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할 때 편도체와 전두대상피질이 활성화되지만(위) 부정적인 미래일 때는 그렇지 못하다(아래).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삶을 낙관적으로 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라고 하면 ‘나의 남은 삶의 기간=80-현재나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더 오래 살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을 하거나 심지어는 자신도 언젠가는 죽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잊은 채 이 계획 저 계획을 세우며 의욕적으로 생활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진화심리학자들은 긍정적인 기대감이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생존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최근 뇌에서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부위가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엘리자베스 펠프스 교수팀은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할 때 편도체와 전두대상피질의 활성이 커진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11월1일자에 밝혔다. 편도체는 감정적인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부분이고 전두대상피질은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 영역이다.
연구자들은 자원자 15명을 대상으로 미래의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을 상상할 때 나타나는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즉 ‘상을 받게 된다’ ‘연인과 헤어질 예정이다’ 따위의 상황을 설정했다.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상황을 생각했을 때 편도체와 전두대상피질에서 산소 소모량이 많았다. 이곳의 신경회로가 활발히 작동한다는 뜻이다. 우울한 상황일 때는 두 부분 모두 활동이 떨어졌다. 반면 과거를 회상하는 상황에서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모두 활동적이었다. 뇌가 인간을 낙관주의자로 유도하는 셈이다.
한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테스트를 한 뒤 fMRI 데이터와 비교해본 결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판정된 사람일수록 편도체와 전두대상피질의 활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적당한 긍정적 환상은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겠지만, 극단적인 낙관주의는 위험을 간과하고 계획성이 떨어져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울증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연구자들은 “우울증 환자는 수동적이고 미래의 사건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들은 편도체와 전두대상피질에 관여하는 신경회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