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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공작 막전막후

2006년 여름 ‘비선(秘線)’접촉 추진… 통일장관 이종석·국정원장 김승규가 제지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남북정상회담 공작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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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양측 정보기관이 주축이 되는 공식-비공개 채널이다. 국가정보원 3차장 휘하 대북전략국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 파트너다. 접촉사실은 물론 그 구성원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이른바 ‘비선(秘線)’ 라인이다. 양측 최고지도자 핵심 측근들이 회담의 조건이나 형식을 사전에 조율하는 식이다. 2000년 6·15 정상회담은 박지원-송호경으로 대표되는 비선라인의 사전협의를 국정원과 통전부가 이어받는 식으로 준비됐다.

이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인정받는 채널은 국정원-통전부 채널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공개협상 테이블은 사실상 중단상태에 놓였고, 비선 라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최소한 지난해 말까지는 ‘힘이 실린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정원-통전부 라인의 중심에는 알려진 바와 같이 서훈 국정원 3차장이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시기 국정원의 대북 채널이던 이른바 ‘KSS라인(김보현 당시 국정원 3차장, 서영교 대북전략국장, 서훈 대북전략조정단장)’의 일원이었던 서훈 차장은, 대북송금 특검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2004년 초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으로 일하며 청와대의 신임을 얻었다. 그 해 연말 대북전략국장으로 친정에 복귀한 그는, 이후 2005년 6월 정동영 장관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과 9월 장관급회담에 동행해 막후조율 역할을 맡으며 대북 라인의 성공적인 부활을 이끌었다(‘신동아’ 2005년 11월호 ‘국정원 대북라인 재가동됐다’ 참조).

2004년 연말부터 재가동된 대북 라인, 특히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부의 업무 보고체계는 대통령-통일부 장관-국정원 대북전략국으로 확정됐다. 통일부에선 정동영-이종석-이재정 장관에 이르기까지 이 보고체계가 유지돼왔다. 국정원뿐 아니라 정부 전체를 통틀어 정상회담 문제를 청와대에 보고할 수 있는 공식 자격을 가진 것은 서훈 국장뿐이었다. 대북전략국이 사안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통일부 장관에게 보고하면, 통일부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이다.



이는 사실상 안보 문제를 총괄했던 정동영 장관의 당시 위상이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대북업무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아니라 통일부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원칙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다만 ‘중요한 진전사항’이 생기면 서훈 국장 역시 청와대 보고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속상관인 국정원장과 3차장 역시 통일부 장관 보고와 거의 동시에 대북전략국의 관련보고를 받았다. 고영구 원장에 비해 김승규 원장은 이 문제에 덜 적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최준택 당시 3차장의 경우는 직원들에게 정상회담 성사를 업무목표의 하나로 언급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전략국의 카운터파트인 북한의 노동당 통전부는 남북대화·교류와 공작을 함께 담당하는 핵심기관이다. 국정원과 통전부가 주요 회담 준비에 관여하거나 은밀하게 사전조율을 하는 것은 오랜 관행. 장관급회담의 북측 단장을 맡고 있는 권호웅 책임지도원(공식 직함은 내각 책임참사)은 서훈 차장과 오랫동안 접촉선으로 일해왔다. 서 차장은 2005년 6월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에 림동옥 당시 통전부 제1부부장과 함께 배석한 바 있다.

거듭된 접촉, 돌연한 무산

지난해 11월 외교안보부처 인사개편에 따라 서훈 국장은 3차장으로 승진했다. 1954년생인 서 차장은, 57세에 그 자리에 앉은 김보현 전 차장이나 58세에 임명된 최준택 전 차장에 비해 빠르게 승진한 셈이다. 함께 일해온 국정원 대북 라인의 주요 멤버들도 그대로 연쇄 승진했다는 후문. 대표적인 경우가 서 차장의 뒤를 이어 대북전략국장에 임명된 C국장이다. 2002년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이뤄진 공로자 포상에서 서 차장은 홍조근정훈장을, C국장은 근정포장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정원 소속의 포상자 11명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도 같은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차장의 승진을 ‘정상회담 준비용’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평가다. 오히려 그간 탁월한 업무성과를 보여온 서훈 차장의 공을 노무현 정부가 끝나기 전에 치하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로 보는 게 옳다는 것. 최근 물러난 한 안보부처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서 차장이 국장이라고 해서 통전부와의 교섭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 어차피 남북협상에서 중요한 건 신뢰이지 직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분이 공개되는 차장이 됨으로써 통전부측 인사들과 직접 접촉하는 데는 불편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당장 베이징에만 가도 알아보는 눈이 많을 것 아닌가. 언론 등을 통해 서 차장의 신분이 국내외에 속속들이 알려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북 라인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정상회담용이라는 건 절반만 맞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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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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