고받고 합의를 하였기에…”라는 표현도 있다. 문 회장이 줬다는 돈은 일종의 부실채권 회수 차원에서 농협의 금고로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60억원 비자금이 농협 직원 차원의 ‘개인 비리’와도 관계없는 일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편지에선 이렇게 주장하다 수개월 뒤 검찰 진술에서는 ‘정치권 실세’를 언급해 파장이 커졌다. 검찰 주변에선 “김성래 전 부회장의 처지에선 100억원대에 달하는 농협 사기 대출 사건의 형사적 책임을 모두 자신이 뒤집어쓰고 장기 복역하는 것이 억울했을 수 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검찰의 재수사를 이끌어낼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부회장은 편지에서 장기복역의 고충과 억울함을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갑자기 청주로 이송되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부당한 이송 지휘를 취소하고 하루 빨리 서울로 이송 지휘해달라는 진정서를 올린 뒤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지금도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한다면 두 시간이면 무죄로 석방될 일인데 7년형을 주고 살라니(복역하라니) 이 드라마 같은 현실을 누가 믿겠습니까.”

    “60억원 사용처 규명돼야”

    김 전 부회장이 검찰에서 했다는 진술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측근 연루설’이 돌고 있다. 민주당측은 60억원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축하금 의혹’으로 연결짓는 논평을 발표했다. “정치권에도 전달됐다”는 김 전 부회장의 진술과 60억원이 전달된 시점이 노 대통령 취임 직전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7월13일 대변인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60억원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세를 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에 현금으로 60억원이 인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정황상 짐작가는 바가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친인척 측근비리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대통령 친인척 측근비리 수사처’ 신설을 주장해 왔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아직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그러나 김성래 전 부회장의 편지는 야당의 이 같은 ‘당선 축하금’ 공세를 머쓱하게 한다. 편지에 따르면 문제의 계좌에서 60억원이 인출된 시기(2003년 2월21일)를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다. 편지에는 비자금이 농협측으로 들어간 것으로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 핵심 내용(60억원 사용처)과 관련해 진술이 달라졌고 가압류 설정 시점 등 당시 정황과 맞지 않는 점도 있어, 김성래 전 부회장의 증언은 좀더 엄격하고 신중하게 검증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인 검찰이 그의 진술과 그가 제시한 계좌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예단하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부회장은 문병욱 회장이 동두천시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 문 회장이 이광재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이번 김 전 부회장의 검찰 진정 내용 중 비자금 계좌의 실존 여부, 이 계좌에서 인출됐다는 60억원을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관한 문제는 그냥 덮고 지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으므로 검찰이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병욱 돈 안들어 왔다”

    농협중앙회측은 “60억원 중 일부가 농협으로 들어갔다”는 김 전 부회장의 검찰 진정 및 편지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농협측 관계자는 “양평TPC 골프장 가압류 해지는 해당 부서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 농협 직원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금품로비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농협측은 60억원 중 일부가 농협 금고로 환수된 것으로 묘사한 김 전 회장의 편지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농협측이 ‘신동아’에 문서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농협측은 농협사기대출에 의해 115억32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뒤 2006년 7월 현재 관련 채무자(김성래 전 부회장 및 대지개발은 제외) 및 부당 대출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직원들로부터 6억1800만원을 회수했다. 농협 금고로 들어온 회수금액 중엔 김 전 부회장이 주장한 ‘문병욱 회장과 농협 간부 사이의 가압류 해지 합의금’ 50억~60억원은 들어있지 않았다.

    농협측은 이 문서에서 “사기 행위자(김성래 전 부회장 등)는 수감 중에 있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회수 가능한 책임재산이 없는 상태이고 골프장 소유회사인 대지개발은 대출과정에서 사기 행위자들과 공모하거나 개입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검찰과 특검 수사 및 재판에서 확인돼 대출금 구상청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나머지 채무자들을 상대로 최대 21억원 정도를 추가 회수하겠다”는 게 농협측 설명이다.

    2003년 6월 대지개발 골프장에 대해 가압류를 해지한 이유와 관련, 농협측은 2003년 문서에서 “대지개발에 대해 서울지검이 무혐의결정을 내려 보증책임을 물을 증거가 없는 점, 법무법인의 의견에 의하면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는 점, 소 제기시 1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며 입증자료 없이 소를 제기해 패소할 경우 차후 증거가 입수되더라도 소를 다시 제기할 수 없는 점을 감안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병욱 썬앤문 회장측도 “문 회장이 농협측에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정치권에 돈을 준 일도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회장 측근의 설명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확인된 대로, 문 회장과 썬앤문그룹은 농협 불법 사기대출과 무관하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농협측에 60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줄 이유가 없다. 60억원 계좌 문제는 문 회장과는 무관한 사안이며 이 계좌에서 입출금됐다는 돈은 문 회장의 돈이 아니다. 따라서 문 회장이 60억원 중 일부를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얘기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문 회장은 이 돈을 가진 적도 없고 누구에게 준 적도 없다.”

    또 세금 논란, ‘20억원 체납’

    김성래 전 부회장은 편지에서 보나벤처타운 주식 양도양수와 관련해 썬앤문측이 탈세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문병욱 회장 측근은 “썬앤문측이 (주)보나벤처타운 소유 서울 서초동 보나벤처타운 빌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매각한 뒤 20억원 가량의 세금이 과세됐다. 그러나 이 세금은 아직 납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문병욱 회장이 2002년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세금을 감세(減稅)받을 때 노무현 당시 후보 측에게 감세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04년 특검 수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 회장은 2004년 2월11일 국회 청문회에서 감세청탁 의혹과 관련 “안희정씨에게 지나가는 말로 부탁한 적은 있지만 노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 결과 노무현 대통령은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의혹은 큰 파장과 후유증을 불렀다.

    ‘신동아’는 “20억여 원에 달하는 세금체납 등 세금과 관련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문 회장 측근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측근은 “(주)보나벤처타운의 대주주는 지금도 김성래 전 부회장이고, 대표이사는 문병욱 회장의 측근이다. 빌딩을 매각한 뒤 문 회장측이 매각대금 중 일부를 채권 회수 차원에서 가져갔다. ‘누가 세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20억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이 체납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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