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간(위)과 심하게 섬유화가 진행된 간경변 환자의 간(아래).
B형 간염이 간경변, 간암 주원인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간경변, 간암과 같은 간 질환이 비교적 젊은 40대에게서 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간경변과 간암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4배 이상 높은 비율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 40대 남자의 간 질환 사망률이 여자의 8.31배이고 50대의 경우에는 8.36배에 달하고 있다. 40대 가장의 사망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인력의 상실과 부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부담 증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도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때문이다. 실제 만성 간 질환 및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이 발병 원인이었고, 10~25%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으며 나머지 25% 정도가 알코올성 간염 및 지방간, 자가 면역성 간염이 원인 질환이었다. 현재 전체 인구의 5~8%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만성적 보유자로 그 수는 250만~3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형 간염 보유자는 전 국민의 1~2%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 30~40대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00달러가 채 안 되던 1960~70년대,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같은 주사기로 여러 명이 예방접종을 맞는 일이 흔했다. 따라서 당시에 초등학교를 다닌 지금의 30~40대는 B형 간염에 많이 노출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30대부터 그 아래 세대는 B형 간염 예방접종 및 출산시 적극적인 관리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크게 줄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인구수(4846만여 명) 가운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유병률은 평균 4.4%로 220만명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표 2’ 참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이 10대는 2.5%, 20대는 5.4%, 30대는 6.8%에 이르던 것이 40대부터는 줄기 시작해 40대 6.3%, 50대 5.1%, 60대 3.3%, 70대 2.7% 등으로 감소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50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 감소에 대해 일부 자연적으로 바이러스가 소실된 경우도 있겠지만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던 환자들이 40~50대에 이르러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 간암 등 합병증으로 사망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간 질환은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지만 기타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당뇨병 등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주요 만성질환관리사업에 간 질환이 제외되어 있어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간 질환은 병이 생기는 근본 원인에 따라 바이러스로 인한 간 질환,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간 질환, 약물이나 독성 물질로 인한 독성 간 질환, 간에 기름(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 인체 면역 계통의 이상으로 인한 자가 면역성 간질환, 신진대사의 이상이 원인이 되는 대사성 간 질환 및 기타 원인이 불분명한 간 질환으로 구분된다.
B형 바이러스 보유 인구 5∼8%
간 질환에 있어 간염이 중요한 이유는 급성 간염에서 시작해 만성 간염, 간경화, 그리고 간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복수, 부종, 신부전, 식도 정맥류, 울혈성 위장 질환, 비장 비대, 간성 혼수, 간암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간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간의 가장 기초적인 원인 질환을 잡는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간염은 크게 바이러스성 간염(A형, B형, C형)과 알코올성 간염으로 나눌 수 있다. 간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인 만성 B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사망원인 10위를 차지하며, 바이러스 보유자만도 3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에서는 인구 10명 중 1명꼴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보유자 중 75%가 아시아에 거주한다. 현재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5~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병률이 높은 지역의 감염경로는 대부분 수직 감염으로, 성인이 되어 B형 간염에 감염된 후 완치하지 못하고 만성으로 이행하는 비율은 5% 미만이지만, 모태 감염의 경우는 90% 이상에서 만성화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이 원인이 되어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소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만성 보유자가 된 환자 중 치료를 안 할 경우에는 많게는 4분의 1 정도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133.5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간암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암 사망의 약 17%를 차지해 폐암, 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대체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에서 간암이 발생할 위험률은 비보유자에 비해 100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간 질환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무관심하다. 자신의 간 상태에 대해 별 관심 없이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간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 위험요인을 파악해두어 미미한 증상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검사를 받는 등 꾸준히 관리 점검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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