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식당 비리

파리떼 덮인 닭고기, 세균덩어리 미국 쇠고기, ‘재활용’ 한식 반찬

  • 박찬일 요리사, 요리 전문기고가 chanilpark@naver.com

    입력2006-10-13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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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장처리 안 된 내장이 바닥에 굴러다녀
    • 대책 없는 미국산 쇠고기 육회와 스테이크
    • 갈비 없는 돼지갈비
    • 저렴한 밥값이 음식 비위생 부추긴다
    • 플라스틱 주걱으로 음식 볶다니…
    • 환경호르몬, 중금속 넘쳐나는 중국산 코팅팬
    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식당 비리

    패스트푸드보다 더 싼 한식. 일부 한식당에선 종종 반찬이 ‘재활용’되고 있다.

    식당 위생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끔찍한 광경이 내 눈에 띈다. 타일도 깔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물이 줄줄 흐르고, 각종 재료를 담아 놓은 채반이 바닥에 그대로 쌓여 있는 경우가 흔하다. 구정물이 재료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든 식재료는 반드시 바닥에서 떨어진 탁자 등에서 관리하게 되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일 뿐이다.

    영세한 식당일수록 위생 문제에 둔감하기 마련인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다. 필자의 후배가 지난 복(伏) 중에 직접 목격한 사실 한 토막.

    “일하는 식당이 2층에 있어서 옆 건물이 내려다보이는데, 마침 유명한 닭 요리집 뒤뜰이 보입디다. 커다란 고무 함지박에 무언가 시커먼 게 덮여 있기에 검정 비닐을 덮어놓은 줄 알았어요. 한 요리사가 어슬렁거리면서 다가가 손사래를 막 치니 그 ‘검정 비닐’이 웅-하고 하늘로 날아오릅디다. 뭔지 아시겠어요? 파리떼였어요.”

    비위생의 극치, 내장

    고무 함지박에 들어 있던 것은 수백마리의 생닭이었다. 한 그릇에 1만원이나 하는 비싼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이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은 모든 식품을 옥외에 쌓아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공염불이다. 몇 해 전 텔레비전 몰래카메라에 걸려든 유명 설렁탕집도 김치 단지를 식당 입구에 마구 쌓아놓은 게 문제가 됐다.



    그래도 손님 눈이 무서운 접객업소에서는 이런 위생 문제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식재료가 관리되는 도매 단계다. 음식재료를 장만하기 위해 농수산물가락시장이나 축산시장을 직접 들러 장을 보는 요리사가 적지 않다. 필자도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마다 과연 이 재료들을 사다 팔아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축산물의 내장은 그 특성상 오염되기 쉽고 부패도 빨리 된다. 그러니 더욱 관리를 잘해야 하는 품목이다. 그러나 실정은 정반대다. 기름과 피로 범벅이 된 매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냉장 처리되지 않은 내장이 굴러다닌다.

    판매하는 사람이 위생복을 갖춰 입은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다들 그런 문제엔 관심도 없다. 유통기한이 언제인지, 언제 도축한 내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운이 나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위생관리 상태가 이러니 한우 내장인지 육우 내장인지, 또는 수입 내장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내년부터 모든 식당에서 육류의 원산지를 명기해야 하지만, 위생상 더욱 중요한 내장의 경우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10월이면 ‘드디어’ 미국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된다. 현장에서 고기를 파는 사람으로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국내 요리사들이 미국 쇠고기가 얼마나 나쁜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손님의 기호에 맞추느라 ‘마블링(근육 속의 지방 교잡도)’이 좋은지, 육질은 부드러운지에만 신경 쓴다.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광우병이고, 둘째는 O157균, 살모넬라균 같은 특정 병원균의 위험이다. 셋째는 항생제에 무방비로 노출된 고기라는 점이다.

    첫째, 셋째에 대해서는 많은 소비자가 알고 있지만, 둘째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익혀 먹으면 문제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 쇠고기는 대부분 카길, 타이슨푸드, 엑셀 같은 대형 회사의 초대형 작업장에서 일관 작업을 통해 생산된다. 이런 초대형 작업장의 문제는 O157균 같은 균이 차단될 틈이 없이 한 순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축 중에 소의 내장이 터져 오염물질이 퍼질 때 컨베이어 벨트를 즉각 멈추고 소독을 실시해야 하지만, 작업이 중지되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쉬쉬하며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몰두한다는 보고 문헌이 여럿 있다.

    또 실제 미국에서 O157균이 이런 작업장을 통해 전염돼 수많은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판국이다. O157이나 살모넬라 같은 병원균에 오염된 수입 쇠고기는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육회나 가볍게 익힌(rare) 스테이크 등으로 유통될 때에는 대책이 없다. 당신이 주문한 육회가 한우라는 보장이 있는가. 당신은 스테이크를 반드시 ‘웰던(well-done)’으로 주문하는가.

    갈비 양념? 식당 주인도 모른다

    필자도 더러 가족과 외식을 한다. 아무래도 고기를 먹게 되는데, 한번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돼지갈비를 시켰는데, 갈비는 전혀 없고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 같은 잡육이 주로 나왔다. 주인을 불러 따졌더니 그 대꾸가 가관이었다.

    “요새는 이것도 돼지갈비예요. 진짜 돼지갈비를 드시려면 ‘왕갈비’를 시키세요.”

    말하자면 뼈가 붙은 진짜 돼지갈비는 왕갈비라고 따로 부르며 1인분에 1000원을 더 받고 있었다. 이건 사기 아닌가.

    정육점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찌된 사정인지 알아봤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갈비 양이 워낙 적은데 고기를 찾는 사람이 갈비를 원하니 별수 없이(?) 잡부위를 갈비처럼 포를 뜬 다음 양념해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한술 더 떠 갈비라고 다 갈비가 아니라고 했다. 마치 부스러기 고기로 스테이크감을 만들 듯이, ‘푸드 바인더’라는 접착제로 다른 부위를 뼈에 붙여 돼지갈비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를 ‘덧살 붙인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각 식당에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돼지갈비를 식당에서 양념하는 경우는 드물다. 뭐든 대량생산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단가를 낮추는 게 대세라, 돼지갈비도 개별 식당에서 작업하지 않는 게 관례라는 것. 그러니 돼지갈비에 뭐가 들어가고 어떤 양념이 사용되는지 식당주인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시중에 팔리는 제품은 주요 첨가물이 포장지에 공시되지만, 식당용이야 알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양의 설탕과 콜라 같은 청량음료, 연육제, 캐러멜 같은 발색제가 들어가도 소비자는 눈뜬 장님이나 다름없다. 아이들 건강에 나쁘다고 사용이 제한된 물질을 공공연히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는 셈이다.

    전세계 어떤 요식업소를 봐도 한국처럼 반찬을 ‘재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찬 개념이라는 게 사실상 한국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남이 먹던 음식을 또 내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알고도 눈감아준다. 내 눈에만 안 띄면 그냥 넘어가는 게 대세다.

    “반찬 버리면 남는 밥장사 없다”

    필자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허름한 식당을 하셨다. 어머니 지론이 “반찬 다 버리고 남는 밥장사 없다”였다. 그렇다면 먹을 만큼만 담아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 새로 반찬을 담아주고 나르는 데 별도의 인건비가 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나물반찬에서 튀김조각이 눈에 띄고, 찌개그릇에서 다른 반찬 조각이 발견된다. 심지어 고깃집 상에 올랐던 된장, 고추장까지 재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위생을 생각하면 께름칙하지만 타산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식당 주인들의 하소연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한국의 밥값이 너무 싸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 아닐까 하고. 밥값이 싼 게 무슨 문제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일본 식당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본의 한식집에서는 김치 한 종지, 나물 한 접시까지 다 따로 계산한다. 마치 공항에 있는 한식당처럼 말이다. 한국 식당에서처럼 반찬을 7~8가지 깔아놓고 먹는다 치면 반찬 한 가지에 못해도 1000원이 넘을 것이므로 총액이 어마어마하게 나올 것이다. 사실은 이게 정상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국 음식값이 한국처럼 싼 나라가 없다. 3000~4000원짜리 한식이 수두룩하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 어떤 선진국이든 자국의 음식은 비싸다. 서유럽에서 해당 국가 음식으로 한 끼를 먹으려면 적어도 15달러 이상이 든다. 그곳에서는 외래 음식이 자국 음식에 비해 싸다. 패스트푸드나 아시안푸드가 헐값이다. 이런 구조가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 반대다. 패스트푸드 한 끼보다 한 상 가득 차려놓은 한식이 더 싸다. 스파게티나 초밥 한 그릇의 반값도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의 외국인 친구는 이런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기형적인 음식문화는 결국 반찬을 재활용하고, 요리사의 인건비를 후려치는 결과를 낳는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하는 밥집의 이른바 ‘찬모’ 월급이 고작 1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루 종일 김치거리를 다듬고, 반찬을 만들고, 서빙까지 하는 대가로는 터무니없이 적다.

    한식 밥값이 1만원쯤으로 오르면 소비자에게 뭐가 좋겠느냐는 반문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좀더 넒은 관점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요식업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유익한 일이라고. 무엇보다도 위생의 관점에서 그렇다. 음식값이 정상화되면 반찬 재활용도 사라지고, 버려지는 음식물도 줄어들 것이다. 요리사들의 인건비도 현실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게 ‘운동’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 참 난감하다.

    식당에서는 참 많은 기물을 쓴다. 그중엔 플라스틱 기물이 많다. 문제는 플라스틱 기물이 뜨거운 국이나 찌개를 퍼담는 데도 쓰이고, 기름으로 볶는 요리에도 쓰인다는 점이다. 펄펄 끓는 탕 국물을 버젓이 플라스틱 바가지로 푸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플라스틱 주걱으로 뜨거운 팬에서 태연히 뭔가를 볶는 식당도 있다.

    벗겨진 코팅은 누구 입으로?

    직업이 요리사라 그런지 필자의 눈에는 이런 광경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한번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갔는데, 멋지게 차려입은 주방장이 플라스틱 주걱으로 노상에서 음식을 볶고 있었다. 호객까지 하면서 말이다. 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린 요리사가 플라스틱 집게로 스파게티를 볶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표정으로.

    그뿐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고무장갑에 대해서도 그 용도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식당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다 보니 학교 급식 현장에서도 고무장갑이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었다. 빨간색 고무장갑은 쓰레기 처리나 청소용, 분홍색은 설거지나 잔반처리용이며 조리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노란색뿐이다. 그러나 이처럼 고무장갑의 용도를 구분해 사용하는 식당이 얼마나 될는지.

    대부분 식당에는 식기세척기가 있다. 그러나 식기세척기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식기세척기로 그릇을 닦고 나면, 검은색의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기름때가 있으면 가성소다 찌꺼기와 반응해서 그런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가성소다는 매우 독한 세제로 알려져 있다. 물로 충분히 헹구지 않으면 그릇에 남아 음식물과 함께 결국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식당이든 식기세척기로 닦은 그릇을 물로 다시 헹굴 리 만무하다. 영세한 식당이든, 대형식당이든 이윤의 문제가 얽힌 탓이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의 아파트촌에는 ‘스사모’라는 게 있다고 한다. ‘스테인리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코팅된 프라이팬과 냄비의 위험성을 알고 스테인리스로 대체해서 쓰자는 모임이라고 한다.

    어떤 식당이든 코팅된 팬을 즐겨 쓴다. 기름을 절약하고 요리를 빠르게 완성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질 좋은 코팅팬보다 값싼 코팅팬을 사용한다. 싸구려 코팅팬은 요즘 중국을 통해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팬 하나에 3000~4000원짜리도 흔하다. 이런 팬의 경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코팅이 벗겨진다. 벗겨진 코팅이 누구 입으로 들어갈지는 자명한 일. 요리사와 업주의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싸구려 코팅팬에는 신경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이 다량 들어 있고, 중금속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관련 법규로 규제하고 있지만 일선 식당에서 전혀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심하고 한 끼 음식을 사먹기 위해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문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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