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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달라이 라마 보좌하는 청전스님

“나는 전생에 신라, 중국, 인도의 고승… 존자님 모시는 건 운명”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20년째 달라이 라마 보좌하는 청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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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달라이 라마 보좌하는 청전스님

티베트 최고 경전 ‘람림’을 번역하기도 한 청전 스님은 불교의 법을 지키는 게 자신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 요즘 한국은 아파트 값 폭등으로 난리입니다. 따지고 보면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은데요.

“한국은 뭐든 돈으로 결정되는 사회니까요. 돈은 부처님이 계시던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경전에 보면 어떻게 돈을 벌고 써야 하는지 나와 있어요. 부처님께서는 ‘욕망을 성취하는 그대는 불행하다’고 하셨어요. 욕망을 성취한 뒤에는 더 큰 욕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부처님은 소욕지족(少慾知足), 적은 것에 만족하라고 하셨어요.

유엔에서 5년에 한 번씩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하는데 2000년엔 GNP가 가장 낮은 방글라데시가 1위였고 2006년엔 인도가 1등이었어요. 한국은 어떤가요? 아파트 값이 2억원 올랐다고 해서 더 행복해졌나요? 행복하기는커녕 더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요? 나만 부자가 되자, 나만 성공하자, 이러면 안 돼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 이기심이 만연한 것은 종교가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의 종교는 신도수가 얼마다, 사찰(혹은 교회) 크기가 얼마다 하는 숫자놀음에 빠져 있어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신도가 많은 곳도 없어요. 이들이 일요일이면 모두 종교 활동을 하는데도 사회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요. 저는 그 원인이 한국의 수행자들이 너무 풍요롭게 사는 데 있다고 봅니다. 종교는 가난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성직자들은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어요. 민중보다 더 많이 가진 성직자가 어떻게 민중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일부 종교에서는 헌금을 많이 하는 게 구원받는 길이라고 합니다. 달마도나 만다라를 집에 걸어놓으면 재물이 들어온다고 현혹합니다. 종교를 상품화한 거죠. 종교의 임무는 자비의 실천, 사랑의 실천입니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은 절대 당신 앞에 재물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어요. 늘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 굶주리고 소외받는 사람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풀면 그게 곧 당신에게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셨어요.”

“고기가 아주 맛있던데요”

▼ 한국 스님들과 인도 스님들의 수행에 차이점이 있나요?

“한국은 뭐든 빨리빨리 끝내려고 해요. 불자의 수행도 마찬가지예요. 공부도 빨리 끝내고, 득도(得道)도 빨리 하려 해요. 수행은 끝이 없는 건데 말이죠. 또 우리 스님들은 대개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요. 그래서 주위 분들이 종종 ‘맛있는 거 사줄 테니 나가자’고 하는데, 제가 사양해요. 절밥이 편하지, 외식을 하면 속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늘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걸 벗어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 스님들은 외식을 하면 어디로 갑니까.

“갈 곳이 별로 없죠. 일반 식당의 음식은 마늘 향이 진해요. 또한 언제부턴가 모든 식단에 고기가 빠지지 않아요. 옛날엔 제사나 명절 때나 고기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매일 먹는 것 같더라고요. 전 사람들의 심성이 거칠어진 게 고기를 많이 먹어서라고 생각합니다.”

▼ 스님에겐 육식이 금기사항 아닌가요? 요즘은 그런 계율로부터 자유로운 모양입니다.

“한국 불교는 자비의 실천이 모토입니다. 고기를 먹는 게 죄냐 아니냐를 떠나서 생명을 죽이는 게 고통이잖습니까. 고기를 삼가는 것도 덕이 돼요. 그래서 채식을 하는 거죠. 하지만 현대사회에 살면서 채식만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공해도 심한 데다 워낙 복잡한 사회여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거든요. 건강 때문에 몸이 고기를 필요로 하면 먹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단, 고기 먹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은 수행을 위해 삼가야겠죠.”

▼ 스님께서도 고기를 드세요?

“달라이 라마께서 고기를 먹으라고 강권하셨는데, 처음엔 이유를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았어요. 다람살라는 고산지대여서 채식만으로는 건강을 지키기 힘듭니다. 그곳에 간 지 3년 정도 지나면서 제 몸을 지키는 방편으로 조금씩 먹었습니다. 물론 닭, 돼지, 물고기 같은 거친 음식이 아니라 양고기를 먹습니다. 양고기와 쇠고기를 토육(土肉)이라고 하는데, 누구나 먹어도 큰 탈이 없어요. 흙은 만물의 근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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