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열정이 식어가는 거리 위에 새로 등장한 것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갈등이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FTA를 체결하자고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적인 갈등이다. 쾌감을 발산하는 일에는 일치됐던 국민적 공감대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실리적 경제 선택 앞에서는 갈갈이 찢어진 형국이다.
반대론자들의 명분은 FTA가 한국사회를 더욱 양분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경제자유네트워크’에서 매년 발표하는 나라별 경제자유지수를 살펴보면 최상위 그룹에 홍콩과 싱가포르, 아일랜드가 있고 최하위 그룹에 러시아와 베트남, 라오스가 포함돼 있다. 특히 2003년의 경우 경제자유지수 최상위 25개국과 최하위 25개국 모두 최하위 소득계층의 10%가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7% 수준으로 똑같았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베르그렌은 경제적 자유의 확대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평등한 사회구조를 촉진한다고 논증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자유개방 경제구조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되는 계층도 시간이 지나면 앞선 계층을 빠르게 따라잡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FTA 추진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해 장기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분단구조라는 한국의 여건을 감안하면, 남한이 한시라도 빨리 경제적 자유의 기틀을 확고히 해 세계경제구조에 안정적으로 편입해야 장차 북한의 경제개발과 개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세계에서 발효 중인 FTA는 180건이고, 그 가운데 2001년 이후에 체결된 것만 81건에 달한다. 추세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아시아, 미주, 유럽의 세계 3대 경제권에서는 2005년 한 해에만 각각 13건, 7건, 2건의 FTA가 타결됐다. FTA의 경쟁 마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 반대를 위한 반대, 비전을 외면하는 현실안주, 이익집단의 무모한 경쟁과 갈등으로 FTA 논쟁이 벌어진다면 이는 나라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월드컵에서 한 목소리로 대표팀을 응원하듯 대한민국이 자유경제구도에 편입하는 FTA 체결에도 모든 국민이 일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하나의 문화현상 창출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국운 상승을 향한 운명적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