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창립 41주년을 맞아 기념비를 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소. 비석 오른쪽 첫 번째 사람이 장인순 당시 소장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20세기 들어 세계사를 선도하는 과학문명에 동승하지 못해, 외세의 침략과 조국분단 그리고 민족상잔이라는 질곡에 빠져 세계에서 유일하게 허리가 잘린 나라로 남게 되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 분단된 남과 북은 1950년대 당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바쁜 아침의 나라’로
그런데 6·25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한반도는 어떤 상황일까? 사진에서 많이 보았듯이 북한의 산하는 벌거벗은 채로 있다. 대부분의 주민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살아가는 북한은 암울한 나라(dark country)가 되었다.
반면 일찌감치 자유민주 체제와 시장경제를 도입한 대한민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아침이 바쁜 나라(morning rush country)’가 되었다. 그뿐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도 되었다.
경제성장과 산림녹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에너지 자립이 큰 구실을 했다. 한국은 불빛의 40%를 원자력으로 밝히면서 가장 짧은 시간에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룬 원자력 발전 선진국이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1948년 5월14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송전(送電)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날이다. 당시는 대부분의 전기를 수력으로 발전할 때였는데 수력발전소는 주로 북한에 있었다. 북한의 단전으로 한국은 하루아침에 전기가 없는(?) 나라로 전락했다.
1950년대라서 기록이 정확하지 않지만, 이때 한국(남한)의 발전 용량은 10만kW 정도였을 것이다. 북한이 단전하자 미국은 발전함인 일렉트라함(6900kW)을 인천항에, 자코나함(2만kW)을 부산항에 보내 전기를 공급했다. 한국의 사정은 그만큼 절박했다.
57년 후인 ‘2005년 3월 16일’ 우리가 북한의 산업시설 가동을 위해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게 되었다. 단전을 당했던 우리가 북한에 송전하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원자력이 조국 근대화 앞당겼다
오늘날 우리 삶에 있어 ‘전기’는 어떤 존재일까? 새로운 천년기를 앞둔 1999년에 미국공학회(NAE)가 공학자들을 상대로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과학 기술이 무엇이냐고 묻자, 첫 번째로 많이 나온 대답이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고, 19번째로 많은 대답이 ‘원자력 기술’이었다.
지금까지 전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이 어떻게 변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전기의 발명’은 어쩌면 ‘불의 발견’보다 인류에게 더 큰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전기 없는 산업사회, 전기 없는 정보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오늘날 선진국이 되는 기준과 국민의 행복지수는 양질의 전기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가 가늠한다. 그만큼 전기는 국가와 인간 삶의 중요한 동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