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7~8년 내에 잠실주공 1∼4단지 재건축과 장지지구, 송파 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면 송파 권역에 15만 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서울에서 첫손 꼽히는 매머드 아파트촌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면서, 중대형 평형 비율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수도권 신도시와 달리 국내 상위 랭킹 시공사들의 참여도가 높은 것도 차별된다. 112층 슈퍼타워 건립과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향배는 이 지역의 가치를 좀더 상승시킬 동력으로 남아 있다.
푸르던 잎새 자취를 감추고 / 찬 바람 불어 또 한 해가 가네 / 교정을 들어서는 길가엔 / 말없이 내 꿈들이 늘어서 있다…. |
잠실시영아파트 재건축 현장. 2년 뒤면 약 7000가구가 공급된다.
창덕여고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전체 수준을 올려놓은 강력한 힘이다. 명문 고교인 창덕여고는 1989년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입주와 때를 맞춰 종로구 재동, 지금의 헌법재판소 자리에서 옮겨왔다. 이 아파트에 산다는 프리미엄의 하나는 단지 안에 있는 창덕여고에 순조롭게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88올림픽의 꿈을 고스란히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송파를 대표하는 매머드 아파트다. 2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대지 위에 용적률 137%, 122개동 25~64평형으로 구성된 5540가구가 들어서 있다.
층수는 6층에서 24층까지 다양하며, 건립 당시 중앙상가를 두고 부채꼴로 펼쳐진 2·3단지는 선수촌, 일자형 배치를 한 1단지는 기자촌으로 명명됐다.
세월이 흘러 일반적인 명칭은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됐다. 사람들은 이곳의 훌륭한 교육환경을 보고 몰려든다. 단지 안에는 유치원이 두 곳 있으며 오륜·세륜초등학교와 남자중학교인 보성중, 남녀공학인 오륜중, 그 외 전통 명문인 보성고와 창덕여고가 있다. 초·중·고교 모두 단지 내에 있을 뿐 아니라 길을 건널 필요 없이 녹지를 따라 걸어 통학할 수 있기에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고 안전하다. 부모들이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이 아파트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다.
34평형이 1933가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40평형이 1400가구쯤 된다. 25평형은 1층에만 있으며 43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30·40·50·60평형대의 중대형 아파트이고 경관이 수려한데다 환경이 쾌적한 전원형 아파트이다 보니 가격도 비싸고 생활수준도 송파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다.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최근 단지 내에 복원된 생태하천 성내천과 오금천이다. 성내천 복원공사로 하천의 수량이 늘어나고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생기면서 말 그대로 자연친화형 명품 아파트가 됐다. 땅이 넓고 용적률이 낮다보니 강남의 여느 단지에 비해 빽빽한 느낌이 덜하다.
이 때문인지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으며,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연환경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이 많다. 이 근방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는 기미를 보이면 가장 순발력 있게 수혜를 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국민적 관심사였던 88올림픽을 의식해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여 지은 때문일까. 골조가 워낙 튼튼하고 두꺼운데다 지하 주차장과 지상 주차 공간이 충분해 리모델링만 하면 앞으로 50년도 끄떡없는 아파트라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골조가 두꺼운 탓에 평면이 좁고 천장이 낮아서 답답하다는 것, 가구수가 많아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요즘의 고급 아파트들이 기본적으로 갖춘 ‘조망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단점이다. ‘이렇게 좋은 아파트가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거실 창을 가지고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은 지 20년이 되다보니 손볼 데가 늘어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40평형 이하의 아파트는 욕실 겸 화장실이 1개뿐이다. 아파트를 지을 무렵엔 다 그랬지만 지금은 매우 유의미한 약점이다.
88올림픽 당시 파격적이던 따뜻한 회색(Warm grey)의 아파트 벽 색깔은 화이트톤으로 새로 칠해 산뜻한 느낌이 한결 살아나는 것 같다. 조망이 좋은 아파트를 찾아내 인테리어 공사를 멋지게 하고 살면 모든 것이 풍족한 아파트라 할 수 있다.
송파의 자존심, 아시아선수촌
“툭탁, 우르릉 콱, 뻥….”
요즘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지나다보면 도처에서 이런 소음이 들려온다. 11월 한 달 동안 모든 동의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많은 38평형 입주자가 발코니를 트고 안방에 화장실을 한 개 더 만드는, ‘셀프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은 웬만한 25평형도 화장실이 2개지만, 올림픽선수촌아파트와 마찬가지로 1986년에 아시아선수촌이 입주할 때는 38평형도 화장실이 1개였다.
최근 몇 년 새 아파트의 ‘질’에 방점을 찍는 사람이 많아지며, 특히 중산층 밀집지역에는 ‘화장실 1개’가 때로는 거래에 지장을 줄 만큼의 결격사유로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화장실이 1개인 아시아선수촌 38평형도 11월 현재 16억원을 호가한다. 여기에 화장실 1개와 약간의 인테리어 보수가 추가된 흔적이 있으면 억 단위가 더 붙곤 한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잠실의 최요충지 4만8000평에 용적률 150%, 9층에서 18층까지로 배열된 ‘도심 전원 아파트’로 불린다. 동간 거리가 넉넉한데다, 단지 안팎으로 수목이 울창하고, 2만여 평의 아시아공원을 앞마당으로 쓰고 있어 가히 국내 최고급 ‘웰빙 아파트’라 할 만하다. 2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요즘 비슷한 수준의 주상복합이나 고급 아파트들이 갖추고 있는 디지털 보안 시설이 없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분양가 자율화와 브랜드 아파트가 생기기 전 압구정동 현대, 서초동 삼풍과 함께 ‘대한민국 20세기 빅3’ 아파트로 명성을 날렸으나 2000년경부터는 시세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는 고교 학군이 미세 조정되면서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남자 중학생들이 이때부터 대부분 잠실 2단지 내에 있는 잠신고교로 배정받기 시작한 것과 관련 있는 듯하다.
그전까지 이 아파트의 남학생들은 경기고, 영동고, 단대부고 등 강남구의 유명 고교에 배정받았다. 잠신고교는 13, 15평형으로 구성된 잠실 2단지 내 학생들이 주로 배정받았기 때문에, 38∼66평의 중대형으로 이뤄진 아시아선수촌에 사는 학부모들은 ‘문화적으로 서로 득될 게 없다’고 여겼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후 5년여가 흘렀다. 이미 잠실 2단지는 헐렸다. 지금은 12∼48평형, 주축 평형은 38·48평형인 새 아파트로 재건축 중이다. 입주 시점인 2008년이 되면 잠신고에 대한 기대수준도 당연히 올라갈 듯싶다.
비록 20년 전이지만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57·66평형 거주자에게 지하 주차장을 배정해줬다. 1대씩 자기 자리가 있고 등기까지 나와 있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면 귀족 아파트 안에서도 황제가 된다. 단지 내 최대 평형인 66평형은 올 들어서만 10억원이 올라 30억원을 호가한다.
‘올드 잠실’과 ‘뉴 잠실’
저녁 7시면 잠실역 롯데캐슬골드 아파트 앞에는 200m가 넘는 긴 행렬이 늘어선다. 대성리, 마석, 도농까지 가는 1115번 좌석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잠실은 1970년까지 섬이었다. 1945년까지 뽕나무밭이던 잠실은 1950년대에 들어 오이 배추 땅콩 참외밭으로 바뀐다. 그 무렵까지 360만평의 ‘잠실도(島)’에는 200가구가 살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동과는 신천강으로, 삼전동과는 송파강을 경계로 나누어졌다. 여름이면 강물이 넘쳐 상습 침체구역이던 잠실도는 1971년 2월 매립공사를 통해 육지가 된다. 드문드문 조각나 있던 주변 섬과 강까지 메워져 750만평의 공유수면 매립지가 됐고, 아파트 분양이 러시를 이루며 새로운 개발지가 됐다. 예전 ‘잠실도’ 시절에 볼 수 있었던 강의 흔적을 지금의 석촌호수에서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다.
1975년에 잠실시영아파트가 완공됐고, 이듬해 그 유명한 잠실주공 1∼4단지가 들어섰다. 1978년에는 잠실 주공5단지가 완성됐다. 이어 당시 중대형으로 분류됐던 28~65평형 3600가구의 장미아파트와 1500가구의 진주아파트, 1230가구의 미성아파트가 차례로 입주했다. 이때부터 잠실은 서울에서 가장 큰 주거단지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1980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고 1984년에는 잠실 종합운동장이 완공됐다. 1988년에는 국내 강남권 백화점 중 연간 매출액 1위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문을 연다. 잠실의 주류는 소형 평형 아파트였고, 광화문 도심권과는 1시간 통근권이 되기 힘들었다. 그 때문인지 송파구는 강남권인데도 늘 강남구, 서초구 다음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반면 요즘 잠실의 키워드는 ‘중대형화’와 ‘고급화’이다. 저밀도 노후 아파트들은 헐리고 그 자리에 유명 브랜드의 중대형 아파트가 공사 중이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잠실 사거리 상징물로 기대를 모으는 국내 최고층 빌딩, ‘슈퍼타워’(가칭) 건립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슈퍼타워 프로젝트는 롯데가 잠실 롯데백화점 건너편 2만6000평 부지에 112층(555m) 빌딩을 짓기 위해 10여 년째 추진 중인 사업이다. 2005년 교통영향평가 통과와 2006년 초 건축계획안 심의 통과로 고지에 한 발짝 다가섰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행안전구역 확보를 위한 공군측의 반대와 교통지옥을 우려하는 시민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
총 연면적 16만9000평으로 계획된 슈퍼타워는 건립이 확정되면 백화점, 호텔, 오피스를 모두 집어넣은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근의 잠실 주공5단지와 롯데캐슬골드, 갤러리아팰리스, 잠실 주공1~4단지, 잠실 시영·장미아파트의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대표적 이슈로 꼽힌다. 또한 삼성역에서 끝나는 테헤란로 업무시설과 유동인구가 잠실역 권역까지 연장되고, 강남권의 중심도 강남역에서 잠실역으로 끌어올 수 있는 여력이 생길 듯하다. 지지부진한 인허가 과정을 거치는 사이, 1988년 1월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819억에 사들인 이 땅은 20년이 되지 않아 2조원을 상회하는 금싸라기 땅이 됐다.
잠실 주공 업그레이드
석촌호수 옆에 GS건설과 삼성물산이 공동 시공한 잠실주공 4단지 재건축 ‘레이크팰리스’가 12월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강남권에 26·34·43·50평형, 19~32층 35개동 2678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 투하된다. 오랫만에 쏟아지는 새 아파트에 대한 반응 또한 뜨겁다.
11월 현재 34평형은 11억~12억원, 석촌호수 서호(西湖)가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특급조망권의 50평형은 22억~25억원에 달한다. 34평형은 권리가액 5억1000만원의 헌 아파트 17평형을 주고 받은 것이라 2배 이상의 이익이 났다. 50평형은 대지면적 19평형의 17평형 헌 아파트를 주고 3억3000만원의 추가부담금을 냈으니 무려 3배의 시세차익을 챙기게 된 셈이다.
단지 내 상가 1층은 평당 2억원 이상을 부른다. 10평 상가가 20억원. 그러고보니 요즘 몇십억원의 가치가 너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34평형이 12억원이면 연봉 7000만원을 받는 고액 샐러리맨도 매년 3000만원씩 40년 동안 꼬박 모아야 한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트리지움’은 2007년 8월 입주하는 잠실주공 3단지의 재건축 아파트이다. 종전의 15평형 3280가구가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GS건설의 시공으로 19∼32층, 25·33·43·54평형 3696가구로 신축 중이다. 트리지움에는 다른 잠실주공 재건축 단지에는 없는 대형 평수인 54평형이 있는 게 강점이다.
요즘 트리지움은 입주를 앞둔 레이크팰리스의 가격 폭등 때문에 발길이 옮겨간 수요자들로 조합원 분양권 전매가 활발하다. 3단지 안에는 전통의 명문 영동여고가 있고, 초등학교도 신설될 예정이어서 학부모들에게는 만족도가 높다.
그러고보니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단지 내에 있는 학교들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단지 내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지만 통학로를 내놓고 수업을 계속한다. 이번에 영동여고는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재건축조합과 소송을 벌여 학교 신축비용 160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연탄을 때던 1975년식 저층 1, 2단지도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2008년 5, 6월 입주 예정이다. 잠실주공 1∼4단지 중 입지가 가장 좋은 아파트가 1단지와 2단지다. 한강이 보이고 전철역도 가깝고 단지규모도 크다. 1단지는 종전 7.5~15평형 5390가구가 25·33·45평형 5678가구로, 2단지는 종전 13∼19평형 4450가구가 12·24·33·38·48평형 5563가구로 재건축된다.
1단지는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대림·삼성물산이, 2단지는 대우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우방이 시공을 맡았다. 잠실초등학교가 있는 1단지에는 고등학교 1개가 설립 준비 중이고 2단지에는 기존의 잠신초·중·고교가 있다.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는 투자자에게는 잠실주공 1, 2단지를 권유한다. 입주 시점이 20개월 남짓 남았지만 투자기간만큼의 시세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대 규모 재건축
국내 아파트 역사상 최대 단지는? 아마 6000가구의 잠실시영아파트가 수위에 랭크될 것이다. 이렇게 큰 단지를 재건축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헤아려보면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에서 이주까지 약 15년이 걸렸다. 완공 후에는 6864가구로 규모가 소폭 증가한다. 두산, 대림산업, 쌍용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코오롱건설 등 6개의 대형 시공사가 동시에 참여 중이다.
잠실시영아파트는 성내역을 끼고 있고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단지 안에 잠실고교가 있고 2개의 초등학교가 신설된다. 총 66개동 매머드 단지로, 입주 시점인 2008년 8월경 잠실주공 1, 2단지 입주와 맞물려 잠실권에 초대형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입주를 목적으로 하면서 보유하다보면 자연히 시세가 상승하길 바라는 1가구 1주택자가 강남 입성을 노릴 경우 이때가 매입 적기라고 권하고 싶다.
가락시영아파트는 볼 것도, 사연도, 가구수도 많은 아파트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쯤 가락시영아파트 골목시장에 간다. 쭉 늘어서 있으나 바닥이 질퍽거리지 않고 제법 깨끗한 500m 길이의 재래시장은 강남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있기에 오히려 더 정감이 가고 보는 재미가 있다.
1980∼82년에 건립된 가락시영 1, 2차는 당시 최고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삼익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12만평, 6600가구로 잠실시영을 능가하는 초대형 단지다.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접해 있어 교통여건이 비교적 좋다.
가락시영아파트는 1995년에 재건축추진위를 결성해 10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서울의 최대 재건축 사업이다. 추진과정이 늘어지는 바람에 조합원들 처지에서는 개발이익 환수제와 임대주택 25% 의무분양, 기반시설 부담금, 용적률 제한 등 온갖 규제를 받게 됐다. 여기에 1차 17평형과 2차 17평형은 대지지분 0.2평 차이로 입주 예상평형이 40평형대와 50평형대로 갈리자 조합원들이 반발하는 등 미묘한 문제들까지 얽혀 있어 당분간 진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아파트 가격은 올라간다. 그만한 위치에 그만큼 좋은 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2차 19평형은 최근 2억원이 올라 10억원이 넘어간다. 주거가치는 거의 없어 전세가격은 1억원선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 전세가 비율이 내려갈수록 재건축이 임박했다는 신호이지만 비율이 더 내려갈지 의문이다.
주공5단지와 갤러리아팰리스
1978년식, 34~36평형, 15층, 30개동 3930가구 대단지인 잠실주공 5단지의 미래를 알면 강남권역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0년에 3억원이던 잠실주공5단지 36평형은 지금 15억원을 넘본다. 35평과 34평형도 이 금액에서 1억~2억 낮은 정도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데다 상업적으로 용도변경도 불가능한데 왜 가격은 오를까.
잠실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언젠가는 서울공항이 이전할 것이며 그곳에 국내 최고급 주택 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그곳에서 대각선 위치에 있는 빈 땅엔 112층 롯데슈퍼타워가 들어올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누가 봐도 주상복합 아파트 자리이며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서울엔 없다”는 말을 이 근방 부동산 중개인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듣게 된다. 저밀도 아파트 지구이던 잠실주공1∼4단지도 주민의 민원으로 고밀도 단지가 되지 않았던가.
대지면적이 9만8641평에 달하고 용적률은 138%로 매우 낮은 편인 잠실주공5단지는 땅이 넓어 대지지분도 많다. 2280가구에 이르는 34평형의 대지지분은 23평, 300가구인 35평형은 25평, 1350가구인 36평형 또한 25평이다. 이곳 땅값을 평당 5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실제로 12억~13억원의 집값이 나온다. 단 상업지역으로 변경 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그렇다. 용도지역이 현행 아파트 지구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뀔 경우를 상상해보면, 허용 용적률은 현재 230%에서 800%로 높아지고 40~60층 이상의 주상복합으로 건립이 가능해진다. 투자자들은 재건축이 될 경우 안전하게 큰 평형에 들어가기 위해 지금의 35평형과 대지지분이 같지만 그보다 1억원이 비싼 36평형을 산다.
잠실 사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신축 주상복합 건물인 갤러리아팰리스는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밤의 황태자’라도 된 듯 위용을 자랑한다. 주변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덕분에 수백개의 창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을 잠실역에서 바라보면 정말 장관이다.
46층 3개동의 호텔급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팰리스는 2001년 9월 분양을 시작해 부동산 붐을 타고 순조롭게 분양을 완료했다. 대지면적 7145평에 한화와 삼성물산이 공동 시공한 용적률 800%의 주상복합 건물로, 아파트 33~96평형 741가구, 오피스텔 20~36평형 720가구를 합해 총 1461가구를 갖췄다.
2005년 2월 입주 시점에는 2배가 올랐다. 상승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잠실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한양쇼핑 잠실점 자리에 세워진 송파의 랜드마크 건물이다. 바로 옆에는 롯데마트가 있고 그 옆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있다. 석촌호수와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연말이면 바로 옆에 잠실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레이크팰리스가 입주를 시작한다.
갤러리아팰리스 주민들은 입주 초기만 해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능가할 것이라고 호언했으나, 최근 들어 조금 소외받는 느낌이다. 잠실 일대 부동산이 상한가를 치고 있는데 갤러리아팰리스만 보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열기가 주춤한데다, 갤러리아팰리스의 상업시설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2001년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분양한 지하1층과 지상 1층, 2층 상점 절반이 부동산으로 채워져 부동산 전문 상가가 됐다. 1층에 20개, 지하1층 및 지상2층과 오피스텔에도 각각 2개씩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들어와 있어서 주민 편의시설로서의 ‘럭셔리 아케이드’를 기대하던 주민들은 실망감이 역력한 눈치다.
결국 상가의 침체된 경기와 특수업종의 난립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타워팰리스처럼 삼성이 소유하고 에버랜드가 임대관리를 맡아 적정 업종으로 구성과 배치를 한, ‘관리형 주상복합’ 상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타워팰리스의 시세를 끌어가는 힘의 한 축이 고급식당가 등 꼭 필요한 편의시설을 담은 상가 부분임을 감안하면 갤러리아팰리스는 시행사인 한화건설의 생각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갤러리아팰리스가 지닌 또 하나의 단점은 불편한 아파트 평면이다. 삼각형과 미로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평면은 화려한 실내와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사각형을 선호하는 일반 수요자의 마음에 걸리는 감점 요소이다.
대규모 물량공급 예약
롯데캐슬골드는 잠실역 향군회관 쪽에 위치한 황금색 주상복합 건물이다. 2개의 타워동으로 이뤄져 주상복합 건물이 성공할 수 있는 최소의 여건, 즉 ‘2개 이상의 타워가 있는 건물을 사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롯데캐슬골드의 지하 1층, 지상 1·2층은 상가이며, 지상 3~7층은 오피스로 임대했다. 오피스에는 KTF 본사가 입주해 사용 중이다. 8층은 40~66평형의 사무용 오피스텔로 지어졌다. 9층은 스포츠센터와 클럽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10~36층은 50∼99평형 400가구의 중대형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엄청난 유동 인구가 있는 잠실역의 요지에 세워진 롯데캐슬골드는 상가 부문을 롯데쇼핑에 넘기고 1, 2층에 아웃렛 개념의 오픈매장을 들여놓았다. K부동산 컨설팅 회사가 상업시설의 책임 임대를 맡아 교보문고와 패밀리 레스토랑인 TGI 프라이데이를 비롯, 각종 패션 브랜드 상점 등으로 대부분을 채워놓아 아직까지는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된 듯하다. 근처에 매머드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있긴 하지만 롯데캐슬 뒤쪽의 장미아파트와 오피스 타운에서 잠실 사거리를 건너오기가 불편한 기존 수요층이 있어 패션업체들도 선전하는 중이다.
다만 아파트 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인근의 한라시그마, 월드타워 같은 고층빌딩들이 조망을 방해한다. 땅의 형태에 따라 건물을 가득 짓다보니 이곳의 평면 또한 네모 모양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과 ‘슈퍼타워 입소문’을 호재로 분양가 대비 2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송파가 점점 더 고급화하고 있다. 시공사도 모두 쟁쟁한 상위 랭커이며, 물량 또한 만만치 않다. 2008년까지 잠실 지역 재건축 및 장지지구 10만 가구, 2013년까지 송파신도시 5만 가구 등은 이미 대부분 확정된 상태이며, 거여·마천뉴타운, 문정지구, 동부지방법원 등 개발 이슈가 있는 인근에도 새로 지어지는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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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기반시설도 점점 좋아진다. 가락시장이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고 잠실 종합운동장 내에는 호텔과 컨벤션센터, 대형 할인점, 복합영화관 같은 상업시설의 건립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수서역부터 가락시장, 오금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 연장공사도 2009년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송파의 아파트 대기 수요자 처지에서는 더욱 안전한 투자가치를 확보하려면, 슈퍼타워 건립이 확정된 뒤로 매수 타이밍을 늦추는 게 좀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