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압경수로인 울진원전 1·2·3·4·5·6호기.
원자로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연료’, 핵분열을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해주는 ‘감속재(減速材)’, 핵분열로 생겨난 열을 증기발생기로

중수로로 건설된 월성원전 1·2·3·4호기.
전세계 원자력발전소의 80% 이상이 경수로(輕水爐)로 설계되어 있다. 경수로는 우리가 마시는 물, 즉 경수(輕水·H2O)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한다. 경수로는 잠수함용 원자로에서 발전해왔다. 원자로가 일반적인 보일러와 구분되는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산소 없이 우라늄 연료를 태운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제격인데, 미 해군은 이 점에 착안해 1946년부터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다.
가압경수로
이렇게 개발되기 시작한 원자로가 발전(發電)을 위한 육상용으로 전용돼 대형화하면서 지금의 경수로가 탄생했다. 현재 가동되는 경수로의 전기출력은 100만~140만kW에 달한다. 경수로에는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PWR)와 비등경수로(Boiling Water Reactor·BWR) 두 가지가 있다.
가압경수로(PWR)는 잠수함을 비롯한 함정 동력용으로 개발된 원자로를 발전(發電)용으로 바꿔 대형화한 것이다. 미국·프랑스·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주종을 이루는데, 특징은 25cm 두께의 금속용기로 된 원자로 안에 냉각재인 물(경수)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밀폐된 원자로 안에 있는 냉각재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연료의 열을 받아 끓기 시작하면 팽창해 그 압력이 높아진다. 이 압력은 원자로에 압박을 가할 수 있으므로 냉각재를 끓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원자로 안에 있는 냉각재에 100~160㎏/㎠(100~160기압)의 높은 압력을 가한다.
물은 1기압 상태에서는 100℃에서 펄펄 끓지만 1기압 이하의 높은 곳에서는 100℃가 되지 않아도 끓는다. 이 같은 물의 성질을 이용해 높은 압력을 가하면 수백℃(320℃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도 끓지 않는다. 온도가 매우 높은 데도 압력 때문에 끓지 않는 물은 펄펄 끓는 물에 비해 온도를 전달하는 능력이 크다.
가압경수로의 또 다른 특징은 2~5%로 저농축한 우라늄-235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원자폭탄은 90% 이상 고농축한 우라늄-235를 사용하나 가압경수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므로 핵 확산을 방지하는 데 유리하다.
원자로 안에서 열을 받아 뜨거워진 냉각재는 증기발생기에서 갖고 있던 열을 2차 냉각수에 전달한다. 증기발생기 안에는 원자로에서 나온 냉각재가 흐르는 관이 있어, 이 냉각재로부터 열을 받아 증기를 발생시킬 2차 냉각수와 철저히 구분된 상태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