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60년대 말에 컴퓨터를 만들 정도로 IT 분야에서 남한을 앞섰다고 한다. 구소련 기술을 이전받아 1세대 디지털 컴퓨터 ‘전진-5500’을 제작했고, 1970년대에는 2세대 컴퓨터 ‘용남산 1호’를 개발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추진한 전자제품 대량생산계획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바세나르 협약(The Wassenaar Arrangemnet)까지 전자산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정체기를 겪었다.
바세나르 협약은 1990년대 중반 대(對)공산권 수출통제기구이던 코콤(COCOM)이 해체된 후 북한, 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 국가’로 지목된 나라에 대해 무기 및 기술 수출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이다. 컴퓨터 등 IT 기술은 미사일, 핵무기 등을 제어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출 통제 물자’로 분류돼 북한 반입이 금지된다. 실제로 2000년대 초 한국정보화교육추진연합 등이 북한에 중고 컴퓨터를 기증하려 했지만, 바세나르 협약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제약에도 북한은 중국과 합작으로 펜티엄급 컴퓨터를 연간 10만대 이상 생산하고 있으며, 음성인식프로그램, 지문인식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개발 실적도 올리고 있다. 조선컴퓨터센터의 사상 체질 분석 프로그램 ‘금빛말’, 한글문서편집 프로그램 ‘창덕 6판’, 은별컴퓨터기술연구소의 바둑 프로그램 ‘은바둑’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다.
북한에도 10여 군데의 PC방이 있다고 한다. PC방 문화는 게임과 인터넷을 즐기는 남한과는 사뭇 다르다. 북한 PC방은 대학생이 코딩 작업을 배우는 등 정부 산하 기관의 부대시설로 운영된다. 북한 당국은 인터넷 사용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라오스와 함께 인터넷 보급과 이용률이 가장 낮은 나라지만, 미 국방성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가장 많이 검색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 IT 교류는 부족하나마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 판도라TV는 조선륙일오편집사와 계약을 맺고 북한 조선중앙TV의 보도물을 북한 TV채널(www.pandora.tv/615)에서 제공하고 있다. 또 남한의 15개 소프트웨어업체가 남북소프트웨어협력센터(가칭)를 설립하기 위한 추진단을 발족했다.
그동안 남한 업체가 북측에 SW 개발을 의뢰하면, 베이징 등 제3국에서 북한기술자를 교육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남북경제교류를 활성화하려면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통신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IT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인터넷이 안 돼 개성공단은 젊은 직원들의 근무 기피 장소 1위”라고 말했다. IT가 남북한 경제협력의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