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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시인의 작가 열전

소설가 신경숙

“깊은 슬픔의 강 지나야 그 물결 위에 기쁨이 새겨져요”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소설가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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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이렇다.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이 일본에서 나왔을 때,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 나라의 기자가 물었다. 일본에 오셨는데 여기에서 뭘 하고 싶으냐고. 그는 지금 당장은 그렇고 나중에 일본 작가와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이런 사연으로 일본 문학의 독보적인 작가인 쓰시마 유코씨와 편지를 주고받는 연재를 하게 됐다. 편지는 양국의 작가가 문학, 여성, 삶과 같은 주제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편지글엔 서로 다른 처지의 여자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체취가 묻어 있을 것이다.

쓰시마 유코씨는 일본 문단에서 우리로 치면 박완서 선생 정도 되는 분이다. 그와 신경숙이 주고받는 편지글은 지난해 3월부터 한국의 ‘현대문학’과 일본의 ‘쓰바루’지에 동시 연재되고 있다. 지난해는 이 편지글과 ‘푸른 눈물’을 쓰면서 지냈다. 올해 상반기에 두 권의 책이 단행본으로 출판될 것이다. 정확한 출간 시기는 모르지만 어쩌면 독자는 신경숙의 책을 한꺼번에 두 권이나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일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일절 딴일을 못하는 성격이라 그는 아주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이제 책이 출간되면 바빠질 그를 미리 만나는 자리라서인지 신이 났다. 눈은 계속 내린다.

조선 궁녀와 프랑스대사의 사랑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재소설 얘기를 한다. 벌써 167회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원고지 200매 정도만 쓰면 연재가 끝날 것이다. ‘벌써’라고 그가 말문을 열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아득했는데, 벌써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어요. 시간은 참으로 모든 것을 품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소설이라는 것이 온전히 작가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요. 처음에는 작가가 인물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쓰는 것 같은데, 쓰면 쓸수록 작가가 주인공의 인생에 더 이상 개입할 수 없는 지점이 있어요. 소설 속의 인물에 생명이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리진이 사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것을 그저 쓰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는 작가가 아니라 기자가 되어 있는 것일까. 리진은 이미 소설 속 공간에서 걸어나왔다. 리진은 필자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연재소설을 읽는 동안 그런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미 많은 독자의 마음속에 ‘푸른 눈물’의 리진이 살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출간돼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런데 억지로 되는 건 없어요. 소설은, 아니 모든 작품에는 그것만의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쓸 당시의 상황에도 영향을 받고, 출간되고 나서의 여러 가지 사회적 기류랄까 뭐 그런 영향도 있고요. 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는 독자가 원하는 것을 써야 한다고들 하는데, 전 독자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혹시나 안다고 해도 거기에 맞추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제가 진실로 쓰고 싶은 것을, 쓰는 동안 정성을 다하는 거예요.”

그는 ‘푸른 눈물’을 연재하는 동안 자신이 복 받은 사람임을 느꼈다고 했다. 재미도 있었고, 담당기자도 작가를 자유롭게 해줬다. 그리고 화가 김동성의 아름다운 삽화도 고마웠다고 한다. 이제 마무리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됐을까.

2003년 무렵, 평소 알고 지내는 출판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짧은 번역 원고를 보여줬다. 조선의 궁녀 리진과 콜랭의 이야기였다. 조선 근대 개화기의 한 여성이 프랑스대사와 사랑하는 독특한 소재였다.

“처음 리진의 이야기를 읽고 들었을 때, 왠지 작가로서 그녀를 쓰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치밀었어요. 조선시대, 개화기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춤추는 여인의 매혹적인 모습이 너울거리면서 눈앞에 어른거렸죠. 그 시대에 살았던 한 여성을 황홀하게 복원하고 싶었어요.”

황홀하게 복원하고 싶다. 리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미 그녀는 신경숙의 마음속에 살기 시작했다. 각종 자료를 찾고 콜랭이 살았던 프랑스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현지취재를 했다. 그러는 동안 이 여인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러나 기록이 너무 빈약했다. 달랑 단행본 한 쪽 정도의 기록이 다였다. 그것도 연인이던 콜랭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니다. 리진의 이야기는 콜랭의 후임자인 2대 프랑스대사 프랑랭의 기록밖에는 없다.

사진 빼낸 흔적

콜랭은 그녀에 대해 한 줄의 글도,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았다. 콜랭의 고향인 투앗에 자신의 유품을 기증한 박물관에서도 그녀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자료를 찾으려고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는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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