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5060 세대들 사이에서 회춘을 위한 5대 요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명 ‘빅5 항(抗)노화요법’으로 일컬어지는 호르몬, 태반주사, 비만주사, 킬레이션, 메가비타민 요법이 그것. 사람에 따라서는 큰 효과를 보이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의술’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 이들 요법의 효과와 부작용, 주의점을 취재했다.
문제는 노화를 방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최신 회춘치료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까닭에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이른바 ‘잘나가는 5060’ 세대가 아니면 넘보기 어렵다. 이들의 회춘 개념은 세 가지로 축약된다. 우선 피부와 몸집에 붙은 나잇살을 제거하는 미용 치료이고, 둘째는 심장병, 당뇨병 등 수명을 단축하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 셋째는 언제까지나 스트레스 없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젊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항목은 ‘회춘 요법’에서 순서를 정하기 어려울 만큼 하나같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항노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요법의 대부분이 이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요법의 부작용과 실제 효과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성호르몬 요법 논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젊음이기에 노화현상을 늦출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예부터 내려오는 회춘 비법 중에는 엽기적인 것도 많다. 노령의 남성이 젊음을 되찾고자 동녀(童女), 즉 어린 여자아이를 가까이 품는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류층에서 즐겨 사용된 회춘법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늙은 혈액을 젊은이의 그것으로 교체하는 수혈법을 쓰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노인들은 불법적인 이런 수혈법에 의존하다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요즘 5060세대가 열광하는 회춘 요법은 대부분 나름의 과학적 근거에 의존한다. 대표적인 회춘 요법인 호르몬 요법도 인체의 노화가 호르몬 부족에서 온다는 데서 착안됐다. 호르몬을 부족한 만큼 외부에서 보충해주면 호르몬 결핍에서 오는 갱년기 증상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원리는 임상에서도 효과를 발휘해 도입 초기부터 여성들의 폐경기증후군에 대한 치료법으로 각광받았다.
50대를 넘어 갱년기가 찾아오면 대부분의 여성은 그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전신증상을 겪게 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은 얼굴과 상반신에 열이 나고 붉게 변하는 열감과 홍조 증상이다. 갱년기 증상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주는데, 일부 여성들은 짜증이 늘어나거나 우울증, 불면증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질 건조증이나 생리불순, 폐경도 이 시기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이러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적 치료법이다.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이 갱년기 현상의 치료뿐 아니라 피부미용 효과와 치매, 대장암, 직장암,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갱년기 여성들은 너도나도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듯 회춘 요법의 선두주자로 한 시절을 풍미하던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의 명성에 금이 간 것은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여성건강연구(WHI) 결과가 나오면서부터. 그 요지는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복합 처방받은 여성에게서 유방암과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의 발생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이후 여성호르몬의 사용량은 급감했다.
이 같은 연구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WHI 연구 대상이 된 여성들의 연령이 높고(평균 63.3세)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여성이 69%를 차지한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의 데이터가 전체 폐경기 여성에게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것. 그치지 않는 논란 속에 위험성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결국 WHI는 “호르몬 요법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病歷 확인하고 사용해야
2004년 WHI는 자궁이 없는 여성 1만739명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실시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WHI는 이 실험을 통해 “에스트로겐을 단독으로 처방하면 심장병에 대한 우려도 없고 유방암의 위험성은 오히려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여성호르몬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견해는 신중한 편이다. 대부분의 호르몬 전문의는 폐경기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처방할 경우 에스트로겐을 단독 처방하되 용량을 줄이고 1년 이내의 단기 사용을 권한다. 또 치료 전에는 반드시 환자의 병력을 확인할 것을 강조한다. 가족 중 유방암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간 질환, 혹은 편두통이 있다면 호르몬 요법을 피하는 것이 좋다. 현재 호르몬 요법을 쓰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받아 사전에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면홍조, 피로, 우울증, 집중력 저하, 여성 갱년기 장애를 해결하는 데 여성호르몬 요법이 특효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호르몬 역시 50대 이후 남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해결해주고 노화를 방지하여 젊음을 되찾아주는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현재 남성호르몬 대체요법은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의 해결을 위해 사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남성호르몬이 공급되면서 성기능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의 대안으로 이를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수치는 30대 전후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가 이후로는 매년 1%가량 지속적으로 감소해 75세에 이르면 25세 평균치의 60%에 불과한 수치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50대 전후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며, 탈모나 성기능 이상, 심한 경우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갱년기는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정서에도 영향을 끼친다. 전에 비해 활력이 없고 자신감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만성피로, 우울증, 불안, 초조, 불면증 같은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혈중 수치가 올라가면서 성욕감퇴나 발기부전 같은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태반은 전통의 명약?
초기에는 전립선 비대증에 영향을 주는 등 부작용이 있어 기피했지만 요즘에는 호르몬 보충을 받아도 예전처럼 혈중 농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아 전립선암만 아니라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전문의 처방 없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서도 사전 검사 없이 처방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 더욱 안전한 처방을 위해 혈액검사나 문진 등 간단한 방법으로 전립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갱년기 장애를 개선하고 피부미용과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태반주사는 몇 년 전부터 남성의 성기능 개선에도 효능이 있다는 선전과 함께 일반인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과 함께 회춘 클리닉의 대표적 요법으로 꼽히는 태반주사의 매출규모는 1993년 7억원에서 2004년 100억원, 2005년 200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태반은 임신 중인 모체의 자궁 내에 임시로 생기는 장기로, 탯줄을 통해 태아와 연결되어 있다. 임신 기간에 태아는 태반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등 태내에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태반을 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은 동서양의 고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는 태반을 ‘자하거’라는 약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한 명약으로, 클레오파트라는 젊음을 되돌리기 위한 피부미용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태반주사(왼쪽)의 유통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태반주사에는 정말로 이처럼 만병통치의 효능이 있을까. 개원 당시부터 태반요법을 시행해온 서울 강남의 A피부과 원장은 “피부 트러블이 있거나 노화 피부를 재생하고 싶은 환자들에게 태반주사를 권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주사치료 이후 갱년기 장애와 만성피로가 사라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남의 또 다른 피부과 B클리닉 원장은 조금 다른 견해를 보인다. 그는 “단가가 높고 환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태반주사를 놓긴 하지만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본다. 효과가 좋다고 극찬을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상당수의 환자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는 요법은 아니라고 밝혔다.
강남구 신사동 늘봄클리닉의 이태호 원장은 “태반주사는 세포 치료의 기본단위인데, 체내에 유입될 때 세포를 자극해 약해진 기관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의약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어디까지나 ‘자극’의 기능을 수행할 뿐 ‘치료’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지방간을 개선하는 등 초기 증세라면 몰라도 이미 간염이나 간암과 같은 병이 진행된 경우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태반주사제의 효능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까지 없다. 식약청에서 발표한 태반주사제의 효능은 ‘갱년기 장애 개선’과 ‘간 기능 개선’에 불과한데도 병원의 선전물들을 살펴보면 통증, 불임 치료는 물론 피부미용, 갱년기 증상 개선,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태반주사제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과대광고 논란이다.
믿을 수 없는 유통과정
무질서한 유통과정도 태반주사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부 병원이 진료과목과 관계없이 태반주사를 처방하는가 하면, 심지어 한의원과 비만클리닉, 피부관리실, 심지어 약국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태반주사를 맞거나 주사제를 구입할 수 있는 현실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알려졌음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기준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거나 무허가 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일부 업체는 출처가 불분명한 태반을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국내산 태반주사의 경우 산모의 동의 없이 수집된 태반을 재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산모의 병력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산모가 B형 간염, C형 간염, AIDS 등의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태반 역시 이 병원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병원들은 “우리는 일본 수입품만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태반을 처음으로 주사제로 만든 일본은 태반주사에 대한 임상 보고와 연구물도 많고 주사제의 제조와 사용법에 대한 법적 조치도 엄격하다. 무엇보다도 제조사나 의사들이 스스로 태반주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려 한다는 게 국내와 다른 점이다.
“50년에 걸친 사용기간에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는 일본산 태반주사 ‘멜스몬’은 과량투여나 정맥투여, 간 기능이나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 노약자, 과민증에 대한 병력이 있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많은 양을 투여하지 말고 혈관주사는 자제할 것을 권하면서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사고를 경계한다.
또한 일본 태반의료연구회 오키야마 아키히코 이사장은 “정맥주사의 경우 쇼크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인 예가 4건 보고됐으니 정맥주사는 가능하면 피할 것”을 권하며 태반주사의 주의점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해 사고가 생기면 태반주사 보급에 지장이 생기고 일반인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 복지부와 식약청도 뒤늦게 태반주사에 대한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태반주사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태반주사제와 관련된 의료기관들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사용실태를 조사해 복지부에 제공하기로 했다”며 향후 단속의 칼날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는 또 “의협 등 관련단체에 ‘인태반유래 의약품사용 등에 관한 협조문’을 보내 허가된 효능 이외의 효과들을 허위 과대 광고하는 제조업체와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 치료 주사제 ‘메조테라피’ ‘HPL’
태반주사와 호르몬 대체요법이 체내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과는 달리 비만주사는 외적인 변화를 통해 만족감을 준다. 단기간의 주사처방만으로 손쉽게 부분비만을 해결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어려운 5060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만주사의 대표 격으로 ‘메조테라피’를 들 수 있다. 메조테라피는 셀룰라이트가 있는 부위에 지방을 분해하는 약물을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지방 분해가 잘 된다. 이와 함께 혈액 순환과 림프 순환을 촉진하는 약물을 조합하는데, 이는 분해된 지방 알갱이들이 빠른 속도로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밖에도 환자의 상태나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약물을 혼합하는데, 지방분해주사와는 달리 피부층에 주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통증이 적다는 것도 비만클리닉 원장들이 전하는 메조테라피의 장점이다.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알려진 청담동의 한 비만클리닉 관계자는 “메조테라피의 가장 큰 장점은 셀룰라이트가 효율적으로 제거된다는 점이다. 셀룰라이트층이 넓지 않다면 메조테라피만으로 부분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조테라피와 마찬가지로 부분비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HPL’은 약물 주입으로 지방세포를 1차로 분해한 후 외부 레이저나 초음파 기계로 남은 지방의 분쇄와 배출을 촉진한다. 이때도 지방분해에 효과가 있는 약물들을 혼합해 사용한다.
그런데 시술이 간단하고 효과가 비교적 좋다보니 동네 의원들이나 피부관리실 등지에서도 기계를 들여놓고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메조테라피나 HPL은 주사만 놓는다고 바로 체중이 감량되는 것은 아니다. 주입하는 약물에 따라 효과가 정해진다. 개인에 따라 체질과 건강상태, 비만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혼합비율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박혜순 교수는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아미노필린’이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일부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비만여성 61명을 선정, 4개월에 걸쳐 31명에게는 아미노필린을, 30명에게는 생리식염수를 복부 피하 네 군데에 2주 간격으로 주사하면서 상태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두 그룹 모두 체중 감량효과를 봤지만, 아미노필린 주사그룹의 경우 같은 기간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시한 것보다는 못한 수준으로 결과가 나왔으며 오히려 생리식염수 주사그룹이 아미노필린 주사를 맞은 여성들보다 살이 더 빠지는 등 위약군의 효과가 더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아미노필린 주사를 맞은 31명의 여성 가운데 72%인 23명은 주사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꼈고, 7명은 변비증상을 보이는 등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했다.
비만주사의 플라시보 효과
서울의 모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박 교수의 연구결과가 “비만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는 아무 효과가 없지만 주사를 맞는 순간 심리적인 작용으로 감량에 대한 동기가 생긴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생리식염수 주사 그룹에서 아미노필린 주사그룹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
비만주사에 사용되는 약물들에 대한 안전성도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대한비만학회는 2003년 ‘비만주간 선포식’을 통해 아미노필린, 토피라메이트, 에페드린, 갑상선호르몬제 등 9개 약품을 ‘비만치료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로 규정하는 등 비만주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 중 아미노필린은 기관지 확장 효능 때문에 천식 치료제로 쓰이며 토피라메이트는 간질 치료제, 에페드린은 교감신경흥분제이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아미노필린은 두통·불면·두근거림·흥분·불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갑상선호르몬제는 골다공증이나 심장박동 증가를, 교감신경흥분제 등도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여성호르몬에 대한 비판적 방송이 나가자 한 대학병원이 이에 대한 반박문을 붙여놓았다.
혈관 청소부 ‘킬레이션’
현대인들은 중금속 오염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 생활 속의 환경오염에 더해 김치를 비롯한 중국산 농산물이나 유명 화장품, 폐광 주변의 농산물에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뉴스는 온몸을 오싹하게 한다.
인체에 흡수된 중금속은 쉽게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데, 이로 인해 노화나 신체기능 저하, 면역기능 저하 같은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배출하기 위한 디톡스 요법이 바로 킬레이션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다. 한국엔 약 6년 전에 도입됐는데, ‘중금속 해독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킬레이션을 받기 위해선 먼저 모발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중금속 중독 여부를 확인한 후 중금속 제거 효과가 있는 ‘EDTA’ 등의 약물을 주사한다. 링거를 통해 EDTA가 혈관에서 유입되면 혈관 내의 콜레스테롤과 활성산소, 그리고 혈관 벽에 붙어 있는 칼슘 등 각종 노폐물을 씻어 내보내기 때문에 ‘혈관 청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체내의 활성산소가 제거되고 혈관벽이 깨끗해지면 혈관이 부드러워지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뇌를 포함한 오장육부의 혈액순환도 동시에 촉진되어 장기의 기능이 되살아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혈류가 좋아지면서 피부 보습과 피지 분비, 피부 노폐물 배출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피부가 항상 윤기를 띠며 주름이 개선되고 기미, 주근깨, 탈모 등 각종 트러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중금속 중독치료법으로 승인됐는데, 안전성도 뛰어나서 ‘아스피린보다 더 안전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EDTA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나 급성 납중독성 뇌염, 신장투석 환자가 아니라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EDTA의 이런 성질을 이용한 킬레이션 요법은 동맥경화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가 오면 혈관 벽에 칼슘이 달라붙어 혈관이 더 좁아지는데 이때 킬레이션으로 칼슘을 분해, 배출하면 혈관이 넓어지고 혈행이 좋아져 동맥경화의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것.
그런데 킬레이션 요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다. 중금속 제거 원리에 따라 혈관 내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능성일 뿐 아직 임상을 통해 판명되지 않은 가설이라는 것. 이들은 “킬레이션을 받은 후 좋아졌다고 하는 환자들이 실제로 킬레이션 때문에 호전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한다.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 일부에서는 효과가 있긴 해도 그 정도가 극히 미미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100회 정도는 치료받아야 한다며 의문을 품는다. 치료가 필요한 중금속 중독이나 혈관 질환이라면 몰라도 만성피로 정도의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굳이 치료 기간도 길고 비용 부담도 큰 킬레이션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킬레이션 요법을 지지하는 이들은 “중금속 해독에 사용되는 EDTA와 동맥경화증에 사용되는 EDTA는 전혀 다르다”며 반박한다. “1주일에 1~2회씩 총 30회의 킬레이션을 마치고 나면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데, 수술에 비하면 비용도 저렴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킬레이션 요법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는 행태는 이 요법의 지지파와 반대파 모두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인천의 한 개인병원은 홈페이지에 ‘동맥경화,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하지 정맥류, 뇌졸중, 치매, 암, 고혈압, 당뇨 합병증, 탈모, 발기부전에 효과’를 보이며 노인학 연구가의 말을 인용해 ‘증상이 없어도 젊었을 때 규칙적으로 킬레이션을 받으면 수명이 1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홍보 문안을 내걸고 있다. 이곳뿐 아니라 상당수 개인병원이 무분별한 시술을 감행하고 있다. 이는 자칫 의사가 직접 환자들에게 치료를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와 환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고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비타민 요법으로 만성피로 해소
비타민C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60mg. 하지만 1968년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비타민C를 세계보건기구 권장량(하루 60mg)의 수십~수백배 투입하면 각종 성인병과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을 주창했다. 그런데 폴링 박사의 주장은 ‘비타민C를 1일 권장량 이상 복용할 경우 전부 배출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이 없다’는 상식과는 딴판이다. 이에 대해 늘봄클리닉 이태호 원장은 “영양학적인 비타민C 권장량과 메가비타민 요법을 혼동해선 안 된다. 오히려 메가비타민 요법은 잉여 비타민C가 곧바로 체외로 배출되는 점을 이용한 요법”이라고 설명한다.
메가비타민 요법에 사용되는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E도 포함된다. 비타민E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끌어당기는 기능을 한다. 활성산소와 결합한 비타민E를 처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비타민C이다. 만일 비타민C가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몸속에 남게 된다면 활성산소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는 비타민C의 영양학적인 기능과는 상관없는 작용이기 때문에 일일 권장량에 대한 우려는 잠시 접어둬도 좋다는 것이다.
비타민C와 함께 배출되는 활성산소는 최근 들어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받고 있는 인체 유해 효소로, ‘전체 질병 발생의 약 90%는 활성산소와 관계가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혈관과 세포를 손상시키고 호르몬 체계를 혼란시켜 암, 당뇨병,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뇌출혈 등 성인병을 유발하고 심지어 아토피성 피부염과 스트레스, 만성피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피부에도 영향을 주는데, 멜라닌 세포 형성을 촉진해 기미, 주근깨를 만들기도 하며 콜라겐을 산화시켜 피부가 탄력을 잃고 처지거나 주름이 생기게도 한다. 메가비타민 요법으로 체내의 활성산소가 배출되면 일시적으로 이러한 증상들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한 두 번의 시술로 질병을 고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만성피로와 피부미용 효과는 탁월하지만 그외의 질병을 메가비타민 요법만으로 고치려는 것은 무리”라고 경고한다.
주사를 맞은 사람들 중에는 “맞은 직후에는 좋았지만 며칠 지나자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태호 원장은 이에 대해 “주사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혈중 비타민 농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모든 치료가 그렇듯이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원상복귀는 시간문제”라면서 “이때 식이요법을 통해 올라간 수치를 유지해줘야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아직까지 메가비타민 요법으로 인한 큰 부작용은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제주대 의대 가정의학과 김열 교수는 “항노화 치료법 중에선 주목받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연구들 중에는 대규모의 비타민 투여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며 안전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아직까진 연구 성과가 미미해 효과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환자의 증상과 건강상태를 살펴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론적 가능성 찾아 치료에 적용’
사실 항노화 요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노화라는 증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 요법을 통해 얼마만큼 좋아졌다’는 식의 수치화가 불가능하다. 알려진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도 환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을 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국내의 유방암 발생현황은 인구 10만명당 9명 정도로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삶의 질을 높이는 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요법들은 모두 병원에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의학교과서에 실리는 정규과목이 아닌 대체요법들이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명확한 검증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제주대 김열 교수는 “항노화를 위한 치료법은 대부분 이론적 가능성을 찾아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일련의 논쟁에 대해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런 만큼 환자와 의사의 책임은 커진다. 의사는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와 환자의 증상에 가장 잘 맞는 요법을 알려줘야 할 것이고, 환자는 각 요법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위험을 안고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안전성이 확보되는 그날까지 기다릴 것인가. 주사위는 환자들의 손으로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