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호

달나라 관광 1000억원, 탄도여행 2억원?

우주시대 본격 개막

  • 조명제 한국과학기술연구회 고문

    입력2006-09-14 15: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듯 일반인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이르면 2008년부터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관광이나 달 여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뿐 아니라 우주에서 장기 체류하기 위한 연구도 거듭되고 있다.
    달나라 관광 1000억원, 탄도여행 2억원?
    기원전 160년, 그리스 풍자시인 루키아노스의 저서엔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배가 일주일을 날아 달에 도착한다는 이야기와 새의 날개로 달을 거쳐 하늘에 닿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1145년 가톨릭교회에 의해 금서가 됐다. 가톨릭교회는 우주를 신성시했기 때문에 우주여행이라는 생각을 이단시했다.

    16세기 들어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등이 천체의 본질을 구명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적인 우주여행의 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17세기엔 ‘월세계 개발’ 같은 공상과학소설들이 출간됐고, 19세기 말에는 우주개발의 꿈이 움텄다. ‘지구에서 달로’라는 공상과학소설에는 당시 최첨단 과학기술인 대포를 이용해 사람이 달에 날아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포에서 발달한 게 미사일이고 로켓이다. 오늘날 인공위성은 로켓을 원동력으로 해서 쏘아올리니 소설이 현실로 이뤄진 셈이다.

    달을 잘 살펴보면 안쪽으로 뿌옇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것을 떡방아 찧는 토끼로 보았고, 나라에 따라 여인이나 다른 모양으로 보기도 했다. 아폴로 탐사 때 채취한 암석과 모래를 분석한 결과 달에 운석(隕石)이 충돌하면서 생긴 고열로 암석이 녹아 달 표면에 모래나 먼지가 생긴 때문으로 추정됐다.

    지구에서 평균 38만4400km 떨어져 있는 달은 직경이 약 3500km로 지구의 4분의 1 크기다. 대기권이 매우 희박하고, 표면온도가 낮엔 110℃까지 올라가고 밤엔 영하 170℃까지 떨어진다.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어서 사람이 지구상에 있을 때보다 6배 높게 점핑(유영)이 가능하고 6배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다.

    우리는 달의 한쪽만 볼 수 있고 이면은 볼 수 없다.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약 27일로 일치해 지구에서는 늘 같은 면만 보이기 때문이다.



    1959년 1월2일 구소련 우주선 루나 1호가 사상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했다. 그해 9월엔 루나 2호가 달에 착륙했고, 10월에는 루나 3호가 그동안 인류가 볼 수 없던 달 이면을 촬영했다. 1966년 4월엔 루나 10호가 달 표면에 3시간 정도 머물며 탐사를 하는 등 소련의 달 탐사는 루나 24호까지 계속됐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달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선언하며 달 탐사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무인탐사기로 달 표면을 조사해 착륙할 장소를 찾았고, 1965년부터 인간의 우주비행을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1966년 6월 서베이어 1호가 달에 처음으로 착륙했고, 1968년 10월엔 유인우주선 아폴로 10호가 달 궤도에 10시간 동안 머물며 달의 뒷면을 촬영한 후 귀환했다.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드디어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다. 이때 선장 암스트롱은 “인류의 위대한 제 1보(步)다”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폴로 11호는 21시간36분20초 동안 달에 머물며 월석을 채취하고 여러 가지 탐사장비를 설치한 후 7월24일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아폴로 15호는 최초로 월면차(rover)를 타고 수km를 다니며 달을 탐사했다. 미국의 달 탐사는 아폴로 17호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1998년 1월6일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를 발사하며 아폴로 17호 이후 25년 만에 다시 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우주선은 달 표면을 화학적으로 조사하고 달에 얼음이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조사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약 접수 시작한 여행사들

    인간은 첫 우주선을 쏘아올린 이후 여러 번의 우주공간 비행과 작업을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이에 따라 일반인도 비행기를 타듯 우주를 왕복비행하고 우주정거장에서 장기 체류하는 우주여행의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97년 미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42%가 우주여행에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수십년 내에 연간 100억달러 규모의 우주관광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벌써부터 몇몇 여행사는 우주행 비행기가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탄도비행 좌석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최초의 비행티켓 값은 5만∼10만달러로 예상된다.

    우주여행 전문회사인 미국의 스페이스 어드벤처(SA)는 우주여행의 꿈을 현실로 옮겼다. 2001년 미국의 사업가 데니스 티토씨를 민간인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 세계를 놀라게 한 것. 그 후 두 번째 민간인을 우주에 보냈으며, 현재 세 번째 우주여행자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상 400km 고도에서 지구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al Space Station)에 머무는 우주여행은 매력적이지만 2000만달러의 거액과 반년에 걸친 훈련을 필요로 한다.

    보다 간단하게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준궤도(準軌道) 우주여행이 있다. 이는 일종의 탄도비행으로, 탄환이 원호를 그리며 날아가듯 지상 100km 고도 우주에 도달했다가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비는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여행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고 사전에 특별한 훈련을 받을 필요도 없다. 우주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수십분이고, 더구나 무중력을 체험하는 시간은 5분에 불과하지만 창밖으로 검은 우주와 푸른 지구를 내다보는 체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SA사(社)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민간인 달 여행 계획을 발표, 세계인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이는 달 이면을 여행하는 상품으로 SA사가 러시아 연방우주국(FSA)과 로켓우주공사(RCS)와의 오랜 협조를 통해 준비 중이다.

    달 여행은 우주선 소유스(Soyuz)를 이용, 러시아 우주비행사가 이를 조종해 달에 가는 방법과 국제우주정거장에 며칠간 체류한 후 달에 가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달 이면을 비행하는 여행을 즐기고 나서 지구로 귀환하는 상품이다. 여행기간은 전자는 약 9일, 후자는 9∼21일로 예정하고 있다. 한 번에 두 명이 탑승할 수 있고 비용은 각각 1억달러다. 2005년 10월1일부터 선착순 100명을 목표로 상품을 예약 판매하고 있는데, 이르면 2008년 역사적인 우주여행 테이프를 끊게 될 전망이다.

    국제우주정거장과 달 전진기지

    구소련이 1986년에 발사한 미르(MIR)호는 다음해 크반트 모듈 1호와 결합하며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 역할을 수행했다. 모듈(Module)은 실험동, 침실동 등 우주비행사의 임무수행을 위해 우주정거장에 결합된 여러 가지 생활공간을 말한다. 미르에서는 곡식을 재배하고, 무중력을 이용해 순도 높은 수정(水晶)을 생산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이 이뤄졌다. 또한 2000년까지 많은 사람을 승선시켜 주거경험을 하게 했다.

    하지만 구소련의 정치·경제적 불안으로 미르에 대한 지원은 축소됐고,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후 러시아로 승계됐으나 노후한 시설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15년간 지구궤도를 돌던 미르는 2001년 3월23일 남태평양에 떨어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르의 경험과 노하우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승계됐다.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 NASA가 1980년대에 계획한 것으로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우주연구소’를 만드는 인류 최초의 야심 찬 프로젝트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캐나다, 유럽(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스웨덴·덴마크·스페인·네덜란드·노르웨이),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국제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ISS는 현재 지상 약 400km 상공에서 지구를 도는 궤도에 건설되고 있는데, 완공되면 크기가 가로 108m, 세로 73m, 무게는 약 450t에 달한다. 인간이 우주공간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천체나 지구환경을 관측하며, 달 탐사 또는 혹성 탐사를 하는 중계기지로 이용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10년 이상 사용 가능하다.

    ISS에는 6개의 실험동과 1개의 거주동이 있고 7명의 우주비행사가 체류할 수 있다. 동(棟) 안에서는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호흡할 수 있도록 지구 대기와 비슷한 상태가 유지된다. 그밖에 노드(node·모듈과 모듈을 연결하는 접속부), 전력을 얻는 태양전지 패널을 포함한 전력공급계, 우주정거장 밖에서 작업하기 위한 로봇 팔 설치용 트러스(truss·버팀목), 긴급 회항기(歸還機) 등이 있다.

    ISS는 지구 주위를 90분에 한바퀴씩 돈다. 전문가에 따르면 지상에서도 적당한 장비만 있으면 이 거대한 물체를 일출이나 일몰 후 두 시간 사이에 육안으로 볼 수 있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달나라 관광 1000억원, 탄도여행 2억원?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혹성탐사의 전진기지로, 우주실험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11월19일 미국 NASA는 2018년 우주인 4명이 달에 착륙해 탐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달에서의 유인비행이 실현되면 이는 1972년 아폴로17호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당시 2인의 비행사가 최장 75시간 동안 달 표면에 머물렀으나, 신계획에는 4명이 달 표면에 약 1주일 동안 체류하는 것으로 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달 탐사를 통해 달 표면에 침전된 헬륨3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은 2018년부터 달에 전진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헬륨3은 무한의 에너지 보고(寶庫)로, 과학자들은 이것이 앞으로 수백년 동안 지구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달 전진기지는 지구와 달을 왕복하는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기지 건설은 이미 아폴로에서 얻은 경험을 되살리면 불가능하지 않다. 처음에는 인간이 최장 14일 정도 머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2040∼50년이면 인간이 달에 상주할 수 있는 기지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NASA는 달 전진기지를 화성탐사의 거점기지로 삼으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2일 러시아와 중국 총리는 우주개발회의에서 ‘유인 달 표면 착륙 협력’을 의제로 내걸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2005년 11월27일 중국유인우주공사 후스샹(胡世祥) 대표의 말을 빌려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비행 기술을 확립하고, 2015년쯤이면 우주비행선 건조 및 유인 달 비행 능력을 배양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도 올해 셀렌(SELEN) 계획을 세워 내년 중 달 탐사선을 쏘아올려 달의 중력·자력·내부구조·조성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여러 나라와 인도도 달 탐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주에서 김치유산균 실험

    우리 정부는 청년 2명을 선발, 러시아에 파견해 1년여 동안 교육을 받은 후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1주일간 우주경험을 하게 할 예정이다. 젊은이들에게 우주과학의 신비를 체험하게 하고 연구의욕을 일깨우겠다는 의도다. 지난 4월21일 ‘과학의 날’을 기해 공개모집으로 지원자를 받기 시작했는데, 응모자가 3만명이 넘었다. 4단계의 선정과정을 거쳐 선발된 2명의 우주비행사는 2007년부터 15개월 동안 러시아 훈련센터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2008년 4월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할 예정이다.

    이들은 우주공간에서 김치유산균을 이용한 항암제 또는 줄기세포성장촉진제 개발실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 관련 벤처기업인 바이오전자는 ‘한국 우주인 임무개발회의’에서 이러한 실험내용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우주비행사 프로젝트에 민간협력기업으로 참가하고 있는 바이오전자 관계자는 “김치유산균 실험은 한국의 독자적 연구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ISS에서 얻은 실험 데이터는 신약 개발의 첩경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임무에 반드시 포함시키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담당기관과 프로젝트를 종합한 후, 운영 주체국인 러시아와 협의해 우주비행사의 최종 연구 과제를 결정한다.

    달나라 관광 1000억원, 탄도여행 2억원?
    조명제

    1931년 경기도 부천 출생

    부산대 공대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공대 박사과정 수료(원자력공학)

    기계기술사

    원자력(연),기계(연),동자(연) 연구위원

    現 한국과학기술연구회 고문 저서 : ‘굴러라 바퀴야’ ‘한국의 에너지 동력 발달사’ 등


    우주에서는 이미 무중력을 이용해 암이나 당뇨병 치료 신약뿐만 아니라 기존 단백질의 고품질화 등 여러 가지 과학실험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2003년 1월16일 발사한 우주선 컬럼비아호(STS-107)에서 생물학상의 기초연구와 의약품에의 응용연구 등을 목적으로 단백질 결정성장 실험을 실시했다. 또한 이 기회를 활용해 청소년들이 우주개발과 자연과학에 보다 더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인류가 우주에서 장기 체류하는 시대에 대비해 미소중력(微小重力)이나 방사선 등 우주환경이 인간과 동·식물에 주는 영향이라든지, 지구에서는 섞일 수 없는 2개의 물질을 혼합하는 실험을 통해 신재료 또는 의약품의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우주활동에 필요한 로봇, 통신, 에너지 등에 대한 실험도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