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두가 남성 특유의 성 기구 작동 기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운용체계가 완전 자동화되어 의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 마음대로 일으켜 세우고 강직 정도와 러닝타임을 제멋대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여자 죽이기’가 별 대수이겠는가? 항시 천국은 지근한 곳에 있을 터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집불통에다 다혈질이며 걸핏하면 이단아, 반항아, 풍운아 기질을 발휘하는 까다로운 이 물건의 성격 탓에 남자는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외롭게 살아간다. 어설프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하찮은 곤봉 하나로 여성을 실신시켜야 하는 비범한 부담.
하지만 킬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내는 불쌍한 남자들. 침상에 오를 때마다 상대 여성을 미쳐 날뛰게 하여 무분별한 파열음과 비명 같은 신음 소리를 기대한다. 그리고 실성한 채 비경을 헤매는 흐트러진 여성을 내려다보며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족의 기쁨을 느끼는 남자, 그렇게 해야만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고 더욱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삶을 영위한다.
여성을 ‘수컷의 포로’로 만들고 싶은 원망(願望)은 남성의 유사 본능이다. 젊음을 떠나보내면 남자의 삼고는 더욱 커진다. 연륜이 더할수록 뒷걸음치는 남자와는 반대로 뒤늦게야 ‘참 맛’을 알게 된 여성의 공세가 시작되는 까닭이다. 피하며 방어에만 급급하던 공급자가 느닷없이 적극적 수요자로 변해 일판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 걸핏하면 넘어뜨려 시도 때도 없이 일판을 벌이던 젊은 시절. 하지만 이제 속살 비치는 잠옷을 걸치고 어슬렁거리는 아내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찌하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핵심 부속품이 이토록 하찮은 것일까.
사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種)은 신체적 특성이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 유별나게 커다란 두뇌, 여러 가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손발, 직립 보행할 수 있는 척추 등이 그것이다. 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기막히게(?) 만들어진 남자의 걸물(傑物)이다. 뼈도 아닌 것이 뼈로 변신하는 마술은 삼라만상의 어느 생물체도 모방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능이 아닐 수 없다. 평소에는 수납공간으로 적합하지 않은 두 다리 사이에 옹색한 몰골로 누워 있지만 유사시에는 배꼽을 찌를세라 투혼을 불사르는 늠름한 전사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이런 첨단 기기란 작동 메커니즘이 복잡한 만큼 일단 탈이 생기면 진단이나 수리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사내 구실을 위협하는 가장 빈번한 사건은 파워의 후퇴이다. 사내의 직무에 충실하기 위한 필연의 선행 조건이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령(棒齡)이 늘어나면서 파워가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거늘 대체 어찌할 것인가. 자연의 이치를 거역할 순 없지 않은가.
하여 자상한 테크닉으로 뒤처진 파워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파워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테크닉이며 테크닉의 핵심은 예열(豫熱)의 여유다. 신체의 모든 부품을 총동원해 여체를 무차별적으로 유린하는 것이다. 여성의 입에서 ‘삽입 개시’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그것만이 어설픈 페니스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다. 만년의 킬러는 힘의 쇠퇴를 노련한 테크닉으로 보상하는 재치를 발휘한다.
하지만 물건의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물질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킬러에겐 명예퇴직이 없다. 퇴직이란 곧 치욕이요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짓이다. 죽는 날까지 현역을 지켜야 한다. 이때 여성 킬러의 마지막 선택이 ‘심어 세우기’다. 동물세계의 음경골에 착안하여 물건을 떠받쳐주는 기둥 안에 심지를 심는 수술이 바로 그것.
이는 발기부전 치료제나 해면체내 자가 주사로도 사내 구실을 하기 어려울 때 감행하는 확실한 리노베이션 수단이다. 임포테크놀로지의 비약적 발전으로 탄생한 심어 세우기는 남성 재활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며 킬러의 라스트 초이스다. 550g의 하중을 견딜 만큼 믿음직한 체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페니스의 작동 메커니즘이 복잡한 만큼 그것을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뛰어난 기술자의 손을 빌린다면 삼고에 허덕이는 사나이의 짐을 확연하게 덜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