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등경수로 원자로.
비등수로는 증기발생기가 따로 없어 원자로가 증기발생기 구실을 겸한다. 냉각재가 바로 증기가 되는 것이다. 증기발생기가 없는 만큼 비등수로의 구조는 경수로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그러나 원자로가 증기발생기 기능까지 겸해야 해 비등수로의 구조는 경수로보다 크고 복잡하게 설계된다.
경수로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제어봉이 원자로 위에서 들어오게 설계돼 있다. 반대로 비등수로는 원자로 상부가 터빈과 직접 연결돼 있어 제어봉을 하부에서 삽입하도록 되어 있다.
비등수로의 냉각재 온도는 285℃이고 압력은 경수로의 절반인 70~75㎏/㎠이다. 이 때문에 운전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으나 원자로 상부에서 만들어진 증기가 직접 터빈을 때리므로 터빈계통으로 방사능이 유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터빈/발전기 건물 안에 복잡한 차폐체와 안전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비등수로가 없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103기(基)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34기와 일본에서 가동 중인 54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31기가 비등수로이다. 독일·스웨덴·대만에서도 가동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나 운영 측면에서 경수로보다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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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중수로
다음으로 캐나다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인도·파키스탄에서 가동되고 있는 가압중수로(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PHWR)가 있다. 가압중수로는 천연 우라늄과 중수를 사용하고 가동 중에 연료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원자로는 중수(重水·D2O)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한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대부분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구성된 경수(H2O)이고, 나머지 130~150ppm은 수소의 동위원소(중성자 수만 다른 원소)인 ‘중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구성된 중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수는 경수보다 질량이 약 1.1배 클 뿐, 대부분의 화학적 특성은 경수와 같다. 그러나 경수가 중성자를 흡수하는 데 반해 중수는 중성자를 흡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수로에는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가압중수로는 우라늄-235가 0.7% 정도 들어 있는 천연 우라늄을 그대로 사용한다.
가압중수로는 ‘중수로(重水爐)’로 약칭하는데, 캐나다에서 개발했다고 하여 ‘캔두(CANDU·Canada+중수소 Deuterium +천연 우라늄 Uranium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시 월성에 있는 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압중수로를 쓴다.
캐나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처럼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개발할 기회가 없었다. 대신 제2차 세계대전 후 자국 영토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우라늄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중수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가압중수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원자로에는 380개의 튜브용기가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튜브용기가 원자로인데 이 안에 핵연료 다발 12개를 길이로 집어 넣는다. 따라서 과거 각 가정에서 연탄을 갈아 넣는 것처럼, 발전소가 가동하고 있을 때 우라늄 연료 다발의 일부를 교체할 수 있다.
원자로 계통은 냉각재(중수)가 약 110기압 정도로 가압돼 있으므로 중수는 온도가 올라가도 끓지 않는다. 중수(냉각재)는 300℃ 정도로 가열돼 증기발생기로 흘러가는데, 가압중수로의 증기발생기도 경수로의 증기발생기처럼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튜브 사이를 지나면서 튜브 밖에 있는 2차 냉각수에 열을 전달하고 원자로로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