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호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원폭이 있어야 터지는 수폭…원자로는 절대 폭발할 수 없다

  •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joohowhang@khu.ac.kr

    입력2006-12-14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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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될 무렵 구미 각국은 원자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폭탄과 에너지원으로 쓰는 방법을 찾아냈다. 원자력 발전과 원폭, 수폭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핵 임계(臨界)는 무엇인가. 과학을 신뢰하는 마음이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울 것이다. 원자력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폭격기에 탑재되는 ‘리틀보이’. 리틀보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우라늄 원자폭탄의 별칭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핵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심과 지식은 별개이다.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핵무기에 대한 정보는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접근이 제한돼 있어, 일부 전문가나 마니아급 일반인이 아니고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리하여 일반인 대부분은 원자력발전소도 핵무기처럼 폭발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원자력을 이용하는 원리는, 20세기 들어 많은 물리학자가 노력해 발견해낸 것이다. 원자력은 작은 양으로 굉장한 에너지를 낸다. 이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면 핵무기가 되고, 서서히 나오도록 조절하면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다.

    우라늄 연료(핵연료)는 연필심 굵기의 연료 1㎝만 있어도 한 가정이 1년간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연필심 같은 핵연료는 절대로 폭탄처럼 터뜨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원자폭탄 따라올 일반폭탄은 없다

    고성능 폭탄이라 해도 핵무기의 폭발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일반 폭탄은 화학적 반응을 이용하는 데 반해 핵무기는 핵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다. 화학적 반응은 무엇이고 핵반응은 무엇인가. 원자력의 원리와 발전, 그리고 원자탄과 수소탄에 대해 알아보자.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원자이다. 수소원자, 산소원자, 탄소원자 등이 여러 형태로 결합해 물질을 이룬다. 이러한 원자 속을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핵이라고 부르는 큰 덩어리가 있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있다.

    이 핵을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종류의 알갱이가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종류는 플러스 전기를 띠고 있고(양성자) 나머지 한 종류는 전기 성질이 없다(중성자). 핵을 이루는 양성자나 중성자는 전자에 비해 무게가 2만배 정도 더 무겁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로 합병된 20세기 초 유럽의 과학자들은 원자구조와 원자력의 원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1930년대에는 우라늄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깨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라늄은 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물질이다. 우라늄은 비중이 19 정도로 물 한 컵 정도의 양이면 그 무게가 4kg이 된다. 우라늄은 크게 중성자를 흡수했을 때 터지는 것(우라늄-235; 핵분열성)과 안 터지는 것(우라늄-238) 두 가지로 나뉜다. 235와 238은 무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질량번호인데, 안 터지는 쪽이 약간 더 무겁다. 안 터지는 우라늄은, 낮은 확률이긴 하나, 중성자를 흡수하면 플루토늄으로 변할 수 있다.

    일반 폭탄이 터진다는 것은, 폭발물을 급격히 태운다는 것과 같다. 물질을 태우면 산화하여 재가 남는다. 산화는 산소가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것인데 이들의 결합은 원소 주위의 전자끼리 붙고 떨어지고 하는 과정이라, 작은 전자들이 가진 에너지의 변화가 폭발력으로 나타난다.

    핵폭발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다. 터지는 우라늄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그 핵이 가진 에너지가 불안해져 마침내 두 쪽으로 깨진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깨진 조각을 모아 무게를 재보면, 깨지기 전과 다르게 나타난다. 원래 핵의 무게와 깨진 조각들 무게의 차이가 에너지로 변했기 때문인데, 이 에너지는 가벼운 전자끼리 결합하는 에너지의 100만배 정도 위력을 갖는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 원자폭탄 ‘팻맨’. 팻맨은 통통한 모양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1g의 우라늄으로 얻는 에너지가 석탄 수t으로 얻는 에너지와 맞먹는다는 것을 알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1년에 20여t의 우라늄을 소모하는 데 반해서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200만t의 석탄을 필요로 한다.

    우라늄이 터지는 것과는 또 다른 핵폭발이 있다. 수소탄이라고 부르는 핵융합이 그것이다. 수소처럼 가벼운 원소는 강한 힘으로 서로 부딪치면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때도 원래의 물질 무게와 부딪쳐서 만들어진 물질의 무게 차이가 생기는데, 이 차이만큼이 에너지로 나타난다.

    핵분열과 핵융합은 모두 원소가 분열하거나 결합할 때 생기는 무게 차이(정확히는 질량 차이)가 에너지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자와 전자의 결합과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내보낸다.

    물질이 에너지

    물질의 무게 차이가 에너지로 변하는 가? 이 물음에 답을 낸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물질의 질량에 빛의 속도를 제곱한 값만큼이 에너지로 나온다’는 위대한 원리를 발견해냈다. 물질이 곧 에너지이고 에너지가 물질이라는 어찌 보면 동양철학 같기도 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현재의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핵융합을 이용하는 발전소는 수십년을 더 연구해야 현실화할 것 같다. 국제적으로 프랑스, 일본, 우리나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토카막연구협정(ITER)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원자탄을 만들려면 먼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만들어야 한다. 우라늄은 지구가 만들어질 때 같이 만들어진 물질로서 지구상에 골고루 퍼져 있다. 흙이나 바위에도 포함되어 있고 바닷물 속에도 수억t이 녹아 있다.

    우라늄도 한정된 자원인 만큼 고갈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수록 탐사 정도가 치밀해져 고갈 시점은,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것과 달리 수십년 후가 아닐 것이다. 우라늄의 친척뻘인 토륨까지 이용한다면 핵분열 에너지 이용 가능 기간은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밀한 농축엔 원심분리법

    우라늄은 일반 광물과 마찬가지로 원광을 캐서 황산 등으로 녹인 후 분리 침전시켜 얻는다. 이 상태에서는 터지는 우라늄과 안 터지는 우라늄의 비율이 0.7 대 99.3으로 안 터지는 우라늄이 월등히 많다.

    폭탄으로 만들려면 터지는 우라늄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을 농축이라고 한다. 농축은 터지는 우라늄이 안 터지는 우라늄에 비해 약간 가볍다는 점을 이용한다. 우선 우라늄에 불소를 붙여(불화우라늄) 기체로 만든다. 농축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기체확산법과 원심분리법이 대표적이다.

    불화우라늄 기체를 작은 구멍이 뚫린 막에 높은 압력을 가해 통과시켜 가벼운 것이 멀리 빠져나가고 무거운 것은 가까이 남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기체확산법이고, 기체를 분당 10만번 정도 회전하는 원통에 넣고 돌리면 무거운 것이 원통 벽면으로 몰리고 가벼운 것은 가운데 남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원심분리법이다.

    기체확산법이나 원심분리법 모두 한 번에 원하는 농축도를 얻을 수 없다. 수백에서 수천 번 반복해야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축도에 도달한다. 기체확산법은 덩치가 크고 전기 소모량이 많아 신규 공장들은 대개 원심분리법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은밀히 농축하고자 할 때는 원심분리법이 선호된다. 공장을 분산해 한 곳에서 수백기씩 원심분리기를 돌리고, 약간 농축된 것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또 농축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외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심분리기의 원통은 강화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는데 작은 것은 직경이 30㎝ 정도에 길이는 수m이다. 몇 년 전 독일회사가 북한에 팔았다가 서방 정보망에 걸린 것이 바로 이 알루미늄이다. 농축의 신기술로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대규모 농축에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분당 10만회씩 회전하므로 사람 귀에는 그 회전음이 들리지 않는다.

    우라늄이 지구의 생성과 함께 만들어진 원소로서, 광석으로부터 정제와 농축을 거쳐 얻을 수 있다면, 플루토늄은 우라늄으로 만든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타면서 새로 생겨나는 물질이다.

    안 터지는 우라늄은 중성자를 흡수해 더욱 무거운 물질로 변한다. 이렇게 되는 비율은 낮지만 이때 생겨난 무거운 물질이 바로 플루토늄이다. 플루토늄도 터지는 플루토늄(Pu-239, 241)과 안 터지는 플루토늄(Pu-238, 240)이 있다.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고 태우면 핵연료 원래 무게의 1% 보다 약간 작은 양만큼 플루토늄이 생긴다. 오래 태울수록 플루토늄이 많이 생기지만 터지는 플루토늄의 비율이 낮아져서 폭탄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폭탄을 생산하기 위한 핵연료는 1년 이내로 태워 터지는 플루토늄의 비율이 93% 이상 되도록 만드는데, 이것을 무기급 플루토늄이라 한다. 일반적인 발전용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은 터지는 것의 비율이 70% 이하인지라 핵무기용으로 적합지 않다.

    플루토늄은 태운 핵연료에서 녹여내는 것이므로 우라늄처럼 농축하지 않는다. 대신 핵연료를 태우는 기간을 조절해서 플루토늄의 질을 결정한다. 따라서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는 핵연료를 짧게 태우고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설계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북한 영변의 원자로(5MWe급)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로는 핵연료를 3년 이상 태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핵연료를 집어넣고 빼고 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게 설계돼 있고, 이 과정을 국제원자력기구에 공개해야 한다. 폭탄을 만들기 위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원자로와 함께 재처리 공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몰래 재처리하긴 어려운데, 북한은 국제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시간을 끌어 발전용이라고 우기면서 재처리 시간을 번 경우에 해당한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얻은 뒤에는 핵탄두화하기 위해 금속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 쓰이는 기술은 일반 금속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다룰 때는 핵 임계(臨界)를 극히 조심해야 한다. 핵 임계란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중성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현상인데, 이것을 아주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일어나도록 하면 핵폭발이 되고, 서서히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원자로가 작동하는 원리다.

    핵 임계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양이 일정량 이상이거나, 표면적 대비 부피가 작은 형상이거나, 농축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거나, 핵물질이 물에 잠기거나 하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핵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는 공정상 이러한 조건에 놓이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핵폭탄 개발 초기 실수사고 연발

    반대로 강한 폭발을 원하는 폭탄은 순간적으로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실수로 핵분열이 일어나면 강한 방사선이 발생하고 방사능에 의한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핵폭탄 개발 초기에는 이런 사고가 꽤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우라늄 농축공장을 청소하면서 모아둔 먼지에 실수로 물을 뿌리는 바람에 핵 임계가 일어나고, 플루토늄 금속을 조립하는 것을 높은 사람들 앞에서 시범하다 알루미늄 나사를 플루토늄 가운데 떨어뜨려 핵 임계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방사선을 과다하게 쏘여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

    플루토늄을 얻으려면 태우고 난 핵연료(사용후핵연료)를 녹여야 한다.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태우면 강한 방사성 물질이 생기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녹이고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공정은 2m 이상의 시멘트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방에서 해야 한다. 이러한 공장을 재처리 공장이라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군사용 재처리 공장을 갖고 있고, 발전용 원자로에서 사용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공장은 프랑스, 영국, 일본이 가지고 있다. 북한 영변의 재처리 공장은 1년에 100~200t의 핵연료를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변 5MWe 원자로에 핵연료를 가득 채우고 2년 정도 운전한 뒤 뽑아낸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30kg 정도 추출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산화 우라늄(UO)와 불화우라늄(UF). 맨 오른쪽이 6불화우라늄(UF6)이고 왼쪽에서 두 번째가 2산화우라늄(UO2)이다.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폭탄은 우라늄탄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라늄탄은 ‘포신형’이라고도 한다.

    우라늄 폭탄 안쪽 한구석에 혼자서는 핵 임계를 이룰 수 없는 양과 모양의 우라늄 금속을 놓는다. 그리고 반대편에 이 우라늄과 합쳐지면 핵 임계에 이룰 양의 우라늄을 놓는다.

    포신형과 내폭형

    이 우라늄의 뒤쪽엔 일반 폭약이 장치되어 있다. 원자탄을 투하하고 터뜨릴 시점이 되면 한쪽의 우라늄 뒤에 있는 폭약이 터지면서 앞에 있는 우라늄 덩어리를 다른 쪽 우라늄으로 쏘아 합쳐지게 함으로써 우라늄의 양이 핵 임계를 이루어, 우라늄탄이 터지는 것이다.

    반면에 플루토늄탄은 공처럼 만든 플루토늄 외부를 고폭탄으로 둘러싼다. 그리고 고폭탄을 터뜨려 플루토늄공을 압축시킴으로써 핵 임계를 일으킨다. 이는 폭발력을 안쪽으로 향하게 한다고 해서 ‘내폭형’이라고 한다.

    플루토늄은 강하게 압축될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핵반응의 횟수도 많아져 더욱 강한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플루토늄을 둘러싼 고폭탄은 마치 축구공 표면처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100만분의 1초 이내의 정밀도로 동시에 터뜨려야 한다.

    100만분의 1초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터지지 않는 플루토늄(Pu-240)에서 나오는 중성자가 제대로 된 핵폭발을 하기 이전에 핵분열을 일으켜, 폭발을 부분 성공이나 부분 실패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터지지 않는 플루토늄이 핵분열을 일으키기 전에 전체 폭발을 유도하려면 100만분의 1초 안에 핵 임계에 이르게 해야 한다.

    플루토늄탄을 포신형 폭탄으로 만들면 폭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제대로 된 폭발력을 얻기 힘들다.

    플루토늄은 가만히 있어도 알파선을 내면서 붕괴한다. 붕괴하면서 다른 물질로 변하는데 변하는 양이 많아지면 폭발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더욱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붕괴하면서 열을 내고, 열을 받은 플루토늄은 금속의 상이 변하여 폭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냉각시켜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플루토늄 폭탄은 설계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플루토늄탄을 개발한 나라는 성능 검증을 위해 실험을 자주 해야 하는데, 미국 등은 실험하지 않고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우라늄탄이든 플루토늄탄이든 핵 임계 질량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하게 하려면, 많은 중성자를 공급해야 한다. 우라늄탄은 합쳐지는 순간에 중성자를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두 가지(폴로늄과 베릴륨)를 서로 떨어뜨려놓았다가 폭발 순간에 합쳐지도록 만들어 사용한다.

    플루토늄탄에도 유사한 동위원소를 사용하지만 더 짧은 순간에 중성자 발생이 가능하도록 좀더 정밀한 전기장치로 가속하여 소규모 핵반응을 일으켜 다량의 중성자를 얻는 장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전기장치는 일종의 소형 가속기로 삼중수소(수소의 일종 수소탄 설명 참조)를 먹인 티타늄 표적에 10만볼트 이상으로 가속한 중수소(수소의 일종) 이온을 때려 핵융합 반응과 함께 다량의 중성자를 쏟아낸다.

    수소탄 내부엔 원자탄이

    원자탄은 순간적으로 핵 임계를 이룬 물질이 내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하지만 원자탄에 10kg의 우라늄을 집어넣었다고 그것이 모두 핵폭발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에는 우라늄이 60kg 들어 있었지만 1~2%만이 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플루토늄탄은 14% 정도 터졌다고 한다. 그 후 핵폭탄 개발에서는 폭발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폭발 효율이 높으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조금 쓰고도 강한 폭발력을 내므로 폭탄을 소형화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포신형 우라늄 폭탄.

    원자탄이나 수소탄 개발 초기에 핵폭탄은 전략적 목적만 고려해 만들었다. 전쟁시 적의 심장부를 날려버릴 수단으로, 미국은 소련의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소련은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을 겨누는 식이었다. 그러나 소형화되면서 국지적이고 전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내폭형 플루토늄 폭탄.

    핵융합을 이용하는 수소탄은 핵분열만을 이용하는 원자탄에 비해 엄청나게 큰 폭발력을 발휘한다. 핵융합 반응이 핵분열에 비해 더욱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에너지 방출률이 높다는 것 이외에도 핵융합 연료로 사용되는 원소가 가볍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매우 높은 폭발력을 내면서 운반이 용이한 핵무기 설계가 가능해진다. 핵융합이 일어나면 많은 중성자가 생겨나므로 주변에 핵분열 물질을 두면 원자탄 효과를 추가하는 다단계 효과도 볼 수 있다.

    핵융합 폭탄이 수소탄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소와 화학적 성질은 같으나 무게가 약간씩 차이 나는 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 하나가 더 많음)와 삼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 두 개가 더 많음) 등 두 개의 가벼운 원소가 결합해, 좀더 안정된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고 잉여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수소 동위원소 간의 융합 반응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극히 높은 온도와 밀도는 핵분열 폭발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순수한 수소탄은 있을 수 없고 수소탄 내부의 원자탄이 먼저 터지면서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해 수소 동위원소끼리 융합을 일으키도록 한다. 그리고 핵융합으로부터 나오는 중성자를, 다시 한번 폭탄을 둘러 싼 핵분열 물질 폭발에 이용해, 강한 폭발력을 얻는다.

    변종 폭탄인 코발트탄과 중성자탄

    수소탄 설계의 가장 간단한 개념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물을 내폭형 플루토늄 공 안에 넣어두는 것이다. 플루토늄을 둘러싼 고폭탄이 플루토늄의 폭발을 일으키고 이 폭발이 핵융합 연료를 충분한 압력으로 누르면,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많은 수의 고에너지 중성자가 주변의 핵분열 물질(터지는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로 방출된다.

    이러한 중성자가 핵분열 물질을 더 빨리 분열시키고, 많은 양이 폭발에 가담하게 해준다. 이런 방법을 핵융합 부스팅이라고 하며 수소탄 내부 핵분열 물질의 폭발 효율성을 높인다. 장치의 크기나 무게를 증대시킬 필요가 없다.

    실제로 수소탄에서 핵융합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 양은 핵분열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핵융합은 대개 추가 중성자를 공급함으로써 핵분열 효율성을 높이는 구실만 한다.

    수소탄의 원리를 이용하면서도 폭발력보다는 낙진에 의한 효과를 노리는 폭탄도 있다. 수소탄의 핵융합시 나오는 중성자를 코발트에 쬐어 방사성 코발트 60으로 만들어 낙진으로 뿌리면, 이 낙진으로 오염된 지역은 당분간 사람이 출입할 수 없게 된다. 코발트탄은 지역을 장악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으로 개발한 폭탄이다.

    코발트는 상당 기간 한 지역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킨다. 만일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그 지역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다른 방사성 물질을 만들어 뿌려야 한다. 금을 사용하면 며칠만 오염이 지속되고, 그 외 다른 것을 사용하면 몇 달 동안만 오염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러한 폭탄을 설계하거나 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규모 실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폭발하지 않는다

    중성자탄은 수소탄의 기본 설계로 핵융합을 일으킬 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중성자를 다른 핵분열 물질에 흡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바깥으로 내뿜도록 한 것이다.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두꺼운 시멘트나 철을 통과해 시설 내부에 있는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다. 또한 각종 전자 장비의 반도체를 마비시켜 통신과 각종 통제 시스템을 차단한다.

    원자탄과 수소탄은 순식간에 핵분열이나 핵융합을 일으켜 인명을 살상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일반인의 두려움은 원자력을 이용한 최초 시도가 폭탄이었다는 데 기인한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는 폭발하는가? 정답은 ‘절대로 폭발할 수 없다’이다.

    원자로 안에는 중성자를 잡아먹으면서 핵분열을 통제하는 장치가 있다. 운전시에는 이 장치를 집어넣는 깊이 차이로 출력을 조절한다. 장치가 갑자기 빠져버리면 어떻게 되나? 그래도 폭발하지는 않는다. 물론 원자로의 출력이 갑자기 높아지지만, 다른 안전장치가 가동돼 원자로가 정지된다.

    이때 원자로가 정지하지 못하면 폭발로 이어지는가? 아니다. 폭발하려면 100만분의 1초 내에 핵 연쇄반응이 80회 정도 일어나야 하는데, 통제 장치가 빨리 빠진다고 해도 100만분의 1초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맞추었다 하더라도 원자로의 우라늄(핵연료)은 얼기설기 위치해 있어 폭발에 필요한 만큼의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사고는 무엇인가? 언론은 원자로가 폭발했다고 보도했지만 원자로 건물 내부의 가스가 폭발해 원자로가 깨지고 방사능이 누출된 것이지, 원자로가 원자탄처럼 폭발한 것은 아니다. 만일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했다면 우크라이나 땅의 상당 부분이 없어졌을 것이다.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안전에 신경을 쓰는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지 못하면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가 높아지면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그것이 원자로 바닥에 모이면 원자로를 뚫고 밑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것이 원자력발전소의 가장 큰 사고 시나리오이다.

    원자력 발전, 원자폭탄, 수소폭탄
    황주호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미국 조지아공대 대학원 졸업(공학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 산업자원부 방사성폐기물부지선정위원회 위원 역임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핵연료의 일부가 녹았다. 그 후 원자력발전소 설계는 핵연료가 녹을 확률을 낮추는 쪽으로 바뀌었다. 녹더라도 방사능이 원자로 건물 안에 갇혀 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라도 원자력발전을 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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