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당선 - 아파트 분양가 계속 묶되 親시장주의 확대
정동영 당선 - 규제·세금 완화 미미, 경기 북부 ‘쾌청’

선의의 무주택자는 ‘노무현 정부’ 내내 오른 아파트 가격에 망연자실했다. 수도권 다주택자는 급격하게 늘어난 세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는 살던 집이 안 팔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집을 팔고 나면 실거래가 과세, 늘어난 양도세 때문에 손에 쥐는 돈이 적어 이사를 못하는 실수요자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올해 대선에선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과 설득의 강도가 표심(票心)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에 관한 한 유권자들은 서로 처지가 다르고 각각의 생각도 다르다. 대선후보들은 이러한 다양한 민심을 고려해 타당하고 실천 가능성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거래 위축, 시장 마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계층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세금을 올리고 금융 대출을 묶자 거래는 위축되고 시장은 마비됐다. 상층부에 부과된 세금이 하층부에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아파트 가격은 2.5배 이상 올랐다.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국가 지도자의 능력은 절대적인 상관관계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17대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도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다음은 정동영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하는 한 유권자의 ‘가상현실’이다.
36세 독신녀인 P씨는 대구 변두리 2층 전셋집에 산다. 전세 1000만원에 방 한 칸, 화장실, 주방이 있다. 직장이 있는 대구 중앙로까지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어 대중교통 여건은 좋은 편이다. P씨는 지난 5년간 서울에서 혹독한 고생을 했다. 전세금 2500만원에 얻은 강북의 지하철역 인근 옥탑 방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중고 기름보일러는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면서 기름을 먹어댔다. 높은 전세가와 물가 때문에 P씨는 도무지 돈을 모을 수 없었다. 몇 백만원 모으면 이내 집세를 올려줘야 했고 아무리 저축을 해도 옥탑 방을 벗어날 수 없었다.
P씨는 고민 끝에 대구로 내려왔다. 월급은 2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주거여건이 좋아진 것에 위안을 받는다. P씨는 이번 대선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유지해 나갈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값 격차,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잡아주는 일에는 정동영 후보가 가장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서민주거복지와 주택가격 안정에 있다. 무주택 영세민을 위한 공공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중형 임대 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의 대표 공약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국공유지를 활용해 수도권에 3.3㎡당 600만원대 아파트(2억원대 미만의 30평형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것.
鄭, 현행 종부세 유지할 듯
정 후보는 주공과 토공을 설립 원칙에 맞게 활용하면 아파트 가격을 3.3㎡당 600만원으로 내릴 수 있고 서민이 10년 정도 저축하면 새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3.3㎡당 600만원은 광교, 송파 등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주요 신도시 아파트 예상 분양가인 3.3㎡당 1200만원의 절반이다. ‘정동영 아파트’가 표를 얻으려면 아파트 분양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설득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전국 600만명 무주택자의 표심을 잡기 어렵다.
정 후보도 토론회에서는 늘어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리게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만 세금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한다. 종부세의 새 이름으로 정한 것이 ‘서민주거복지세’이다. 그는 장소에 따라 노년층의 종부세는 깎아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종부세가 흔들리면 집값이 뛴다고 믿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하고 종부세 자체를 흔들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