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수감사제날, 미리 온 회원들이 텃밭을 갈무리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안철환(45). 그는 도시농업의 개척자이자 전도사라 해도 좋을 듯싶다. 도시농업을 사회운동 차원에서 널리 퍼뜨리고 있는 도시농업운동가다. 경기도 안산에서 ‘바람들이 농장’을 운영하며, 전국귀농운동본부 산하의 도시농업위원으로도 활동한다. 몇 년 사이, 그가 도시농업 관련 책을 낸 것만 해도 여러 권이다.
재미로, 보람으로
철환씨는 붙임성이 참 좋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몇 해 전, 그가 산골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밭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마루에 웬 사람이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자기 소개를 하더니 다짜고짜 나보고 ‘형님’이라고 한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참 별나다 싶었다. 나는 누구에게 형님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 오래도록 몸고생 마음고생을 함께 해 서로 허물이 없어져야 ‘형’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환하게 웃으며 나를 형님이라고 하는데야 싫어할 수가 없다. 그러고는 시골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가 뜬금없이,
“형님, 시골 내려온 뒤 부부 관계는 어때요?”
참 당돌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적인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해 어이가 없었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 부부가 늘 붙어 일하는 구조이기에 귀농한 뒤 부부 관계가 어찌 달라지는지 궁금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런 내밀한 이야기를 하자면 친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그의 스스럼없는 행동은 자주 만나야 친해지는 게 아니라 솔직함으로 다가가면 누구나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 후 그를 일년에 한두 번 만났다. 그런데 그의 일과 삶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사람이 새롭게 달라지는 모습을 본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그는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는 장애인이다. 소아마비 2급 장애인으로 목발을 짚고 다닌다. 놀랍게도 그 몸으로 농사도 400평가량을 손수 짓는다. 그러면서 도시농업운동과 관련하여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그와 만나면 만날수록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도시농업은 아무래도 규모가 클 수 없다. 작게는 5평, 크다고 해야 1000평을 넘기가 어렵다. 대신에 농업과 관련된 모든 일이 가능한 게 도시농업이다.
우리 식구 또한 기업화한 농사보다는 작은 규모로 자급자족 농사를 짓는다. 되도록 무경운 농법(땅을 갈지 않고 짓는 농사법)을 지향한다. 그래서인지 내게 도시농업은 여러모로 친근하다. 도시농업이 발달하면 시골 농사꾼이 도시에 가서도 자기 전문성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반대로 도시농부들은 도시 전문성을 살리면서 시골에 자리잡기가 한결 쉬울 것 같다. 도시농업이 발전하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일상적인 고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