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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 보유자의 호소 “병보다 사회적 차별이 더 아파요”

  •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총무 www.liverkorea.org

B형 간염 보유자의 호소 “병보다 사회적 차별이 더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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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만성 간염에 갖는 또 하나의 오해가 만성 간염 환자 또는 만성 간염 보유자는 육체적인 활동을 심하게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간염 보유자는 육체적인 활동을 제한받지 않는다. 또 간염 환자라고 해도 치료를 받아 상태가 안정되면 역시 육체적인 활동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안정가료보다는 적절한 사회활동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 최근의 의견이다.

간염 보유자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어느 한 개인이 무슨 병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필요는 없다. 개인의 비밀이 공공연히 알려지는 것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의료 정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의료 정보를 근거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학교와 직장 등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 때는 의사의 판단이 우선해야지 일반 교사나 직원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개인 건강기록의 비밀이 보호돼야 하고 또 건강기록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공개되어야 하는 것은 B형 간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장과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장이나 체중, 허리둘레 등이 회사 동료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혈액전문가들과 심리학자들은 성격과 혈액형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많은 젊은이가 그것을 믿는다. 만약 내 자녀의 담임교사가 혈액형별 성격차이를 믿고 혈액형에 따라 아이들을 다르게 가르친다면 어떨까?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다. 내가 간염 보유자인 것이 부인 또는 남편과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한다면 결혼을 포기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을 B형 간염 보유자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이렇듯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의 병을 제대로 알게 해달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비용을 쓰면서 비슷한 수준의 국민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 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무턱대고 따라야 할 대상이지 의문을 갖거나 질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유사 의료시장’이 형성되어 환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아무런 근거 없이 환자들을 속인다.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보다 잘 이해한다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더 적극적일 것이다. 나의 현재 상태는 이렇지만 이 약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치료를 선택하거나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또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 질병에 따른 여러 사회·심리적인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평생 자신의 질병을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성 질환은 한두 해 치료하고 마는 병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야 할 삶의 한 부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어 있는 간염 보유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의 질병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가 속한 간사랑동우회는 이런 활동을 하는 곳이다. 간사랑동우회가 활동한 지난 7년간 여러 면에서 제도적 개선이 있었지만 작은 단체가 활동하는 데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이런 활동은 간 질환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질병에도 필요하지만 환자단체들은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활동이 미약하다. 인터넷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간사랑동우회 회원이 2만명이지만 이것은 전체 간염 보유자의 1%일 뿐이다.

윤구현 교수

B형 간염 보유자의 호소 “병보다 사회적 차별이 더 아파요”
1999년 중앙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까지 사회복지법인 한국봉사회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했다. 2001년 B형 간염 보유자임을 공개하고 간사랑동우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5년 국회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건강 보유자 고용차별 해소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신동아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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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현 간사랑동우회 총무 www.liver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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