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에 ‘이윤재의 Total English’를 연재 중인 저자는 각종 서적과 웹사이트를 누비며 사람들이 무작정 암기하는 영어 단어와 숙어, 관용어구의 역사를 수집하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무엇을 공부하든 간에 ‘why?’라고 묻는 것이 가장 훌륭한 학습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정보 이면에 감춰진 본질과 배경, 이유를 파헤치는 그의 영어 칼럼은 돌아서면 잊히는데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쑤셔 넣어야 하는 영어학습법과 거리가 멀다. 한때 미국 정계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의 연설문과 그 이면의 우스꽝스러운 해프닝, 오래전 은막에서 사라졌으나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는 배우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예문으로 제시하며 ‘이해하는 영어 학습법’을 지향한다. 넥서스/351쪽/1만3900원
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 김근배 지음
이 책은,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으나 금세 잊히고 만 ‘황우석 사태’를 되짚는다.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인 저자는 황우석 박사가 대중의 과학적 욕구를 간파해 자신의 과학을 사회적으로 선보인 방식에 주목한다. 특히 국내외에 소개된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논문과 보고서 발표문 200여 편을 직접 살피고, 외국 과학저널에 실린 다른 연구자들의 관련 논문과 기사까지 참조했다. 이 같은 방대한 자료 조사와 분석 과정을 거쳐, 황우석의 과학 연구가 어떤 변화를 겪었고, 그 연구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사학과 정치력이 어떻게 동원되었으며, 급기야 줄기세포와 연구논문 조작에 이르게 된 경위를 추적한다. ‘과학-사회 네트워크’라는 중층적인 시각으로 대한민국 과학의 구조적 특성을 들여다본다. 역사비평사/392쪽/1만7000원
세계 최강 미니기업 동아일보 경제부 지음
“대기업이 인체를 흐르는 주요 혈관이라면 중소기업은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를 보내는 실핏줄과도 같다. 어떤 나라도 제대로 된 중소기업 없이 대기업만으로 경제를 지탱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획돼 2007년 상반기 ‘동아일보’에 연재된 ‘최소로 최고를-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14개국의 20개 기업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20개 국내기업의 성공 비결을 담고 있다. MBT(스위스), 바이살라(핀란드), 북일본정기(일본), HYC(대만), 옵텍(캐나다), 베가치즈(호주) 등 글로벌마인드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외국 기업과 유도실업, 오로라월드, 유닉스전자 등 국내기업들을 소개한다. 동아일보사/436쪽/1만3000원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조선의 베스트셀러 이민희 지음
조선시대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책을 쓰고, 만들고, 보급하고, 소유했던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책을 빌려주고, 빌려 보았던가? ‘책’을 통해 조선사회를 들여다보는 두 권의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먼저 부산대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는 한글을 만들고, 금속활자로 책을 쏟아냈다며 세종대왕을 성군으로 치켜세우는데, 정작 그 활자와 인쇄기술이 조선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정도전, 태종, 세종, 조광조, 이황, 이이, 박지원, 정약용, 홍대용, 홍석주 등 조선의 책벌레들을 통해 그 의문에 답하려 한다. 조선시대에 상당한 양의 책이 생산됐지만 절대 다수가 한문책이고, 주 독자는 사대부였으며, 그 내용 또한 철저히 지배 권력을 정당화하는 것이었다고 꼬집는다. 문인과 지식인들은 중국 서적을 읽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중국 책 수입은, 조선조 서적과 독서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말한다.
아주대 교양학부 이민희 교수가 쓴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세책(貰冊)’에 관한 이야기다. 세책은 조선 후기 소설책을 필사해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아 이윤을 챙기던 일종의 도서 대여점. 당시 사대부는 소설을 천대했지만, 부녀자들은 비녀와 팔찌를 팔아가며 경쟁적으로 빌려 읽을 정도였다고 한다. 푸른역사/380쪽/1만5000원, 프로네시스/184쪽/9000원
1日30分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이진원 옮김
평범한 대학을 나와 신문사 카메라 기자로 일하다 나이 서른에 미국 유학을 떠나 MBA를 취득하고 돌아온 저자는, 현재 일본 내 몇 안 되는 영어 발음 교정 권위자이며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수직상승해 샐러리맨의 롤 모델로 부상한 그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고는 사실 인생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승리할 수 있는 인생을 목표로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공부를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공부할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고, ‘30분 공부, 15분 휴식’원칙으로 공부=고통이라는 고정관념을 먼저 깨라고 조언한다. 이레/204쪽/1만1000원
백낙청 회화록(총 5권) 백낙청회화록간행위원회 엮음
‘동아일보’ 1956년 6월12일자엔 ‘美 대학에서 우리 백낙청군이 영예의 졸업식 연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브라운대를 수석 졸업하며 졸업식에서 대표연설을 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을 때 일이다.
세월은 유수 같아 어느덧 고희를 맞은 백 교수의 ‘회화록’이 출간됐다. 1966년 ‘창작과비평’을 창간한 이래 40여 년 동안 국내외 지식인들과 나눈 대화를 총 3000쪽 분량에 담았다. 1968년 서른 살의 서울대 전임강사이자 문학평론가이던 그가 선우휘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나눈 대담으로 시작해 지난 6월 인터넷통일언론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 이르기까지 모두 88편의 회화가 수록됐다. 백철 김동리 고은 김지하 공지영 등 문학계 인사, 리영희 강만길 정운찬 김호기 등 학술계 인사, 이매뉴얼 월러스틴, 가라타니 고진 같은 외국 지식인까지 총 133명과의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를 망라했다.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가 책에서 표현했듯 백 교수는 “학문 전공으로 말하면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영문학자이고, 문학 활동으로 말하면 평론가이며, 사업으로 말하면 ‘창작과비평’을 창간해서 끌고 온 편집인”이지만, “근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직을 맡고 있으니 통일운동가이기도”하다. 백 교수가 삶의 궤적 마디마디에서 사회를 향해 던진 ‘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주의’ 같은 화두를 되새겨볼 수 있다. 창비/각 524~664쪽/각 2만8000원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작가 박완서가 ‘너무도 쓸쓸한 당신’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 올해 일흔일곱을 맞은 작가는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화자들을 작품에 등장시킨다. 가족보다 친구보다 더 끈덕지게 달라붙는 암, 중풍, 노인성 치매, 관절염, 건망증을 주요 소재로 다루지만, 그것들은 척박했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온 데 따른 화인(火印)일 뿐, 현재 그들의 정신을 잠식하는 바이러스도 아니고, 무력하고 불행한 파국으로 이끄는 패스도 아니다. 중년 여인들을 둘러싼 위선과 갈등 또한 손가락질하기보다 삶을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만드는 필요악으로 해석한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우리네 삶을 억지스럽지 않을 만큼 따뜻하게 그린다. 문학과지성사/302쪽/9500원
김정환의 만남, 변화, 아름다움 김정환 지음
마당발 시인 김정환이 우리 시대 각 분야의 걸출한 인물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특유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필치로 풀어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강좌 ‘금요일의 문학이야기’ 내용을 정리해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것이 주 내용이며, 지난 세기말 ‘신동아’를 비롯한 몇몇 매체에 소개된 대담을 함께 엮었다. 영화배우 정진영, 드라마 작가 김운경, 문화재청장 유홍준, 연기자 고두심, 영화제작자 차승재, 칼럼니스트 고종석, 문학평론가 신수정, 건축가 승효상, 그리고 변호사 강금실, 시인 황지우, 영화감독 이광모, 소설가 김주영·김원우…. 저자는 이들과 소소한 개인사에서부터 문화 전반, 철학, 정치를 아우르며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문학동네/360쪽/1만1000원
KODEF 군용기 연감 양욱 지음, 한국국방안보포럼 감수
세계 군용기 현황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책.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작하는 KF-16 필승 보라매를 시작으로, F-22A, F-35, 유로파이터 같은 최첨단 전투기나 F-15, F-16 같은 베스트셀러 시리즈, MiG-27/29, Su-30/33 같은 비서구권 기종들, 여기에 F-4 팬텀Ⅱ, T-37 트위티 버드 같은 노후기종에 이르기까지, 세계 군용기 200여 종을 다루고 있다. 각 기종의 크기와 중량, 속도, 작전행동반경, 항전장비, 엔진, 무장, 초도비행일은 물론 개발사 및 특징과 운용현황, 파생기종, 세부 제원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부록으로 기종의 비행성능을 좌우하는 엔진 중 대표적인 것을 제작사별(GE, 롤스-로이스, 프랫·휘트니)로 소개하고, 세계 각국의 군용기 보유현황도 담았다. 플래닛미디어/317쪽/1만9800원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송숙희 지음
주인공 채민서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번쩍이는 순간을 계기로 어떤 성취를 이룬 사람을 여럿 만나게 된다. 실패한 신물질 프로젝트에서 우연한 계기로 ‘포스트잇’을 발견한 아트 프라이, 통근열차의 우발적인 사고 덕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조앤 롤링,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절망을 딛고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 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이들은 모두 우연한 사건을 인생 최대의 기회로 바꾸는 특별한 원칙을 이해한 경우다. 저자는 그 원칙을 ‘LION´S 룰’이라 이름 붙였다. 우연을 황홀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자신을 자유롭게(Liverty) 하고,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Insight), 원하는 대로 이뤄내며(Obstetric), 많은 것을 함께하며(Networking), 일단 시작하라(Start)! 살림Biz/190쪽/1만원
생명의 편지 에드워드 윌슨 지음, 권기호 옮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강조한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이번엔 환경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씌어진 책에서 그는 환경 파괴를 막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과학과 종교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소 공장이자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열대 우림의 70%가 이미 파괴되었고, 담수 생태계의 80% 이상이 파괴되어 담수 생물이 무수히 멸종한 것은 물론, 인류가 사용할 담수 자원도 거의 소멸됐을 만큼 지구 환경은 심각한 위기 상태다. 윌슨 교수는 앞으로 50년간 지구 생물 종(種)의 4분의 1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하며, 공룡시대를 끝장낸 중생대 대멸종에 이은 ‘여섯 번째 대란’이라고 표현한다. 사이언스북스/248쪽/1만2000원
우리 고전을 찾아서 임형택 지음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우리 문화유산 중에서도 유독 서책을 발굴해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서책은 그 양과 내용으로 비춰볼 때 다른 어떤 문화유산에 비할 바가 아님에도 외면당해왔기 때문이다. 한길사의 ‘이상의 도서관’ 시리즈 첫 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이항복의 ‘백사집’, 박지원의 ‘열하일기’, 정약용의 ‘목민심서’, 황현의 ‘매천야록’ 등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고전에서부터 권헌의 ‘진명집’, 심대윤의 ‘심대윤전집’, 이복휴의 ‘한남집’ 등 낯선 고전들을 소개한다. 고려 말의 ‘목은집’부터 이태준의 ‘해방 전후’에 이르기까지 총 40종을 소개하는데, 시대적·사상적 배경까지 충실히 다루기에 ‘고전을 통해 보는 역사’라 할 만하다. 한길사/752쪽/2만6000원
길 위의 미술관 제미란 지음
퐁피두 미술관 옆 스트라빈스키 분수 등 밝고 아름다운 공공미술을 창조해온 니키 드 생팔, 94세에도 청년 같은 투지로 거대한 거미를 만드는 루이즈 부르조아, 인상파 화가의 모델이었다가 화가가 된 쉬잔 발라동, 프랑스 누벨바그의 어머니로 불리는 설치미술가 아네스 바르다…. 이 책엔 13인의 세계적인 현대 여성 미술가가 등장한다. 그중엔 뇌종양으로 요절한 조각가 에바 헤세, 자살한 멘티에나, 프리다 칼로 등 이미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지만, 저자는 그들이 남긴 작품을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소통했다. 저자는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여성미술에 관해 공부했다. 이프/296쪽/1만8000원
뿌리깊은나무의 생각, 샘이깊은물의 생각, 배움나무의 생각 한창기 지음, 윤구병 외 엮음
1997년 2월, 예순하나의 나이에 ‘좀 일찍’ 세상을 뜬 한창기.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나 고시 공부엔 관심이 없어 영어성경책과 비행기표를 팔다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국내에 소개했고, 1976년 잡지 ‘뿌리깊은나무’를 창간하면서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도입,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뿌리깊은나무’가 강제 폐간되자 ‘한국의 발견’ ‘샘이깊은물’을 창간했다.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은 ‘바쁨’보다는 ‘여유’에 ‘순간의 사유’보다는 ‘성찰’에 목마른 현대인에게 하나의 쉼표였다.
‘~생각’ 시리즈 3권은 한창기의 글을 모은 것이다. ‘뿌리깊은나무의 생각’은 ‘언어’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 위주로, ‘샘이깊은물의 생각’은 전통과 민속, 문화에 대해 고민한 글을 위주로 담았다. ‘배움나무의 생각’은 문화 시평이라 할 만한 글들을 엮었다.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의 편집자였던 윤구병 김형윤 설호정씨가 편집했다.
멀게는 40여 년, 가깝게는 10여 년 전 글이지만 구문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려는 사람은 ‘인간적’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인간적’의 뜻을 바꾸어버린 사람들은 대개 책임감의 무거움과 깨끗한 마음의 중요함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적어도 알긴 알되 수행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휴머니스트/각 352쪽, 328쪽, 416쪽/각 1만6000원
세계 불가사의 여행 이종호 지음
1812년 8월 스위스 육군 대령의 아들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는 여행차 동요르단 지방을 통과하고 있었다. 험한 협곡을 지나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장밋빛 사암을 뚫고 8km에 걸쳐 건설된 주거지와 무덤, 극장, 신전, 목욕탕, 그리고 장터…. 꿈결인 듯한 이 도시를 영국의 한 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절반만큼 오래된 장밋빛처럼 붉은 도시”라고 묘사했다. 이 책은 이렇듯 불가사의한 불멸의 인류문화유산에 대한 기록이다. 2007년 전세계 1억명이 투표로 선정한 신 7대 불가사의와 후보에 오른 13곳, 그리고 필론의 세계 7대 불가사의의 비밀을 조심스레 파헤친다. 바빌론의 공중정원,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신전 등의 빼어난 풍광을 큼직한 사진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카라반/492쪽/2만5000원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강주성 지음
보통 어떤 물건의 사용 설명서는 그것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쪽에서 만든다. 그런데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건의료정책을 전공한 전문가도 아닌 이가 ‘병원 사용 설명서’를 썼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동생으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았으나 그 뒤로도 심심찮게 병원 신세를 진 저자는, “전문가가 아닌 환자였기에 오히려 ‘환자의 처지’에서 ‘환자의 눈’으로 보고 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엔 ‘병원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환자를 속이는 병원들의 실태와 올바른 의료 이용을 위한 지침’이란 부제가 달렸다. 그러잖아도 병원을 이용할 때마다 불필요한 검사를 받고, 부풀려진 진료비를 지급했다는 피해의식에 젖는데, 이 책은 “거의 대부분의 병원이 불법 청구를 하고 있다”고 단호히 말한다. 특히 5000억원의 선택진료비 시장에서 절반가량은 불법 청구된 금액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심사를 청구해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조차 비급여로로 속여 환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비급여항목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이런 부당한 사정을 모르지 않으나 ‘아픈 게 죄’라 병원에 가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한때 ‘죄인’, 그것도 ‘중죄인’이었던 저자는 건강을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을, 평소 관리를 잘못한 탓으로 간주하거나, 혹시라도 잘못되면 ‘죽을 만하니까 죽었겠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프레시안북/272쪽/1만2000원
이기는 심리의 기술 트릭 안세영 지음
서강대 국제대학원 안세영 교수는 통상산업부와 청와대 수석실, 유엔 산업개발기구 워싱턴 투자진흥관 등에서 근무하며 대통령, 장관, 국내외 기업인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무수히 많은 협상을 했다. ‘협상의 달인’이라 할 만한 저자가 책 제목을 ‘트릭’으로 정하기까진 적잖은 고민이 따랐다. ‘비열한 술책’이라는 의미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엔 ‘멋지게 해치우는 재치’란 뜻도 나온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까운 ‘클린 트릭’을 소개한다. 이론과 달리 설득만으로 상대를 움직이긴 어려워 때론 적당한 위협이나 으름장이 필요하고, 멍청하게 보여 상대가 방심하게 할 필요도 있는 게 실제 협상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더해 역사에 남은 성공적인 클린 트릭도 소개한다. 한국경제신문/319쪽/1만2000원
로비스트 이영미 지음
한국인 대다수가 ‘로비스트’ 하면 린다김을 떠올리지 않을까. MBC 라디오 다큐멘터리 드라마 ‘격동 50년’의 작가가 린다김을 모티프로 장편소설을 썼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무기와 로비스트’를 위해 린다김을 인터뷰한 작가는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설을 쓰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린다김은 빼어난 미모로 한 국가의 권력 중추를 농락했던 요부보다 꿈꾸는 소녀 이미지에 가까웠기 때문. 정치 다큐멘터리를 집필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 작가에게 누구보다 권력에 의해 소모된 사람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 소설은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이들을 위한 진혼곡인지 모른다. 북하우스/351쪽/9800원
부자들의 자녀교육 방현철 지음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록 펠러, 잭 웰치, 리카싱, 조앤 롤링 등 세계적인 부호가 그들의 부모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소개한 책. 자녀교육 지침서인 동시에 부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증명된 이들 부자의 교육법에 새로운 건 없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절약 습관을 생활화하고, 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고, 사회적 의무를 다하도록 배웠고, 자녀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독서를 한다. 시중에 수많은 재테크 서적이 나와 있지만 여전히 부자가 소수인 것은 그 책들이 재테크 기술을 가르쳐주긴 하나 기본이자 핵심을 간과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는 그 기본기를 이미 알고 있으나 다만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이콘/350쪽/1만2800원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이상돈 지음
‘비판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가 최근 3년간 여러 신문에 기고한 글과 세미나에서 발표한 글을 엮었다. 진보 좌파 세력이 전교조, 민주노총, 방송, 거대 시민단체에 확고한 거점을 확보해 보수주의가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진보좌파의 위선과 허구를 파헤친 책들이 유독 한국시장에선 실패했다며 문화전쟁의 최전선에서도 보수가 패배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립학교법 개정, 공공노조의 정치화 등 현 정권이 추진한 정책과 함께 대운하와 열차 페리 등 대선주자의 공약도 비판했다.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지향해야 할 원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대중을 현혹하는 균등주의적 유토피아를 배척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경덕출판사/559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