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에 출두하는 신정아씨.
▼ 2005년 이전엔 해외 단기 연수를 계획한 적이 없었나요.
“처음 기획한 겁니다, 정아 때문에.”
학원이나 여행사 등에서 실시하는 해외 단기 연수는 학기말 고사가 끝난 직후인 7월과 12월 중순 또는 방학 중에 떠나는 게 정석이다. 학기 중에는 수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김씨는 “신정아의 졸업식에 날짜를 맞추다 보니 학기 중인 5월에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정아 오빠는 먼저 출국
▼ 예일대 졸업식에는 참석했습니까.
“원래 신 원장과 함께 출국하려고 계획했어요. 출국 예정일이 (2005년) 5월 초였지요. 그런데 학생들 중간고사가 5월 중순이어서 어쩔 수 없이 출국을 미뤘어요. 신 원장은 예정대로 5월초에 출국했고. 정아의 졸업식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계획된 미국행을 취소할 수 없어 여섯 명의 아이와 함께 5월26일부터 3주간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김씨를 비롯한 안동의 일부 학부모는 “이쪽 애(학생)들 사정으로 신정아가 밝힌 예일대 졸업식 날짜보다 조금 늦게 미국으로 출발했기에 망정이지 졸업식에 딱 맞춰 애들이 꽃다발 들고 예일대를 찾았더라면 어쩔 뻔했냐”면서 혀를 내둘렀다.
▼ 신기영씨는 언제 출국했습니까.
“신 원장은 예정대로 저희 일행보다 3주 전, 그러니까 5월 초에 출발해 일주일 동안 미국에 머물다 왔다고 했어요.”
2005년 초부터 지금까지 신기영씨한테 자신의 자녀가 배우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신기영씨가) 동생의 예일대 졸업식에 참석한다며 일주일 동안 휴강한 적이 있다”면서 “미국에 갔다 온 후 학생들에게 볼펜을 선물로 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정아 사건이 터진 이후 학부모들 사이에 (신기영씨가) 정말 동생 졸업식에 갔다 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꼭 밝혀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씨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정아가 예일대에서 졸업한 적도, 박사학위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신 원장이 줄곧 ‘동생 졸업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 신기영씨가 직접 동생 졸업식에 참석했다고 하던가요.
“물론이죠. 신 원장이 딸(현재 초4)을 데리고 미국에 가 동생 졸업식을 보고 왔다고 하더라니까요. 그동안 신 원장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는데….”
김씨가 말꼬리를 흐리더니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커피 몇 모금을 마시더니 그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연 그가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아의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이 보도된 후 신 원장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습니다. ‘정아 졸업식에 참석한 거 맞냐’고요. ‘맞다’고 합디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김석원 회장(쌍용양회 명예회장) 부부와 그 딸도 졸업식에 참석했다고 하던데요. 정말, 지금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니까요. 그나저나 김석원 회장 부부가 당시 예일대에 간 게 사실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신 원장이 동생 졸업식장에서 김 회장 부부를 만났다고 여러 번 말했거든요.”
“너희도 열심히 해서 정아 선배처럼…”
김석원 회장 부부의 (가짜) 예일대 졸업식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성곡미술관측에 문의하자 “김 회장 딸과 (신정아가) 친하게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가짜) 졸업식에 참석했는지는 모르겠다. 미술관 직원 중에는 김 회장의 사적인 부분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쌍용양회측도 똑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신정아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 구본민 차장검사는 “김석원 회장 부부가 2005년 5월 미국에 간 적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