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호

화 병(火病)

잊힌 호흡기관, ‘공명(空明)’이 트이면 세상이 트인다

  • 김 철 몸살림운동가 www.momsalim.or.kr

    입력2006-12-13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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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이 답답하며 온몸이 아파오는 화병. 모든 진단 장비를 동원해 검사해도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현대의학은 화병의 원인을 정신의 이상에서 찾는다. 하지만 몸살림 운동에서는 그 원인을 공명의 막힘에서 찾고, 공명이 트이는 운동을 하면 화병은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세도 교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화 병(火病)
    화병은 주로 나이든 여성에게 나타난다. 남편의 외도나 시집 식구들의 구박 등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여성 중 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 쌓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화병은 우울증, 두통, 그리고 오장육부 중 하나 이상의 지독한 통증을 복합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1996년 미국정신과협회에서는 이 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하고, ‘hwabyung’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요즘 필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병은 젊은 여성에게도 꽤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청소년도 예외가 아닌데, 사이버 공간에는 무엇엔가 화가 난 중·고등학생들이 “복수하겠다”
    화 병(火病)
    는 극단적인 문구를 버젓이 올리는 실정이다. 왜 예전에 없던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것일까.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화병에 대해서도 기존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병은 정신질환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두뇌 때문에 오는 병이 아닌데 두뇌 때문에 오는 병으로 알고 있다.

    화병은 정신질환?

    화(火·가슴이 번거롭고 답답해지는 것) 또는 적(積·한방에서 五臟의 일정한 부위에 있다고 하는 덩어리)이 찼다고 하면서 이를 삭이는 약을 먹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화병이 왜 생기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내리는 처방이다. 몸을 네 가지로 구분하면서 체질별로 다른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화병은 몸이 많이 굽어 공명(空明)이 심하게 막힘으로써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말한다. 보통 화병의 증세에 대해 가슴이 답답한 것을 주로 지적하는데, 이는 화병의 여러 증세 중 하나일 뿐이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명치 부위에 화 또는 적이 차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명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을 때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이런 사람의 명치 밑 부위를 누르면 자지러지게 아파하는데, 이곳이 공명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직접 눌러볼 수 있는 곳이다.

    화병에 걸린 여성은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식구들을 원망한다. 옛날 대가족제도 아래 살 때에는 시집 식구들을 원망했다. 본인은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데 시어머니, 시누이가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는 데서 시작해 남편과 자식들마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원망할 대상이 남편과 자식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식구를 원망하는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화병에 걸리면 가슴만 답답한 게 아니라 몸 여러 군데가 아파 늘 긴장하고 짜증이 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기운이 떨어져 만사가 귀찮고, 여기에다 우울증까지 겹치게 되면 고립감에 빠져든다. 사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것이다.

    몸이 너무 아파 1주일 정도 입원하면서 이런저런 진단을 받아보아도 아무런 병도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은 ‘종합병동’이라고 할 만큼 몸은 엉망진창이다. 가슴이 답답할 뿐 아니라 위도 아프고 장도 아프고, 특히 공명이 너무나 아프다. 화병은 오장육부의 병이기도 하다.

    화병에 대해 웬만큼 아는 의사를 만나면 그래도 다행이다. “화병이군요.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라는 위로조의 조언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병을 모르는 의사를 만나면 오히려 창피만 당한다.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꾀병 부린다는 듯이 눈총을 준다. 그리고 쌀쌀맞게 말한다. “아무 병도 없으니 돌아가세요!”

    이런 상태에서 가족의 평안을 위해 정신력으로 참고 버티려 노력하지만,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다 한번 증세가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다. 소리소리 지르고 울면서 남편부터 원망하기 시작한다. 자식들도 참다 참다 “엄마, 이제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한마디 쏘아붙이면 이제부턴 화살이 자녀들을 향한다.

    화병 일으키는 공명의 비밀

    화병과 함께 오는 증상은 허리 디스크, 다리의 땅김·오십견·견비통·목 디스크 같은 근골계통 질환, 우울증·협심증·불안초조·불면증·불숙면(不熟眠) 같은 신경계통 질환, 만성 소화불량, 속 쓰림, 얼굴이나 손발의 부종, 빈뇨,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근종, 물혹, 만성 설사나 변비, 구취(口臭), 복통, 헛구역질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화병이 있으면 고통스러운 증상이 거의 모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증상이 화병에 따르는 합병증이라거나, 거꾸로 이런 질환 때문에 화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화병과 함께 이들 증상 중 일부 또는 전부가 함께 올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화병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이유는 여성에게 화병은 대개 치골이 틀어져 고관절이 틀어지고, 이로 인해 몸이 심하게 굽고 공명이 막혀서 오기 때문이다. 고관절 틀어짐이 만병의 원인이 되는데, 여기에다 치골까지 틀어져 있으니 부인병까지 함께 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10월호에서 공명이 막히면 위가 내려앉아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속 쓰림의 원인이 된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공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공명(空明)’이라는 말이 독자에겐 생소할 것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①고요한 물에 비친 달그림자 ② 공명=공중(空中)으로 나와 있다. 인체기관으로 설명해놓은 사전은 하나도 없다. 인체에 실제로 존재하면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데도 기공 연구자만 공명이란 말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마저 공명을 하단전(下丹田)의 의미로 추상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해부도를 보면 공명을 그려놓은 것도 간간이 찾을 수 있다. 맹장의 아랫부분인 충수(막창자꼬리, 맹장) 옆, 방광 위에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그려놓았는데, 이 지점이 바로 공명이다. 실제로 공명이 트여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배꼽에서 손가락을 세 개 옆으로 포갠 아래 정중앙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수직으로 누르면 쑥 빨려들어가면서 손가락 끝이 요추 뼈에까지 닿는다. 막혀 있는 사람은 이 지점을 누르면 너무나 아파한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폐호흡을 하지 않는다. 태아도 호흡운동을 하는데, 이는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흡계의 신경과 근육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태아는 엄마에게서 직접 제공받은 산소를 공기주머니에 모아놓고 쓰는데, 이 공기주머니가 공명이다.

    태아가 세상에 나오면 거꾸로 잡고 엉덩이를 탁 치는데, 그러면 폐 속에 있던 양수가 빠져나오면서 태아는 자신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때부터 폐호흡이 시작된다. 그러면 탯줄에 연결돼 있던 공명은 어떻게 될까. 공명은 횡격막이 엇갈리면서 생긴 럭비공 모양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공간은 비어 있음으로 해서 제 기능을 하게 돼 있다. 마치 동양화에 여백이 있음으로 해서 작품의 미적 수준이 높아지듯, 공명도 비어 있어야 몸의 기운이 살아나서 한가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서양화가 여백 없이 화폭이 꽉 차버리면 움치고 뛸 수 있는 여지가 사라져 답답해지듯, 사람도 공명이 막혀버리면 가슴이 답답하고 삶의 여유를 잃게 된다.

    잊힌 호흡기관

    공명이 우리 몸의 기운을 관장하는 호흡기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참으로 괴이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태아 때 산소를 저장하는 기능을 했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이미 폐호흡을 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호흡기관이 왜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이는 서양적 사고에 젖어 있다는 방증이다. 서양적 사고에는 좋은 것 또는 맞는 것도 많지만 나쁜 것 또는 틀린 것도 많다. 우리 선조들 중 일부는 장기를 오장육부의 개념적 틀로 이해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한의학에서는 장기를 이런 틀로 본다. 이에 비해 현대의학은 각각의 장기를 따로 떼어놓고 본다. 오행(五行)사상을 철학적 토대로 하는 오장육부의 개념 틀도 잘못된 것이지만, 주체·객체의 이분법적 철학을 토대로 각 장기를 떼어놓고 보는 방식도 잘못된 것이다.

    화 병(火病)
    필자가 벌이는 몸살림운동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인데, 이 관점에서 보면 양자 모두 큰 결함을 가진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학은 자체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진리의 파지자(把持者)’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우리 몸에 공명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기관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말이다.

    공명이 호흡기관이라는 것은 실제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트림을 자주 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의 트림은 위에 가스가 차서 트림하는 것과 다르다. 위에 찬 가스가 나올 때에는 “걱” 하는 정도의 트림인데, 공명에서 가스가 나올 때에는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가 “크르릉” 하면서 유별나게 크다. 트림할 때 배를 만져보아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위에서 트림할 때에는 위의 가스가 빠져나오면서 윗배가 들어가지만, 공명에서 가스가 나올 때에는 배꼽 밑에서 가스가 빠져나오기 때문에 윗배는 그대로 있고 아랫배가 들어간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칫솔질을 할 때 헛구역질을 하는 것은 비위가 상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몸을 구부리고 자면서 약간 막혀 있던 공명이 자극을 받고 스스로 트이려고 하는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이렇게 헛구역질을 하고 나면 몸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막혀 있던 공명이 트였기 때문이다. 움직이면서 몸이 펴지고 난 이후, 예컨대 점심을 먹고 칫솔질을 하면 대체로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까지 몸이 펴지지 않았으면 다시 헛구역질을 하게 된다.

    임산부 중에는 헛구역질을 심하게 하는 사람부터 전혀 하지 않는 사람까지 편차가 큰데, 공명이 꽉 막힌 사람일수록 헛구역질이 심하다. 헛구역질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몸이 똑바로 펴져 있어 공명이 완전하게 트여 있는 것이다.

    입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도 공명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소화가 안 될 때 일시적으로 트림을 하면 썩거나 신 냄새가 나지만, 공명이 막힌 사람은 트림을 하지 않는데도 입에서 시금털털하면서도 역한 냄새가 장시간 지속적으로 난다. 공명이 막혀 그 안의 공기가 썩었는데, 그 공기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복식호흡 관장

    사람의 호흡에는 흉식호흡과 복식호흡이 있다고 한다. 서양의 인체학에서는 흉식호흡은 주로 늑간근(肋間筋)이 작용하는 호흡 운동이고, 복식호흡은 배의 근육을 움직여서 횡격막을 신축시키면서 하는 호흡 방식이라는 정도로 이해한다. 여성과 어린이는 대체로 흉식호흡을 하고, 성인 남성은 대개 복식호흡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복식호흡은 호흡이 아랫배까지 내려가는 정상적인 호흡이고, 흉식호흡은 공명이 막혀 가슴으로만 달싹거리며 쉬는 비정상적인 호흡이라고 해야 한다.

    공명이 트여 있으면 공명 자체가 호흡을 해 내장기관에 산소를 공급한다. 그런데 공명이 막혀 있으면 내장기관이 밑으로 하수(내장하수)되면서 굳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 걸려 호흡이 밑으로까지 내려가지 못한다. 말하자면 허파가 정상적으로 펴진 상태로 호흡을 해야 하는데, 허파가 상당 부분 움츠러든 상태에서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허파꽈리가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작아진다. 공기와 접촉하는 면이 작아지면 산소를 몸에 필요한 만큼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산소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꼭 필요한 곳부터 산소를 공급하고 불요불급한 곳에는 덜 보낸다. 꼭 필요한 곳은 우선 중추신경계, 그중에서도 우리 몸에 흡수된 산소 중 25%를 소비하는 두뇌이다.

    손이나 발 같은 곳에는 꼭 필요한 곳에서 쓰고 남은 산소를 보낸다. 그래서 늘 산소가 부족하니 당(糖)이 충분히 있어도 태우지 못하게 된다. 태우지 못하니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손과 발이 차가운 사람들은 공명이 막혀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공명이 막힌 사람은 손과 발뿐 아니라 몸도 차갑다. 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지 않으면 추워서 잠을 자지 못한다. 심한 사람은 겨울에는 물론, 여름에도 찬물을 손에 대지 못한다. 손이 찬물에 닿으면 ‘애리다’고 표현한다

    이런 사람은 얼굴색도 정상이 아니다. 창백하거나 누렇게 떴거나 까맣게 죽어 있다. 이런 사람도 공명을 틔워주면 10분도 안 돼서 얼굴에 홍조가 돌면서 정상으로 돌아간다. 공명이 트이면 바로 깊은 호흡이 가능해지면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이다.

    만성 피로가 오는 까닭

    조금만 일해도 금세 피로해지는 사람이 있다. 차를 타든 집에 돌아오든 어느 자리에 앉기만 하면 피곤해서 잠에 곯아떨어지는 사람들. 심지어 회의하는 자리에서도 자기 할 얘기만 하고는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잔다. 늘 기운이 없으니 일에 의욕이 있을 리 없다.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대충 남이 만들어내는 일을 뒤따라가며 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보약이 잘 팔린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기운이 돌아오지 않으니 보약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보약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이 없다. 공명이 막히지 않았을 때에는 보약이 효험이 있을 수 있지만, 공명이 막힌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공명이 막힌 사람은 흉식호흡을 하기 때문에 늘 산소가 부족하고, 산소가 부족하니 기운이 살아날 리 없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공명이 막히면 오른쪽 신장이 처져 방광을 누른다. 그래서 신장과 방광이 함께 굳어 있다. 장기는 근육으로 이뤄져 있는데, 근육이 굳으면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신장의 임무는 우리 몸에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내는 것인데, 그 기능이 떨어져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내지 못하니 항상 몸이 피로함을 느낀다.

    보통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면 조금 부기가 있지만 신장이 나쁜 사람은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어 있다. 신발을 신지 못할 만큼 발이 붓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진다. 이는 수면 중에는 장기도 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장이 쉬면서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내지 않으니 그것이 쌓여서 몸이 붓는 것이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면 다시 신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부기가 빠지게 된다.

    신장은 우리 몸 좌우에 하나씩 두 개가 있지만, 왼쪽에 있는 신장은 기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오른쪽 신장에 크게 문제가 생겼을 때 쓰기 위해 예비용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왼쪽 신장은 장기 속에 묻혀 있어 혼자서 밑으로 처지는 일은 없다. 오른쪽 신장은 방광 오른쪽 위에 있는데, 그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처질 수 있다. 늘 오른쪽 신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간도 나빠지기 쉽다. 일차적으로 신장에서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내고 남은 물질을 간에서 분해하는데, 신장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간으로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간이 나쁜 사람은 간으로 가는 신경이 눌려 있는 게 아닌지도 살펴보아야 하지만,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또 신장이 나쁜 사람은 오줌을 자주 누는 빈뇨(頻尿) 증세가 함께 있다. 신장이 나쁜 것은 무슨 병명이 붙어 있든 모두 신장이 처져 방광과 서로 누르고 눌리면서 굳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누르면 신장만 굳는 게 아니라 방광도 굳는다. 방광은 오줌을 충분히 모아놓았다가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굳어 있는 상태에서는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 모아놓지 못하고 바로바로 배출하는 것이 빈뇨 현상이다.

    공명 막힘은 만병의 근원

    정상적으로 배변이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변비라 하는데, 변비는 주로 여성들에게 나타난다. 현대의학으로 검사를 받으면 대개 ‘습관성 변비’라는 진단이 나오는데, 이에는 긴장 감퇴성 변비와 긴장 항진성 변비가 있다고 한다. 긴장을 너무 풀거나 너무 긴장해서 변비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주로 음식을 가려 먹는 것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변비가 사라지지 않는다. 변비의 원인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대장은 소화를 하고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를 모아놓았다가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한다. 대장은 이 찌꺼기를 보관하고 있는 동안에 적절하게 수분을 흡수하고 남은 것을 내보낸다. 이렇게 모아놓았다가 내보낼 때 대장은 연동운동을 한다. 내려 보내는 운동과 잡아놓는 운동이 그것이다. 이러한 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만성적인 변비나 설사는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대장이 정상적인 운동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정상적인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장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굳어서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만성적인 변비와 설사에 시달리게 된다. 변비는 내려 보내는 기능이 떨어졌을 때 찾아오며, 설사는 잡아놓는 기능이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변을 보는 습관 때문도 아니고, 모든 일에 민감한 과민성 체질 탓도 아니다.

    장이 굳는 현상은 공명이 막혀 내장이 하수돼 있기 때문이다. 내장이 하수돼 대장을 누르면 내장도 대장도 굳는다. 만성적인 변비나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의 대장 상단 부위를 눌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장이 굳은 사람은 왼쪽 아랫배를 누르면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반면 장이 굳지 않은 사람은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까지 나열한 증상 외에도 여러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위가 하수돼 굳어 있으니 항상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 등이 굽어 흉수(胸髓)와 뇌수(腦髓)가 잘 연결되지 않으니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현대의학에서 정신질환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오기도 한다. 목이 굽어 목 근육이 굳어 있으니 머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어지럼증이나 이명 현상이 오기도 한다.

    화 병(火病)
    화 병(火病)
    화병의 해법

    병원에서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행위는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얘기밖에 없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화병이 크게 도지지는 않겠지만, 세상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서 받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몸살림운동의 논리로 본다면 ‘몸을 펴고 사십시오’라고 권하는 게 옳은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웅크리게 되는데, 몸을 펴면 몸이 개운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몸을 펴면 오던 스트레스도 뒤로 물러간다.

    화병 또한 몸을 펴면 사라진다. 그런데 화병이 있는 여성의 몸이 굽어 있는 것은 앞서 설명한 대로 치골이 틀어져 고관절까지 함께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주로 여성에게 화병이 많은 것은 바로 이 치골 때문이다. 아기를 낳을 때 치골이 벌어져야 태아의 머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치골은 좌측과 우측이 틀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치골이 틀어지면 골반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이곳으로 장기가 밀려 내려온다. 그러면서 공명이 막히고 장기가 서로 누르고 눌려 굳게 된다.

    남자의 치골은 치골 결합에서 단단하게 붙어 있어 절대로 틀어지지 않게 돼 있다. 다만 몸을 너무 심하게 굽히고 살면 장기가 하수되면서 공명이 막히고 등이 굽으면서 화병에 걸리기도 한다. 요즘 청소년에게서도 화병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몸을 구부리고 살기 때문이다.

    여성의 화병을 사라지게 하려면 우선 치골과 고관절을 바로잡아야 한다(사진 1). 다음에 엉치를 눌러 틀어진 골반을 바로잡고, 아래로 함몰된 흉추 7번을 잡은 다음 그 위의 흉추와 경추까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후에 공명을 틔워야 하는데, 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몸살림운동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사진 2).

    치골은 스스로 바로잡을 방법이 없고, 스스로 고관절을 바로잡는 방법은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소개했다. 엉치를 잡는 법 역시 소개했다. 흉추를 바로잡으려면 2번 방석 숙제와 걷기 숙제를 ‘매일 꾸준하게’ 해야 한다. 경추는 수시로 가슴을 펴고 도리도리 운동을 하면 바로잡힌다(사진 3).

    공명을 틔우는 방법 역시 앞에서 한 가지를 소개했는데, 다른 방법을 하나 더 설명하겠다. 공명을 틔운다는 것은 구부러져 있던 배를 원래의 상태로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 병(火病)
    김 철

    1949년 서울 출생

    선인고 졸업

    강원도 오대산 무애스님에게 전통인술, 체술 사사

    2004년 몸살림운동 창립

    現 몸살림운동 상임지도위원

    저서 : ‘몸의 혁명’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몸은 스스로 낫는다)’


    ▲두꺼운 베개나 방석 서너 개를 반으로 접어 허리에 대고 눕는다. 1번 방석 숙제를 하는 것과 같은데, 그보다 두껍게 해서 허리에 댄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리는 책상다리를 하고 엉덩이는 바닥에 닿도록 해야 한다.

    ▲팔은 어깨가 펴질 수 있도록 양옆으로 펼치거나 머리 옆에 놓는다(사진 4).

    ▲호흡을 깊고 편안하게 하면서 이 자세로 최소한 5분 이상 있도록 한다.

    ▲일어날 때에는 몸을 옆으로 돌리지 말고 허리 힘으로 그대로 일으켜 세우도록 한다.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한 번에 일어난다.

    ▲앉은 상태에서 온몸운동을 하듯이 깍지를 끼고 허리를 양옆으로 부드럽게 돌려 몸을 풀어준다(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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