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이 벌어지면 누가 그날의 ‘노름마치’(가장 훌륭한 연주로 놀음을 마치는 사람)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이도 생김새도 상관없고, 오로지 그날의 몸 상태와 관객의 호응에 달렸다. 심금을 울리는 장단에 홀린 듯 섬세하면서도 익살맞게 움직이는 몸놀림에서 온전한 풍물을 맛본다.
우도 설장구 명인 <B>김동언</B>. “궁편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고, 채편에선 장판방에 콩 쏟아진다.” 허리춤에 장구 동여맨 지 어언 50년, 다르르르 장단에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유년시절부터 꽹과리 소리에 몸달아하던 탁월한 쇠잡이 <B>유지화</B>. 없던 시절에도 그녀가 떴다 하면 양말 틈 꼬깃꼬깃 감추어둔 종이돈마저 돌멩이에 감아져 던져졌다.
우도 설장구 명인 <B>김형순</B>. 나이 열셋에 잡은 장구가 딱 환갑이 됐다. 호흡과 가락, 동작이 일치된 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가히 예술이다.
갈 듯 말 듯 넘실넘실 멋스럽게 좌중을 휘어잡은 고깔소고춤 명인 <B>정인삼</B>. 호남 땅 곳곳의 소고춤을 집성한 ‘명품’ 고깔소고춤을 선보였다.
남원굿 3대를 잇는 상쇠 <B>류명철</B>. 한 송이 목화처럼 부들부들한 상모를 쓰고 신명나게 춤춘다. 가락을 맺고 푸는 기교가 뛰어나다.
부포춤 명인 <B>유순자</B>. 부포춤은 상모에 단 깃털 모양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좌도에선 부들부들한 깃털을 달고 ‘부들부포춤’을 추는가 하면, 우도에서는 뻣뻣한 ‘뻣상모’를 쓴다. 머리 위에 달을 얹은 그녀의 가락과 몸짓에 군더더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