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격돌인터뷰

‘보수 軍心’ 아이콘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의존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싸워서 이기냐 지냐를 따져야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보수 軍心’ 아이콘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2/11
의도적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그의 재킷 색깔은 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체크 무늬의 회녹색이었다. 그 안에 푸른색 와이셔츠에 녹색 니트를 받쳐입었다. 자색과 청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는 완고하고도 단단해 보였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차림이었다.

‘전형적인 군인’ 소리를 듣는 남 장군은 현역 시절 윗사람 눈치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소신파로 정평이 났다. 그가 유난히 강조하는 ‘군인정신’은 육참총장 재임시 그를 정권과 불편한 사이로 만들었다. 그는 현 정부의 주요 개혁정책 중 하나인 군 사법개혁에 공공연히 반대했다. 국방 문민화 등 국방개혁에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군검찰이 장성진급비리 수사를 진행하며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하자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배수진으로 맞서기도 했다.

중도 사퇴하거나 경질될지 모른다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2년 임기를 채우고 2005년 4월 전역했다. 현재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에서 군사학 강의를 맡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엔 전쟁사를 강의했는데, 올해 1학기엔 군사전략을 가르칠 예정이다. 수강생은 대부분 군 장교라고 한다.

▼ 군복을 벗으니 어떤가요. 세월이 더 빨리 가는 것 같습니까.

“우스갯소리로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나는 뭐 과로사할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바쁜 것 같습니다. 현역에 있을 때도 별다른 취미가 없다보니 부대 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독서하고, 시간 나면 좀 걷는 게 다였어요. 지금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 별 차이를 모르겠어요. 다만 군 업무를 안 하고 강의 준비를 한다는 것말고는.”



▼ 가끔은 좀 허전하실 것도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 살아간다는 것이 항상 똑같을 수는 없잖아요. 후배들한테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직업군인의 끝은 군복을 입고 죽든가, 군복을 벗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군복을 입고 죽는 것은 전사(戰死)를 하든가 사고사나 병사(病死)를 당하는 경우다. 그중 전사가 가장 명예롭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으냐. 그렇다면 죽는 것보다는 영예롭게 군복을 벗는 게 낫지 않으냐고. 내 경우 군복을 벗고 나왔어도 전쟁사나 군사전략에 대해 계속 공부하기 때문인지 허전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어요.”

그는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독서목록이 그답다. 손자병법, 육도삼략(六韜三略), 삼국사기, 삼국유사, 열국지, 춘추좌전(春秋左傳)…. 하나같이 병서나 역사서다. 예전에 깊이 있게 읽지 못한 책들인데, 시간을 갖고 천천히 다시 읽으면서 깊은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자동으로 증원되지만…”

▼ 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요.

“반대다 아니다를 떠나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환수라는 표현은 그것을 미군이 가졌다는 전제에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조 기자도 알다시피 SCM(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국방장관 회의)과 MCM(한미군사위원회·합참의장 회의)이 있지 않습니까. 양국 대통령 지시를 받는 SCM과 MCM은 만장일치제입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은 SCM과 MCM에서 합의된 전략지침에 따라 (연합군을) 지휘하지 임의로 미국의 지시를 받아 작전통제권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시작전권의) 공동행사지 단독행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전시작전권 환수라는 용어는 부적절하죠.”

▼ 그렇지만 연합사령관을 미군이 맡고 있으니 실제로는 전작권을 미군이 행사한다고 보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따지자면 (한국군 대장이 맡는) 연합사 부사령관이 (전시에) 한미연합군의 지상구성군사령관을 맡으니 미군 56만명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해군과 공군은 미측이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고. 어느 일방이 아니라 양측이 함께 지휘하는 겁니다.”

그는 “중요한 건 단독작전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싸워서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라며 전작권 환수의 논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라는 표현이 나오자 곧바로 제기된 문제가 과연 한국군에 단독작전 능력이 있냐 없냐였어요. 그런데 이는 적절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하는 것이니 싸워서 이기냐 지냐가 중요하지, 혼자 싸울 수 있냐 없냐는 중요한 게 아니죠. (한국측의) 전시작전권 단독행사는 한미연합사 해체를 의미합니다. 지금은 한미연합작전계획에 따라 유사시 한반도에 들어오는 미군이 증원됩니다. 그런데 한미연합사 해체는 전시증원전력 문제를 대단히 불확실하게 만들어버립니다.

2/11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보수 軍心’ 아이콘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