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이 꿈틀거린다. 지정학적 위치, 개발시대부터 쌓여온 인프라, 미래가치 등을 고려할 때 서울에서 강남을 대체할 유일한 대안은 용산인 듯하다.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조성될 최대 100만평 규모의 민족공원(가칭)은 참살이 시대의 결정판이 될 것이고, 여기에 용산 구도심 재개발, 한남뉴타운, 단국대 이전 등의 키워드가 맞물려 휘발성을 더할 것이다. 검증된 1급 주거지 동부이촌동의 재도약 여부도 관심거리다.
서울의 지도를 놓고 용산을 한번 찍어보자. 맞다. 약간의 오차범위는 감안해야겠지만, 용산은 말 그대로 서울의 중심이다.용산과 접한 남산과 한강을 끼고 서울은 근대화, 현대화 시기에 급팽창했다. 용산에서는 서울 전역 어디든지 25분이면 갈 수 있고 고속철도나 고속도로 진입 접근성이 좋아 지방과의 연계도 수월한 핵심지역이다. 또한 10년 후쯤 수도권의 ‘상전벽해’가 예상되는 지역 1순위다. 따라서 집값, 땅값도 이러한 가치만큼이나 무난하게 오르는 편이다.
강북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1960∼70년대 정부의 강한 개발의지가 오늘의 강남을 만들어냈듯이 정부가 강북을 재개발하려는 소신과 행동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강북 재탄생’의 관건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용산은 현 정부가 꿈꾸는 ‘강북 U턴 프로젝트’의 대표지역이다. 용산에는 발달된 교통망과 80만평이 넘는 대규모 공원, 그리고 공원 주변으로 들어설 고층 주상복합건물과 업무시설 등을 기반으로 강남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신도시가 조성될 전망이다.
용산이 강남보다 우월한 점은 이미 갖고 있는 값진 인프라다. 대표적으로 여의도 증권가나 방송타운과의 접근성, ‘도심’이라 부르는 4대문 안 대형 업무시설과의 짧은 거리, 고속도로 서울역 용산역 김포·인천공항을 놓고 볼 때 강남보다 가까운 이동거리 등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언론기관과 정부 핵심기관도 용산과 가까운 강북 도심에 포진해 있다.
강남에서는 테헤란로가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1급 빌딩의 임대가격과 철도, 항공 등의 이용 편리성에서는 강북 도심에 뒤진다. 용산은 동부이촌동과 서빙고동, 한남동, 이태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용산의 개발 예정 청사진이 그려진 지역은 이러한 이슈를 바탕으로 아파트는 물론 재개발 구역 지분 가격이 최근 1년간 대부분 2배 가까이 올랐다. 땅으로서의 효용가치가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동부이촌동과 서빙고동은 용산의 핵심 주거지역이다. 이른바 ‘상류층’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몰려 산다. 수십년 동안 굳건하게 공인된 부촌이라고 할까. 총 15만평에 이르는 면적에 약 1만세대, 3만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 지역이고 평수도 큰 편이다.
공인된 1급 주거지, 동부이촌동
불과 10년 전만 해도 동부이촌동과 서빙고동을 잇는 블록의 최고 부자들은 동부이촌동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신동아 아파트 거주자들이었다. 대형 평수에 돈 씀씀이가 크고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거주해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로서의 부가가치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수년간 재건축된 프리미엄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동부이촌동 아파트 지형도에 변화가 왔다. 그중 첫눈에 띄는 것이 외인 아파트 재건축 부지로 일반 분양된 LG한강자이이고 이어 한신, 청탑아파트 재건축 물량인 삼성리버스위트를 꼽을 수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계획대로 정비되면 용산역 인근 노후주택단지들은 대부분 첨단 주상복합과 초고층 빌딩 등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동부이촌동은 완전한 평지인데다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갖췄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다. 가구수 대비 전체 상업시설의 비율이 낮고 크기가 작은 상가가 많다보니 장사는 잘되는 편이지만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다. 실평수 25평이면 이 지역에서 아주 큰 상점에 속한다. 강남 주택가와는 달리 패션거리나 대형 고급 백화점이 없는 게 옥의 티로 꼽히기도 한다. 백화점을 이용하려면 소공동 롯데나 회현동 신세계, 반포 신세계까지 나가야 한다.
그래도 한번 이곳에 정을 붙인 사람들은 여간해서 동네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만그만한 사람들이 섬마을처럼 몰려 사는, 편하고 익숙한 분위기가 자아내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차가 필요없는 동네
1998년 9월.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듯 늦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렸다. 강남에서 수입가구점을 운영하던 K씨는 거의 파산상태에서 동부이촌동에 들어왔다. 외환위기의 폭풍은 7개월 만에 그의 집을 뺏아갔고, 급작스레 돌아온 어음은 그를 한 순간에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렸다. 빚에 몰린 그는 압구정동의 50평형대 아파트를 급히 처분하고 2036세대 대형 단지가 막 입주 중이던 이촌역 앞 한가람아파트 25평형을 6500만원 전세로 얻었다.
복도식 아파트에다 한 면에만 베란다가 있고 2평이 채 안되는 방 2개에 4평짜리 안방 하나, 3평의 거실, 1평 조금 넘는 화장실 한 개. 거실은 대형 TV를 볼 만한 거리에 못미쳤고, 싱크대의 음식물 찌꺼기 냄새가 안방까지 밀려드는 듯했다. 아내와 세 자녀는 무엇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주거공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많은 가구를 다 처분하고 안방엔 장롱 하나, 침대 하나만 겨우 들일 수 있었다. 아이들 방은 몸만 겨우 뉠 수 있는 형편이었다.
K씨는 좋은 점만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이겨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촌동 조기 축구회에 가입하고 공무원시장에 조그마한 공간을 얻어 인테리어 가게를 냈다. 시장 상인들을 사귀면서 한창 입주 중인 동부이촌동 새 아파트의 개조공사와 헌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따내기 시작했다. 밤 9시쯤 가게문을 닫고 공무원시장 한켠에서 치킨 반 마리에 소주 1병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너무도 가벼웠다.
조금씩 수입도 늘어갔다. 작은 집에 들어오면 ‘아직도 내 곁에 남아준 아내와 예쁜 아이들’을 보고 용기를 냈다. 그는 1년 만에 동부이촌동 전체를 파악했다. 그러고는 2년 만에 한가람아파트 옆에 새로 지어진 대우한강아파트 33평으로 옮길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결돼 있는 용산가족공원. 향후 이 보다 몇 배나 더 큰 용산민족역사공원이 용산에 들어설 지가 관심사다.
한가람아파트는 동부이촌동의 최대 단지로, 1968년에 지어진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이다. 시공사는 건영인데, 재건축 시공 중에 부도를 냈다. 결국 공사기간은 길어지고 아파트의 질도 처음 계획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43·33·25평형 중 33평형의 경우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9월에 2억5000만원 정도였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지금은 9억원이 넘어간다.
한가람아파트는 단지가 대형이고 전철역과 인접해 인기가 높다. 용산민족공원 계획이 구체화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촌역 맞은편으로 들어오면서 이촌역 지하차도와 철도건널목 등 동부이촌동에서 용산 동쪽 시내 방면으로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쪽에 있는 아파트들이 몸값을 높여갔다.
종전에는 한가람아파트와 강촌아파트, 코오롱이촌아파트 등 재건축된 33평형 아파트 가격이 비슷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작은방과 주방, 베란다에서 이촌역이 내려다보이는 쪽의 동은 철길이 붙어 있는 데다 북향이어서 가격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원계획이 현실화하면서 공원 조망권을 기약해볼 수 있는 북쪽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또한 주차장이 지하 2층까지 마련돼 있어 주차공간이 충분하다. 새로 인테리어를 하거나 바닥재를 손봤으면 33·43평형은 오랫동안 사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25평형은 당시 재건축의 특징을 반영하듯이 방 3개를 넣었다. 전용면적 18.1평에 방을 3개 넣으니 다소 비좁은 느낌이다. 거기에 화장실 1개, 베란다 1개로 33·43평형에 비해 동선(動線)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지만 수요가 많아 현재도 4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아파트의 클래식’ 한강맨션
이촌동에서 미래가치가 가장 우수한 단지를 꼽으라면 한강맨션 단지를 들 것 이다. 10년쯤 뒤에 재건축돼 있을 아파트 1순위이기도 하다. 1960년대 한강맨션은 ‘공유수면 매립지구’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채 개발됐다. 건설회사가 한강에 먼저 제방을 쌓아 주택지와 분리하고 이후 한강변 모래밭을 매립해서 택지를 만든 동부이촌동의 대표 아파트가 한강맨션이다.
약 2만4000평의 넓은 대지에 들어섰고, 앞뒤가 뻥 뚫려 한강과 남산의 조망권을 기대할 수 있는 동부이촌동의 중심에 위치한다.
입주한 지 35년이 됐지만 아직도 거주 상태는 양호한 편. 수리를 많이 한 집은 바로 옆의 신축 아파트인 LG한강자이가 부럽지 않다. 거주자들이 대부분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한 노년층이어서 아직은 노골적으로 재건축에 매달리는 것 같지 않다.
한강맨션은 착공 당시엔 거의 최초로 지어진 호화 아파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최신 개념을 도입한 주택이었다. 실평수가 크다는 점은 살아본 사람만이 안다(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라 공용면적이 작아서 아파트의 평형과 전용면적이 거의 같다). 한강맨션이 지어지기 전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연탄을 땠지만, 한강맨션은 최초로 중앙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기름을 땠고, 더불어 당시엔 찾아보기 드물던 양변기 화장실을 도입했다.
이 아파트의 기본 콘셉트는 현대의 아파트로도 이어졌다. 수요층의 중장기적 욕구를 적확하게 반영한 스테디셀러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강맨션을 팔겠다고 선뜻 내놓는 소유자는 매우 드물다. 한강맨션은 3종 주거지역으로 재건축 때 높이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재건축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소형 평수 의무비율과 개발부담금, 용적률 제한만 해결된다면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탄생할 수 있는 위치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재벌그룹 오너들의 주택이 모여있는 한남동, 인근에서 개발 중인 한남뉴타운 입장에서는 ‘병풍효과’를 기대하는 지역이다.
1994년에 입주한 638가구의 대림아파트는 이런 이유로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썩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강변도로와 경부선, 호남선 열차 소음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좁은 조경면적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다만 한강으로 이어지는 보행육교가 만들어져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이 단지의 장점이다.
이촌동의 공식 행정구역 명칭은 이촌1동과 이촌2동으로 나뉜다. 이촌1동은 동부이촌동, 이촌2동은 서부이촌동으로 통칭된다. 지금까지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의 풍광은 사뭇 달랐다. 한강로를 사이에 두고 동부이촌동은 ‘꽤 사는’ 사람들이 몰려 살았고, 서부이촌동엔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많았다.
2005년에 들어서면서 대림아파트 뒤쪽의 철도기지창 13만평에 100층 빌딩(가칭 ‘슈퍼타워’)이 세워질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용산역 인근을 국제첨단업무지구로 지정하고 도심화하는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 철도기지창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서부이촌동 단독주택과 빌라에도 발빠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또한 한강대교 밑에는 서부이촌동과 동부이촌동이 반반씩 나눠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명물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명박 전 시장 때 한강대교 중간에 걸쳐 있는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설립할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만3700평의 타원형 섬 노들섬을 이전 소유주인 건영으로부터 매입해놓은 상태다. 오페라하우스 조망 프리미엄도 이촌동민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수확일 것이다.
서부이촌동은 한강 조망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서울역으로 진입하는 철도로 인해 다소 피해를 보는 면도 있다. 한강을 보고 주거 목적으로 집을 사러온 사람들은 철도 레일과 낡은 아파트 숲을 보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따라서 가격이 오를 만한 특별한 이슈가 적었다.
하지만 산재한 단독 및 연립주택 등 노후한 주거 건축물이 전체적으로 재개발되고 철도기지창에 슈퍼타워를 건립하려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면 용산역을 거점으로 한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동부이촌동 부동산 가격 이상의 반등이 예상된다.
‘민족공원’ 효과
20년 전쯤만 해도 용산 미8군 출입증은 ‘신분의 상징’이었다. 특급호텔 앞에 늘어선 최고급 세단에는 대개 미8군 출입증이 붙어 있곤 했다. ‘US ARMY’라고 씌어 있는 군용차량 번호판도 왠지 ‘권력’의 이미지를 풍겼다. 그럴 만도 했다. 부대 안은 아주 넓고 쾌적하다. 잔디밭과 너른 운동장, 심지어 헬기장까지 갖췄다. 군 부대라지만 극장, 수영장, 레스토랑, 볼링장, 오락실, 사교클럽, 병원 등등 없는 게 없었다. 서울에서 가장 넓은 중심 평지에 도시 속의 도시 100만평, 이제 그곳이 초대형 공원부지로 예정되면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미 ‘용산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대한 특별법’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공원 활용면적에 있어 건교부와 서울시의 생각이 아직은 상이하다. 공원 조성 관련기관의 대체적인 생각을 종합해보면 미군부대의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81만평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목표인 것 같다.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자금 충당을 위해 공원 부지를 한 평이라도 줄여보려는 생각인 듯하다. 현재도 도로로 분리되어 산재한 미군부대 부지, 즉 캠프킴(1만6000평), 수송단(2만6000평), 유엔사(1만6000평) 등은 상업용지로 매각해 미군기지 이전자금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자리에는 주상복합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81만평 공원이 만들어지고, 그 공원을 둘러싸고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주변 같은 풍경을 그려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지난해 용산민족공원 한켠에는 9만3000평에 달하는 국립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건축면적만 1만5000평이다. 내부의 약 7만8000평은 아름다운 호수공원이다. 향후 민족공원과 이어지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같은 고급 문화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서울은 그동안 녹지가 부족했다. 지친 삶을 달랠 만한, 24시간 열려 있는 공원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용산민족공원이 가시화하면 이 주변에 대한 수요 역시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 ‘시간과의 싸움’이 관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필두로 내로라하는 재력가들이 요지부동 선호하는 곳이 한남동이다. 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정남향에다 고도가 높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말 부러운 입지다. 한남동은 지금도 강남을 능가하는 최고가 주거지이다.
한남동의 부촌은 하얏트호텔 인근 ‘삼성타운’ 근처의 고급 주택지권과 유엔빌리지 쪽 강변 조망권을 자랑하는 고급 주택지권으로 나뉜다. 대부분 대지면적이 넓은 단독주택이다. 대형 평수의 빌라, 조망권을 확보한 고급 주택시설이 주류다. 재벌가 사람들, 진짜 주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신흥 부자들, 30개가 넘는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섞여 있다. 따라서 보안과 경비는 어느 정도 자연적으로 유지된다.
한남뉴타운은 한남동, 보광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서빙고동 일대 33만1000평 규모로 이뤄졌다. 남산과 용산민족공원의 녹지축에 놓여 있고 부자동네 한남동과 인접해 있어 뉴타운 중에서 으뜸가는 선호대상이다. 다만 지역이 넓게 산재해 구심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 15층 이하로 지어야 하는 남산고도제한구역이라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한 지역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국대 개발계획과 맞물려 신규 아파트가 쏟아져 나올 경우 서울시내에서 단번에 최상위 랭킹에 드는 핵심지역으로 발달할 소지가 높다고 본다. 요즘 값이 뛰는 아파트의 1순위는 ‘그린(환경) 콘텐츠’를 많이 담은 아파트다. 얼마나 편하게, 녹색을 얼마나 아름답게 볼 수 있느냐가 최고 아파트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몇 해 전에는 아파트 이름에 환경지향성 이미지가 강하게 투영된 ‘파크’ 글자가 들어가면 분양에 성공한다는, 이른바 ‘파크 불패’라는 신조어가 건설사 사이에 나돌기도 했다.
용산민족공원이 구체화하면서 현재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담벼락에 맞물려 세워진 시티파크와 파크타워는 계속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초대형 민족공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아파트가 아직은 이 두 곳뿐이기 때문이다. 둘 중에서는 파크타워가 조망권 확보 면에서는 훨씬 좋다. 대신 시티파크는 원스톱으로 부대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선과 네모반듯해서 효율성이 있는 유니트 평면을 갖고 있는 게 장점이다.
시티파크와 파크타워
2007년 7월과 2008년 10월에 각각 입주예정인 시티파크와 파크타워는 용산을 대표하는 주상복합 아파트로 각종 용산개발 계획과 맞물려 5~6년쯤 지나면 국내 최고 가격 아파트군이 될 가능성도 있다.
888 가구의 파크타워는 재개발로 지어지는 고급 주상복합 건물이다. 용산 남측구역이 준주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600%의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건축물에 의한 토지이용도를 보여준다)을 확보하게 됐다. 아파트 부지를 두 블록으로 나눠 한쪽은 삼성물산이, 또 한쪽은 현대건설이 시공 중이다. 보기 드문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인데다가 지하철 4호선과 국철, 15년쯤 후에 신분당선과 이어질 계획인 이촌역을 끼고 있으며, 공원과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최고급 조망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아파트 각 동이 가로로 도열해 있다.
또한 입주 시점에 용산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더욱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시티파크와 파크타워가 국내 최고의 아파트로 부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용산 국제센터 구역의 주상복합타운 지정이다. 시티파크에서 용산역에 이르는 한강로 3가 일대 2만2770평은 용산의 대표적인 슬럼 지역이다. 시티파크나 파크타워를 사러 온 사람들도 시티파크 서쪽의 정비되지 않은, 낡은 지역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제 그곳도 재개발 계획이 확정돼 최고 40층의 빌딩과 30~60평형의 중대형 주상복합촌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난 3월의 국제빌딩 주변 특별계획구역 지정은 시티파크와 파크타워의 거래 가격을 한 단계 올려놨다. 구역 중앙에는 전체면적의 20% 수준인 5470평 규모의 녹지 공원이 조성되며, 민족공원에서 용산역에 이르는 아름다운 녹지보도도 계획되어 있다. 국제센터 구역과 용산 사이의 1만8000평 용산역 앞 부지도 구역지정을 받았다.
일명 ‘용산 텍사스’라 불리던 역 앞 홍등가가 사라지고 40층짜리 주상복합촌이 들어선다. 이촌역에서 용산역까지 약 20개채 오피스빌딩과 주상복합 건물이 줄줄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정비계획대로 완성되면 이곳은 명실공히 서울의 부도심이 된다. 용산공원과 용산역, 국제센터 주변 개발계획으로 눈에 띄게 혜택을 본 곳 또한 시티파크와 파크타워다. 녹지에 가장 가깝고 주거지역으로 적합한 위치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2011년이 되면 블록 전체의 윤곽이 드러난다. 서울에서 최고로 치는 고급주상복합 단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입주시 아파트 가격은, 바람을 탄다면 경기 분당신도시 정자역 일대 주상복합타운의 2004∼05년 가격 상승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분당 정자역 일대는 무리지어 늘어선 새 주상복합 건물과 신분당선 조성 계획, 유럽풍 상권 형성 등의 키워드가 맞물려 파크뷰 등 일부 아파트의 경우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평당 가격에 필적하는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2% 부족한 학교 인프라
다만 곳곳에 정비예정 구역이 남아 있어 손댈 것 많은 용산역 주변은 개발계획이 아직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도 들린다. 복잡한 인·허가 문제도 그렇고, 현 정부, 다음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의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용산은 학군을 숫자로 표현하던 예전방식을 빌리자면 5학군(종로, 중구, 용산)권역이다. 학군 전체의 특징이 그러하듯 솔직히 학부모 처지에서 용산에서 꼭 보내고 싶은 학교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한강로의 한 초등학교는 옥상을 운동장으로 쓰기도 한다. 그나마 이름이 회자되던 수도여고는 보라매공원으로 이전했고, 용산고는 여전히 남산 밑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강남에 밀려 명성이 옛날만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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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산초등학교, 용강중, 중경고를 축으로 이어지는 랜드마크 학교들을 보유한 동부이촌동 학군이 그나마 인정받는 편이다. 초중고교에서 동창이 된 동네 친구들은 졸업 후에도 동부이촌동 브랜드로 네트워크 파워를 형성한다. 다만 전부 공립이다 보니 학교시설이나 규모면에서 고급 아파트 거주자들의 눈높이에는 좀 못 미치는 면도 있다.
최근 보광동 정수장 부지에 용산국제학교가 신설됐다. 용산국제학교는 수영장, 체육관, 식당 등 동양 최고 수준의 교육시설을 갖췄으며,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00명 정원의 학교로 개교했다. 외국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지만, 한국인 학생도 5년 이상 해외 체류 경험이 있으면 정원의 30%선에서 입학이 가능하다. 상사원, 주재원, 기러기 부모 자녀나 조기유학생들로 이뤄진, 이른바 ‘연어족(族)’이 얼마나 유입될지도 관심사다. 교육현장의 학생 맨파워는 동네 브랜드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