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과기처 의학조사단이 무뇌아를 유산한 산모의 남편이 작업했던 영광원전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대 조사 결과 무뇌아 유산은 방사선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원자핵 내부의 양자와 중성자의 부조화는 이런 안정 상태를 깨뜨릴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내부의 에너지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돌아가려 하는 순간,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알파 입자·베타 입자·엑스선 및 감마선 같은 방사선이 나온다. 이런 방사선들은 대상물질의 이온 결합을 끊을 수 있어 이온화 방사선이라고 한다.
자연 상태에서 모든 물질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불안정 상태의 원소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안정 상태를 지향하므로, 시간이 갈수록 불안정 상태보다는 안정 상태의 비율이 높아진다. 탄소를 이용해서 연대측정을 하는 것도 불안정 상태와 안정 상태의 탄소 비율을 측정해 시간의 흐름을 추정할 수 있는 데 착안했다.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음식을 통해 누구나 일정량의 불안정 탄소를 섭취하고, 음용수 등을 통해 일정량의 불안정 나트륨을 섭취하는데, 그로 인해 우리 몸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여기에 공기 중에 소량으로 존재하는 라돈과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 등이 더해져 우리나라에서 살면 연간 2.4mSv(밀리시버트)의 자연 방사선을 쐬게 된다. 이는 우리가 방사선과 더불어 살아왔음을 의미하는데, 혹자는 자연방사선에 때문에 인류가 진화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
요즘도 필자는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건강진단시 방사선 촬영을 한 여성들로부터 자주 문의를 받는다. 기형아 출산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으로, “임신중절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꽤 진행되어 있다. 방사선 조사량(照射量)이 50mGy(밀리그레이) 이하라면 어떤 경우에도 기형 사례가 보고된 바도 없고 예상되지도 않는다.
진단 목적의 흉부 방사선 촬영시 쐬는 방사선은 많아야 0.1 mGy 정도이므로 방사선에 의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기형은 일반적으로 출생아 100명당 3명 정도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므로, 염려가 된다면-특히 35세 이상의 임산부라면-기형아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가 모범답안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방사선 하면 암과 기형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다. 이러한 선입관이 원자력과 방사선의 평화적 이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방사선에 대한 우려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맞은 피해자와 방사선 치료를 받은 고선량 방사선 노출자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된 경향이 강하다. 고선량의 방사선이 암을 유발하고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한다.
문제는 저선량 방사선에 관한 부분이다.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에서부터 “모든 면에서 문제다”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방사선과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특히 암과 기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아울러 올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주년인 만큼 체르노빌 사고가 건강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