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지략을 가진 은행털이범(클라이브 오웬), 노련한 협상전문 형사(덴젤 워싱턴)의 카리스마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여기에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비밀 로비스트(조디 포스터)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스파이크 리의 연출을 통해 이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다가온다. 인질들의 릴레이 인터뷰나 인질 처형장면은 테러로 얼룩진 미국의 단면을 꼬집는 듯한 묘한 여운을 선사한다.
은행을 장악한 일당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같은 옷과 마스크를 입혀 서로 구분이 가지 않게 한다. 그런데 범인들은 정작 은행의 돈에는 관심도 없다. 과연 범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협상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로비스트는 왜 이 사건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숱한 의문의 꼬리를 이어간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것도 꽤 놀랍지만 이들의 열연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해준다. 다큐멘터리의 조잡하고 거친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넣어 리얼리티를 한껏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인물 묘사와 빠른 카메라 워킹도 색다른 맛을 살려낸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또한 수준급이다. 화려한 입체음향이나 총격음, 폭발음이 넘쳐나지는 않지만 배경음악과 음향이 생생하게 귀를 자극한다. 영화 예고편을 제외한 스페셜피처(부가영상)가 전혀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유니버설 제작. 1만76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