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침묵의 살인자’ 간암, 그러나 치료법은 많다

  • 이관식 교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내과

    입력2006-10-16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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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살인자’ 간암, 그러나 치료법은 많다

    암 종양의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암은 만성 간 질환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만성 간 질환의 주 원인은 B형(60~70%)과 C형(15~20%) 간염 바이러스이고, 알코올성 간 질환도 점차 증가해 C형 간염과 비슷한 수준에 와 있다.

    만성 간 질환에서 간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오랫동안 간세포가 파괴되고 재생되면서 간세포에 유전적 변이가 생기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간암이 장기간의 만성 간 질환을 앓고 난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간암 환자의 60~80%는 간경변증이 동반된 상태였다는 점은 이런 추측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중에는 드물게 10대나 20대에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또 간 조직이 정상인 경우도 있으며, 만성 간 질환 환자의 간세포 유전자에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끼어들어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고 있어 B형 간염 바이러스 자체가 직접 간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진단 기법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는 간암이 아주 심각해진 다음에야 발견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만성 간 질환 환자에 대한 정기적 초음파 검사가 시행되기 때문에 간암의 조기 발견 확률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치료에 성공하는 환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심해 간암과 주변 간 조직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와 같이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에서도 간암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기검진, 예방접종이 최선의 방어책

    모든 간 질환이 그렇듯 간암도 증상이 거의 없다. 간은 그 표면에만 신경이 있기 때문에 간 표면을 압박할 정도의 아주 큰 간암이라면 일부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간암이 만성 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규칙적 검사나 정기 신체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 발견되는 간암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우상복부 동통, 복부 팽만, 체중 감소, 식욕 부진, 피로 등이다. 간암이 꽤 진행된 환자의 배를 만져보면 오른쪽 갈비뼈 밑에서 간이 크고 딱딱하며 우툴두툴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간 표면에 돌출해 있는 간암이 파열되면 대량 출혈이 일어나 배가 심하게 불러오면서 쇼크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잘 지내던 간경변증 환자가 갑자기 황달이 심해지거나 복수가 많이 차면 간암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규칙적인 검사를 하는데, 검사하는 목적은 간 질환의 악화, 합병증의 발생,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다. 검사 종류는 흔히 GOT, AST, GPT, ALT 등으로 알려진 간 기능 검사와 간암 표지자 검사, 초음파 검사 등 이며 검진 대상 환자는 B형 또는 C형 만성 간염 환자와 여러 가지 원인의 간경변증 환자이다. 알파 태아단백(간암 표지자 검사)의 수치가 오르거나, 초음파검사에서 혹이 보여 간암이 의심되면 C-T나 MRI 검사로 최종 확인한다. 간 혈관을 촬영해서 진단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확실치 않은 종양의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면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흉부 C-T로 폐 전이, 뼈의 동위원소 촬영으로 뼈 전이, PET 검사로 전신적인 전이 상태를 확인한다.

    녹이고 떼어내고…

    이런 검사로 간암인 것으로 확진되면 각종 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을 하고, 종양의 크기가 2cm 이하이면 알코올 또는 동위원소인 홀미움(Holmium) 등을 간암에 직접 주사할 수 있으며 약 3cm까지는 고주파 열 치료(RFA)나 냉동요법이 행해진다. 이 외에 간 동맥 화학색전술(TACE)과 간이식이 있다. 각각의 치료방법은 간암의 크기, 개수, 형태, 진행상태 및 위치, 환자의 전신상태, 간경변증의 상태 및 초음파 검사로 접근이 가능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간혹 조기에 발견된 경우라도 경계가 명확지 않고 주위로 퍼지는 형태의 간암은 치료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간암이 뼈에 전이되었을 때 주로 시행되는 방사선치료법, 초음파의 강도를 높여서 간암을 치료하는 초음파치료, 항암제를 투여하는 화학요법, 면역기능을 강화해 체내의 면역세포가 간암세포를 스스로 공격하게 해서 치료하는 면역요법 등이 있다. 대표적인 치료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침묵의 살인자’ 간암, 그러나 치료법은 많다

    MRI 검사 사진. 왼쪽 화살표 부분이 종양이다.

    외과적 수술 간암을 가장 확실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로 암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다. 암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되어야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을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일단 암의 크기나 위치상 절제가 가능해야 한다. 크기가 매우 큰 경우에는 떼어내기 어렵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며, 재발률도 높다. 또 간암이 중요한 혈관이나 구조물을 침범한 상황이면 절제하기 곤란하다. 다음으로 환자의 간 기능이 좋아야 한다. 간암은 대부분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는데, 간경변증이 심한 경우에는 전신 마취도 문제가 되고 간암을 떼어낸다 하더라도 나머지 간으로는 수술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다. 끝으로 간 이외의 장기에 암이 퍼져 있지 말아야 한다. 간암은 폐, 부신, 뼈, 뇌 등으로 잘 전이되는데, 이미 전이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간암 치료법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조건이 맞으면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알코올 또는 홀미움 주입법 초음파검사로 간암을 보면서, 직접 바늘로 간암을 찌르고, 100% 알코올이나 홀미움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알코올은 간암을 녹이고, 홀미움은 방사성 동위원소로서 간암에 주입된 후 방사선을 방출해 간암을 파괴시킨다. 알코올 주입은 3~4회 시행해야 하나, 홀미움은 1회만 시행하기 때문에 간편하다. 문제는 드물게 홀미움이 혈액으로 유출될 경우 골수 기능이 저하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도 제약은 있다. 우선 초음파 검사에서 간암이 잘 보이는 경우에만 시술할 수 있고, 횡격막 근처의 깊은 부분은 접근이 쉽지 않으며, 간암 주변에 중요한 혈관, 담도, 담낭 등이 있는 경우는 부담이 된다. 또 간암이 간의 표면에 있으면 주입한 물질이 간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으며, 크기가 큰 간암은 시술 후 재발하기 쉬우므로 2cm 이하의 간암에서 주로 시술한다.

    간이식 성공률 70∼80%

    고주파 열 치료 및 냉동요법 알코올 주입법과 마찬가지로 바늘로 찔러서 시술한다. 바늘 끝에 고주파를 통하게 한 후 열을 발생시켜 간암을 태우거나, 냉동시켜 치료하는 방법이다. 고주파 열 치료는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냉동요법은 통증이 거의 없고, 두 방법 모두 바늘로 찔러서 시술하므로 알코올 주입법과 같은 제한점이 있다. 현재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시술비가 수백만원으로 비싸지만,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간암의 크기가 3cm 이하인 경우에 주로 시행하고 있다.

    간 동맥 화학색전술 정상적인 간은 주로 간 문맥(정맥)이 영양을 공급하지만, 간암은 깨끗한 피를 공급받기 위해 간 동맥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결국 간 동맥이 간암을 먹여 살리게 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서 간 혈관 촬영을 통해 간암을 먹여 살리는 간 동맥을 찾아 항암제와 혈관을 막아버리는 색전물질(리피오돌, 기름성분)을 섞어서 주입하고, 마지막으로 간 동맥에 또 다른 색전물질(젤폼)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젤폼은 이미 간암에 주입한 항암제와 리피오돌이 빠져나오지 못하게도 하지만, 자체가 간암을 먹여 살리는 혈관을 막아 간암이 먹고 살지 못하게도 한다. 시술 후 간 부위의 통증, 구토, 발열, 간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으나 90% 이상은 회복된다.

    ‘침묵의 살인자’ 간암, 그러나 치료법은 많다

    간동맥 화학색전술

    간이식 초기에는 뇌사자의 사체를 이용했으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재는 생체 부분 간이식이 주가 됐다. 생체 부분 간이식은 잘 알려진 것처럼 주로 가족이 간의 일부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 중에 간을 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경우는 제3자의 간을 이식하기도 한다. 현재 70~8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치료가 어렵거나 재발하는 간암도 간이식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말기 간경변증도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3cm 이하의 간암이 3개 이하인 경우에 시행하는데, 근래에는 더 큰 간암에도 시도하고 있다. 상당히 진행된 간암은 새로 이식된 간에 간암이 재발할 확률이 높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암이 생길 위험이 높은 집단에 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B형 간염인 만큼 간염 항체가 없는 사람은 B형 간염 백신을 꼭 맞아야 하며, 특히 어머니가 B형 간염인 경우는 신생아에 대한 예방접종이 필수다. 간암을 조기 발견해 완치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는 간의 다른 부위에 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간암 치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검사 결과 다시 간암이 발견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관식 교수

    ‘침묵의 살인자’ 간암, 그러나 치료법은 많다
    연세대 의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1993년부터 2년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간 섬유화(간염에서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연구했다. 1997년 대한간학회-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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