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現 대선 테마는 2005년 엔터테인먼트 테마와 유사
- ‘레일이면 다 같은 레일’, 아전인수 격 수혜주 넘쳐
- 주가지수 2000 시대 소외된 개미들, 대선 테마주 몰려
- 아남전자, ‘이회창 테마주’ 소문에 오히려 저평가
- 대북 수혜주는 현대차, 한전, 포스코, 남광토건…
- 대운하 수혜는 대형 건설사에?
연일 급변하는 대선구도로 인해 각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증권시장에서 이른바 ‘대선 테마’에 투자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주식과 관련된 후보가 당선되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증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5년마다 반복되는 국가적 ‘빅 이벤트’가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증권 분석가들은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각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증시 전망과 업종별 호재 및 악재를 분석한다.
외국계 맥쿼리증권은 지난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주택시장 규제 완화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이례적인 리포트를 발표하며 건설업종에 대한 ‘비중확대’를 권했다. 실제로 증권시장의 건설업종 지수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튿날 강세를 보였다.
이런 경우처럼 과거엔 대선 때마다 각 후보의 집권 후 정책 예상에 따라, 혹은 대선 이벤트 자체로 ‘대선 수혜주’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그러나 올 대선을 앞두고 최근 1년간 증시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관련 종목들은 대선 수혜주라는 용어 대신 ‘대선 테마주’라고 불린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장 실적 등 수치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2년 이상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실제 모멘텀이 존재하는 주제를 통상적으로 ‘테마’라 부른다. 그만큼 대선 관련 종목군이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테마주는 일단 테마가 형성되고 나면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이에 편승해 급등하는 종목이 다수 등장하는 특성이 있다.
‘대선 테마’의 등장
과거의 단골 대선 수혜주는 제지와 광고주였다. 각 캠프가 미디어와 인쇄물을 통한 홍보전을 벌이면서 제지업체와 광고업체에 특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년 배당 시즌을 앞두고 9~10월에 ‘배당주 테마’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두고는 항상 이들 업체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는 전통적인 대선 수혜주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선 수혜주라며 증권사들이 추천한 종목 중 LG애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하거나 상승률이 크지 않아 “이제는 대선 특수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선거홍보 비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고, 선거전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특수(特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처음으로 ‘대북지원 수혜주’가 떠올라 ‘대선 테마’의 원조가 됐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단골 대북지원 품목인 사료와 비료 업체 주식이 수혜주로 분류됐지만 근거가 빈약했던 만큼 선거 이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2002년 대선은 북핵 문제 등 다른 이슈로 인해 선거 자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전통적인 수혜주도 수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선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한 데다 각 후보의 공약에 따른 수혜주가 불분명해 대선 수혜주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관련 테마주로 거론되는 기업들 중에 실제 혜택을 보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국내 증시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취약점인 코스닥 시장의 과거를 돌아보면 대선 테마의 등장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코스닥은 NHN, 다음, 태웅, 하나투어, 메가스터디 등 실적성장이 뒷받침된 성장주를 여럿 배출했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 작전주의 명멸도 끊이지 않아 ‘도박판’으로까지 불리는 양면성을 지녔다.
특히 2000년에 증권 전문가들까지 동참해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했다 일시에 거품이 꺼지면서 큰 충격을 던진 IT 버블은 아이러니하게도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급락 이후보다 급등 과정을 더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실적이 전무한 IT기업 주가가 100배 이상 급등하는 과정을 지켜본 개인투자자와 작전세력들은 테마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후 코스닥에서는 바이오, 자원개발,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테마가 바통을 넘겨받아 급등락을 반복했다.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매매행태도 테마의 기승을 부추겼다.
이런 상황에서 올 대선 테마는 2005년 유행한 엔터테인먼트 테마와 흡사한 양상으로 등장했다.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 효과’를 근거로 형성됐다는 점, 실적이나 구체적인 수혜 근거보다는 일반인에게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가설과 이미지, 부풀려진 기대감이 작용한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때 중요한 것은 얼마의 금액을 어떤 조건(신주발행가, 보호예수 등)으로 조달하느냐이지만 연예인이나 정치인, 재벌가 인사가 참여할 경우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엔터테인먼트주가 연예인 전속계약, 출처나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연예기사에 주가가 급등락했던 것처럼 대선 테마도 정치 기사와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며 개미들을 현혹한다.
대선 테마 불붙인 EG
올 증시에서 대선 테마주는 최고 10배 이상 주가가 급등했고 정치구도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생물’처럼 움직였다. 박근혜 후보 관련주를 시작으로 이명박 후보의 핵심공약인 ‘대운하 수혜주’가 등장했고, 이에 맞서 범여권 정동영 후보의 공약인 ‘대륙철도 수혜주’가 맞불을 놓았다.
최근에는 ‘장외’에 있던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대선에 뛰어들면서 ‘이회창 관련주’가 급조되며 급등세를 보였다. 이 전 총재가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인 10월19일부터 이회창 관련주는 상한가 행진을 시작해 놀라운 예측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 테마는 ‘대운하 수혜주’와 ‘대륙철도 수혜주’ 등 후보의 공약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친인척이나 측근과 연관된 종목도 여전히 많다.
대선 테마에서 랠리를 선도한 것은 박근혜 후보 관련주다.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인 EG, 박근혜 후보의 사촌 박설자씨 남편인 김희용 회장의 동양물산이 ‘박근혜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EG는 산화철 및 페라이트 코어용 복합재료 전문생산업체로 박지만씨는 이 회사 지분의 46%를 소유한 대주주다. 상반기 매출액 105억원, 영업이익 5억원, 순이익 38억7400만원을 기록해 작년에 비해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순이익은 늘었다. EG는 펀더멘털(fundamental)에 큰 변화가 없고, 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 당시 제시한 공약과도 별 연관성이 없지만 대주주가 친동생이라는 점이 수혜 기대감을 자극했다. 지난해 10월 박 전 대표가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보름 만에 주가가 2배로 급등했다. 앞서 5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을 때에도 주가가 급등해 박근혜 수혜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등장한 것이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근거를 둔 대운하 수혜주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면서 이 후보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관련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부산했고,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지분 6.15%를 보유한 아트라스BX가 관련주로 부각됐다.
삼호개발은 연초 이 후보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대표적인 대운하 수혜주다. 수중공사 면허를 보유한 업체로 대운하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근거로 작용했다. 주당 1000원대이던 주가는 3월초 8000원까지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 및 회사 관계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이후 터널 등 지하구조물 시공 전문인 토목공사업체 특수건설도 수혜주 대열에 합류했다.
지지율 따라 춤추는 주가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한 대북 관련 알짜 기업들은 다음 정부에서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개성공단.
EG의 주가가 횡보하던 1월 아트라스BX는 15일 만에 89% 상승했고 삼호개발은 연초 1530원이던 주가가 닷새 만에 2배로 급등했다. 이를 지켜본 다른 건설사들도 저마다 수혜 근거를 내세우며 따라붙기 시작해 한 무리의 대운하 수혜주 군(群)이 형성됐다.
3월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대형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 랠리를 시작하면서 대선 테마는 일시 소강상태를 맞았다. 실적과 안정성이 뛰어난 우량주들이 몇 배로 급등하는 상승장에서 테마가 힘을 잃었고 3월말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월10일 이 전 시장의 경선출마 선언을 계기로 대선 테마주는 동반급등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대선’이라 불릴 만큼 한나라당 경선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두 후보 관련주는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7월 이후 이 전 시장측으로 승기가 기울면서 박근혜 수혜주는 탄력을 잃었다.
게다가 8월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을 발표하면서 대선 테마의 중심축도 범여권 후보군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 이슈의 정중앙으로 복귀하고 손 전 지사가 대선출마를 선언하자 손학규 수혜주로 꼽히는 세지는 10일 만에 주가가 3배로 급등했다. 세지와 IC코퍼레이션은 손 전 지사 지지세력인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가 최대주주인 회사들이다. 역시 김동녕 회장이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로 한세실업이 수혜주 군에 합류했다.
때마침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가 가시화하면서 ‘남북경협 수혜주’도 급부상했다. 로만손, 신원, 좋은사람들 등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은 물론 경협을 위한 인프라 건설 수요를 근거로 ‘대북 송전(送電)주’도 부각됐다.
이해찬 전 총리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 3·1절 골프 파문으로 이 전 총리와의 관계가 부각됐던 유원기 회장의 영남제분이 이해찬 수혜주로 등장했고, 정 후보의 대륙철도 공약도 힘을 받으며 수혜주 군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도박, ‘제3 후보’ 수혜주 찾아라
범여권 후보군 부각으로 8월까지 연초 대비 10배 이상 급등했던 삼호개발 등 이명박 수혜주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무렵 대운하 수혜주 리스트엔 이화공영, 홈센타, 동신건설, 삼목정공 등이 추가됐고, 대주주인 구천서 전 국회의원이 이 후보의 대학동문이라는 이유로 신천개발도 이에 가담했다.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은 이명박 후보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주가 상승폭은 그에 못지않았다. 범여권 후보 확정시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대선이 양자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대선 테마주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이들 수혜주군을 저평가 우량주로 내다봤다.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돌아가며 이명박 수혜주는 대세 상승기를 맞았다. 두 달 뒤인 10월15일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대륙철도 수혜주가 대운하 수혜주와 맞대결을 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이때는 개인투자자들도 뜨겁게 달궈진 대선 테마에 올라타기 바빴다.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을 했지만 포스코 등 대형주만 주가가 올랐을 뿐이었다. 따라서 지수상승에서 소외된 개미들이 ‘대박’을 바라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확정된 시점부터 대선 테마는 내리막을 탔다. 정 후보가 이 전 시장과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분위기가 열기를 가라앉혔고 단기간에 최고 10배 이상 급등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양광, 와이브로 등 새로운 테마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관심도 분산됐다.
‘꺼진 불’인 줄 알았던 대선 테마는 11월이 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던 이회창 출마설이 고개를 들면서부터다. 갑자기 이회창 수혜주로 등장한 단암전자통신은 이 전 총재가 공식 활동에 나서면서 무소속 출마설이 첫 제기된 지난달 19일부터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거듭했다. 이후 공식적으로 대선출마 선언을 한 7일 직전까지 거래일 기준 13일 동안 주가가 356% 급등했다. 아남전자, 사조산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이 전 총재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 후 관련주들은 ‘재료 노출’로 인해 탄력을 잃으며 약세로 돌아섰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대운하 수혜주로 불씨가 옮아가며 다시 두 후보의 증시 대리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명박, 이회창 두 후보의 ‘러브콜’을 받은 박근혜 전 대표가 12일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라며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자 단암전자통신과 아남전자는 하한가를 기록한 반면, 대운하 수혜주인 특수건설과 이화공영은 각각 13.33%, 8.1% 급등하며 명암이 엇갈린 것이 그 예다.
주가를 움직이는 정보가 곧 ‘돈’인 증권가에서 이수성, 문국현 등 범여권에서 깜짝 부각될 가능성이 있는 ‘제3의 후보’와 관련 수혜주를 찾기 위한 수소문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국현 후보가 정치구도를 흔들고 대선에 베팅한 사람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가장 섹시한 소재로 떠올라, 문국현 수혜주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불확실한 수혜 근거
‘테마주’들은 이슈가 부각되면 무섭게 급등하지만 화제의 영향력이 소진되면 오른 만큼 급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테마주는 상승세가 꺾이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는 단기투자자들만 북적인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며 오를 때보다 더 빨리 빠진다.
단순히 테마에 편승한 종목이라면 거품이 모두 제거되면서 급락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실적과 수혜주로 지목된 근거를 면밀히 살펴야 투자손실을 줄일 수 있다. 만약 펀더멘털이 뒷받침된 기업이라면 테마가 희석되더라도 적정한 주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이회창 수혜주를 살펴보면 수혜 근거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암전자통신은 최대주주가 이 전 총재 장남 정연씨의 장인인 이봉서 전 상공부장관 조카로 알려졌다. 최대주주가 이 전 총재와 한 다리 건너 사돈관계라는 것은 수혜 근거로서 적절치 못하다. 대통령 당선 후 실제 혜택을 입더라도 훗날 ‘게이트’로 비화될 일이다.
아남전자는 최대주주 아남인스트루먼트의 김주채 회장이 이 전 총재 후원회의 핵심인물이라는 소문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회사측이 적극 부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사조산업 역시 주진우 회장이 1996년부터 두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이 전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으로 최근 주가 급등 조짐을 보이자 “대선 캠프에 합류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 관련주를 비교해 보면 이회창 수혜주의 근거가 가장 부실하다. 후보가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수혜를 기대하기엔 측근이라는 소재가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
단암전자통신은 고주파 증폭기 제조업체로 상반기 매출액 364억원에 영업손실 21억원, 순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과 2005년 순손실이 각각 140억원, 92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돼 부채가 자본의 두 배를 넘는 등 재무구조가 부실하다. 이동통신용 증폭기(RF)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어 이 전 총재의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무리다.
반면 아남전자와 사조산업은 펀더멘털은 견조한데도 오히려 대선 테마에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락해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오디오 전문업체 아남전자는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구조조정에 성공해 올해 급속도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 499억원, 영업이익 10억원, 순이익 3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은 법정관리 이후 사상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35억원에 불과하지만 서안산IC와 인접한 4만9600m2(1만5000평) 규모의 안산공장부지 평가액만 520억원으로 추정돼 자산가치도 높다. 현 주가는 이달 초 대선 테마로 인해 급등하기 직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신규사업 등 상승 모멘텀을 고려하면 저가매수를 노릴 만하다.
대운하·대북사업 진짜 수혜주
대운하 수혜주의 대장 노릇을 했던 삼호개발의 시가총액은 1390억원가량이다.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억원으로 작년보다 19% 증가했다. 실적은 양호하지만 최근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창업투자업에 진출하는 등 기존 사업의 성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운하 공약 시행시 수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국 규모의 공사이다 보니 중소 건설사로 하도급 물량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수혜주의 근거가 된 수중공사 면허는 웬만한 규모를 갖춘 건설업체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어 특별할 게 없다.
반면 특수건설은 1971년 철도와 도로지하 횡단 구조물, 대구경 교량, 고난도 지하기간 시설시공 전문업체다. 대운하 건설시 뒤따를 교량공사와 운하 아래로 전력·통신망이 설치될 경우 수주를 기대할 만하다. 오히려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지만 철도건설 노하우도 보유해 지난 9월 경의선 용산-문산간 복선전철 공사도 수주했다. 굳이 따지자면 대륙철도 수혜주 테마로도 편승이 가능한 종목이다. 최근 3개월간 255억원의 신규 수주물량도 확보해 업황도 양호한 편이다. 상반기 순이익은 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에 따른 혜택은 중소 건설사보다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로 큰 몫이 돌아갈 전망이다. 대구 경북지역 건설사들도 지역 특수 기대감이 제기됐지만, 이명박 후보가 추진 중인 토목·건설 관련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개발, 남해안 선벨트 등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
이 후보의 공약이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GDP 상승과 관광업 성장, 물류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고려할 때, 과거 사장으로 재직한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업체와 국내 관광 및 관광단지·테마파크 개발능력을 보유한 롯데관광개발, C·그룹 등 내륙수상 업체들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 후보가 집권하면 부동산 및 건설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최근 아파트 분양실적과 국내 수주 모멘텀이 약화돼 주가 하락으로 고전해왔던 건설업체들의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륙철도 공약 수혜주로는 현대차, 한국전력, 포스코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의선 복원과 더불어 개성공단과 북한을 가로질러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륙철도 구상은 성사될 경우 물류의 중심축이 바뀌는 사건이다. 현재 관련 수혜주로 분류된 폴켐, 미주레일, 세명전기 등은 수혜 가능성이 낮다. 사업영역이 무관하거나 연관성이 있더라도 경쟁력이 낮고 유행에 따라 업종을 바꾸는 코스닥 기업의 속성을 감안하면 신뢰성이 높지 않다.
국내 철도건설 및 유지관리 사업은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개발 등 자회사들이 맡고 있다. 민간기업 중에는 로템을 자회사로 둔 현대차의 수혜가 가장 유력하다. 로템은 철도차량(객차 및 화차)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철도시장 점유율이 수주액 기준 90%를 넘는다. 따라서 대륙철도 개통으로 북한과 중국으로 가는 철도 교통량이 증가하게 되면 로템의 수주 모멘텀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철도차량 제조용 철판을 생산하는 BNG스틸, 포스코, 동국제강에도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현재 대륙철도 테마에 편승한 종목들 중 미주레일은 수혜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미주레일이 생산하는 경량 레일은 탄광 등에 사용되며 일반 철로에는 중량 레일이 사용돼 철도사업과 무관하다. ‘레일은 다 같은 레일 아니냐’는 아전인수 격 수혜주인 셈이다.
폴켐은 침목 등 철도 방진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신규 철로개설을 통한 수혜를 예상할 수 있으며 철도제어 시스템업체 경봉기술이 우회상장하는 코마스인 역시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수혜 가능성이 있다.
북한 철도의 전철화 비율이 80%에 달하고 현지 전력상황이 열악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전력과 LS전선 등 발전소 건설 및 배전망 개설 관련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세명전기는 전철 가설 및 전력 송배전 가설용 금구류 제조업체로 대륙철도 전철화를 근거로 수혜주로 떠올랐다.
누가 되든 건설업종 수혜 기대
이명박, 정동영 두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건설업종이 전반적으로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두 후보 모두 남북경협 지속 의사를 밝힌 만큼 관련 기업들의 수혜를 예상할 수 있다. 남광토건은 북한 개성공단 내 철골공장을 건설해 현지 사업에 대비한 만큼 수혜 가능성도 크다.
반면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면 대북 강경무드로 인해 경협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대륙철도 수혜주나 남북경협 수혜주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측근이나 친인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차기 대통령의 정책 성향을 파악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도움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규제방침을 잇따라 밝혀왔고 그 영향이 아파트 분양 침체로 이어지며 건설업종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예가 있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되면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타격이 컸던 건설업종의 회복 기대감이 가장 클 것이란 전망을 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