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호

서울 한복판에 여고생 접대부 룸살롱村

“2차요? 아침에 학교 가야 되니 교복 챙겨 올게요”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7-12-10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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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지구대 코앞에서 6, 7개 업소 영업
    • “무조건 스무 살이라고 해라” 교육받아
    • ‘알몸으로 술 마시고, 2차는 선택’
    • “우리 가게엔 열다섯 살, 중3도 있어요”
    • “학교는 왜 다녀요, 선생님이 제일 싫은데”
    • 피임기구도 없이 룸 안에서 ‘2차’도…
    서울 한복판에 여고생 접대부 룸살롱村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 업소와 종업원 수는 시행 당시 각각 1679개, 5567명에서 지난 5월 현재 992개, 2523명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법 시행 초기엔 성매매가 불법임을 아는 국민이 30.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0% 이상이 이를 인지하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법 시행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풍선효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음성적인 성매매가 더욱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실제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물론 여성가족부는 이를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풍선효과’의 하나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종종 미성년자의 성매매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전에도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엔 미성년자를 유흥업소에 취업시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구속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월23일 강원경찰청은 미성년자를 종업원으로 두고 나체쇼와 윤락을 강요한 일당을 구속했다. 비슷한 사건이 지난 6월 전북, 1월 서울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지금까지 경찰에 단속된 청소년들의 성매매 사례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특정 업소에서 이뤄졌다. 집창촌처럼 한 지역에 밀집한 업소들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미성년 청소년들이 접대부로 나오는 유흥가가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현재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도 있는데, 성매매도 한다고 했다.

    현재 법적으로 만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나이트클럽 등 청소년 유해업소 출입과 취업이 금지되어 있다. 당연히 술을 파는 노래주점, 단란주점, 룸살롱 등 유흥업소 취업도 불가능하다. 성매매는 말할 것도 없다. 제보자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확인하기로 했다.



    “우리도 다 어려”

    밤 12시. 제보자들을 따라간 곳은 서울 중랑구의 한 준주거지역. 4차선 도로 양쪽으로 차들이 드문드문 주차되어 있을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이따금씩 술기운 오른 남자들이 두서넛씩 늦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걸어갈 뿐, 지나는 차들도 뜸했다. 여느 서울 변두리의 늦은 밤풍경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길 초입엔 중랑경찰서 소속 ○○지구대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거리를 살펴보니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접대부가 나올 만한 술집이란 느낌을 주는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소줏집과 호프집이 한두 곳 있을 뿐이었다. 귀가가 늦은 남편을 기다리는지 10여m씩 거리를 두고 중년 여성 몇이 사위를 살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 무슨 성매매 업소가…’ 하며 돌아서려는데, 지구대 건너편에서 서 있던 중년 여성이 “여기예요” 하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까 전화한 손님들 아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면서 슬쩍 “어린애들 있냐”고 물으니 “예쁜 애들 많다”며 말을 받았다. “예쁜 것보다 어린 게 좋다”고 농을 건네자 “우리 애들은 모두 열다섯 같은 스무살”이라며 팔을 잡아끈다. “우린 어린애들과 마시고 싶다”고 떠보았지만 “우리도 다 어려. 일단 들어오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할 뿐 미성년자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을 뿌리치고, 제보자가 미성년자를 봤다는 업소로 향했다. 기존 집창촌처럼 업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았다. 찻길을 중심으로 가게들이 드문드문 퍼져 있다. 또한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간판은 물론 어떤 표시도 없기 때문이다. 철물점, 세탁소 등 여느 가게들 사이에 쪽문이 보이는데, 그게 업소 입구다. 건물 지하 입구를 철문으로 막아놓고 그 안에서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보통 문이 2, 3개씩 있어 방음과 보안도 완벽하다.

    좀전에 길에 서 있던 중년 여성들이 이른바 ‘삐끼’인데, 이들은 좀처럼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미 예약한 손님을 맞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에게 다가와 “어느 가게를 찾아왔느냐”고 물을 뿐이다.

    알몸으로 술시중

    서울 한복판에 여고생 접대부 룸살롱村

    미성년자의 성매매는 자아 상실과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와 영혼을 파괴한다.

    제보자가 알려준 업소로 들어갔다. 옆 가게 창고 출입구인 줄 알았던 쪽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룸살롱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룸은 2개. 여종업원도 8명뿐이라고 한다. 영업 시작은 옆 가게들이 문을 닫는 밤 10시경부터.

    “이 동네는 다들 1인당 15만원씩 받아요. 그러면 1인당 맥주 반 짝(작은 병 12개)과 아가씨가 나와요. 물론 현금만 받고요.”

    자리에 앉자 여종업원 6명이 들어왔다. 모두 란제리 차림이었다. 어려 보이긴 했지만 어두운 조명과 짙은 화장 때문에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취재를 오기 전에 산부인과 전문의 박혜성(마리산부인과) 원장에게 외모로 미성년자를 구별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사람마다 ‘젖살’이 빠지는 시기가 다를뿐더러, 가슴도 고등학생이 되면 거의 다 성숙하기 때문에 구분이 안 된다는 것. 어릴 수록 유두가 선분홍빛을 띤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임신·출산을 한 여성과 아닌 여성은 구별할 수는 있지만 17~18세와 19~20세를 외모로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말투, 행동, 취향 등으로 미성년 여부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6명 중에서 가장 어려 보이는 3명을 추려 ‘초이스’를 했다. 세 사람은 자기소개를 한 후 ‘신고식’을 했다. 음악에 맞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며 속옷을 벗었다. 이들은 그 상태로 파트너 옆에 앉아 있다가 자리를 파할 때쯤 알몸으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췄다. 몸을 이용해 술을 따르기도 했다. 한 종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 수입이 얼마나 되나.

    “테이블 들어갈 때마다 팁을 받아요. 보통은 7만원, 지각하면 6만원씩이에요. 출근은 밤 9시30분까지. 어떤 땐 손님이 왔으니 빨리 나오라고 ‘이모(업소 영업부장)’가 전화를 하면 그때 나오기도 해요.”

    ▼ 손님은 많나?

    “평일에는 많지 않아요. 하루 한 테이블 정도 받는 편이죠. 금요일과 토요일에 많아요. 룸이 없어 손님들이 두 시간 넘게 기다리다 들어올 때도 있어요. 일요일은 쉬어요.”

    ‘퇴근 시간’은 따로 없다. 영업을 마치는 것은 새벽 4시이지만 손님이 있으면 나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는 것.

    “손님들이 하자는 대로 다 해요”

    기회를 봐서 “혹시 민짜(미성년자) 아니냐”고 물었다. 다들 강하게 부인했다. A양은 스물둘, B양은 스물하나, C양은 스무 살이라고 했다. “미성년자가 아니면 팁을 더 주겠다”며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자고 하자 A양이 “알았다”며 잠깐 나갔다 오더니 “깜빡 잊고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둘러댔다.

    “미성년자는 성형수술을 할 수 없어요. 걸리면 의사가 처벌받거든요. 제가 가슴수술했으니까 그게 증거죠.”

    성형수술은 어차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성년자라고 못할 건 없다. 다만 의사의 양심에 따라 미성년자들을 수술하지 않을 뿐이다.

    A양은 “우리 가게에는 민짜가 없지만, 다른 곳엔 확실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2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처음 왔을 땐 열 곳도 훨씬 넘었는데, 이젠 예닐곱 곳만 남았다”고 이 동네 상황을 들려줬다.

    중학교를 중퇴했다는 C양은 이곳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자신이 주장하는 나이가 스무 살(만 19세)이니, 그 말대로라도 미성년자일 때부터 이곳에서 일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이 미성년자가 아니라고 보기엔 이야기의 앞뒤가 안 맞는 대목이 많았다. B양은 검정고시를 거쳐 K대 법대에 들어갔고 지금은 휴학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대학생활에 대해 물어보자 ‘커리큘럼’ ‘복수전공’의 뜻도 모르는 눈치였다. 제보자가 그에게 “낮엔 왜 전화를 안 받았느냐”고 묻자 “학교 수업이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 여고생 접대부 룸살롱村

    미성년자를 접대부로 고용한 불법 주점들은 간판은 물론 아무런 표시도 없어 모르는 사람은 찾기가 불가능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옆방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살짝 들여다보니 남자고 여자고 모두 속옷을 벗어던진 채 알몸으로 놀고 있었다.

    “손님들이 하자는 대로 다 해요. 그런데 진상(질이 안 좋은 손님)들 중에는 그 자리에서 오럴섹스를 해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나는 죽어도 안 해요. 싫다 했다고 맥주병이 날아오고, 쫓겨난 적도 있어요.”

    C양의 이야기다. 자기는 그런 것 안 하니 요구하지 말라며 선수를 치는 것 같은데, 결국 다른 접대부들은 한다는 이야기다.

    파트너에게 “2차도 가능하냐”고 묻자, 동료들 눈치를 살피면서 “여긴 2차는 없다”고 했다. 제보자는 “이곳에선 처음 온 손님과는 2차를 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영업을 한다는 것. 마침 ‘이모’가 들어왔기에 “진짜 2차가 없냐”고 하자 아는 얼굴이 있어서인지 선선히 “20만원”이라고 했다.

    ‘이모’가 나간 뒤에 이들에게 2차를 가자고 떠봤다. C양이 “오늘은 안 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대답을 안 한다. “병이 있느냐”고 하니까 “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휴대전화 속 여고생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에 따르면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성병 발병률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오히려 늘고 있다. 과거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정기 성병검사가 의무사항이었는데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성병검진제도는 성병 없는 안전한 성 구매를 위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한 주장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성을 사는 남성보다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B양은 “2차를 갔다가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며 파트너에게 “인테리어를 했느냐”고 물었다. 인테리어를 한 사람과는 절대 2차를 안 나간다는 것. ‘인테리어’는 성기를 심하게 확대하거나 이물질을 넣은 것을 뜻하는 은어다.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 체험담을 늘어놓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박혜성 마리산부인과 원장의 말이 떠올랐다.

    “미성년자의 성매매가 문제가 되는 건 단지 육체적으로 덜 성장했기 때문에 몸이 상하기 쉽다, 그런 게 아니에요. 육체적으로는 열일곱 살이나 스무 살이나 별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정신적인 게 문제죠. 미성년자는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왜곡된 섹스는 자칫 인격과 가치관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어요. 강간이나 성매매 등 비정상적으로 성관계가 시작된 아이는 성에 대해 왜곡된 가치관을 갖기 쉽죠. 성의 소중함을 모르면 자신의 소중함도 모르게 돼요. 그래서 막 살게 되는 거죠. 그러다 결국 의지를 잃고 인생을 망쳐요. 영혼이 파괴되는 거죠.”

    뒤늦게 제보자 한 명이 더 합류했다. ‘이모’가 “오늘은 아가씨가 몇 명 안 나온 데다 다른 팀을 받느라 손이 없다. 다른 업소에서 불러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다른 업소에서 ‘원정’ 온 2명이 들어왔다. 둘 다 덩치는 좋았지만 얼굴은 앳돼 보였다.

    그 중 한 명(D양)을 자리에 앉힌 후 나이를 묻자 스무 살이라고 했다. 그런데 D양은 스무 살이라던 C양을 언니라고 불렀다. 등과 손에 문신이 있어 물었더니 “2년 전에 했다”고 답했다. “그럼 몇 학년 때 한 거냐”고 바꿔 묻자 자기도 모르게 “중3 때”라고 했다. 2년 전에 중3이었으면 지금은 고2라는 얘기다. 이 ‘동네’에 출근한 지 2주 됐다는데, ‘쇼’를 하는 동작이나 앉아 있는 자세가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내내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할 뿐 별말이 없었다. 이따금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기도 했다. 분위기를 탐색하며 적응하려 애쓰는 듯했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탐문을 한 끝에 그가 모 실업여고에 재학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긴 머리가 가발이 아니라 붙임머리여서 학생은 아닌가 했는데 야간학교라 두발 단속이 심하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매일 새벽까지 집에 안 들어가는데 부모님이 이런 일 하는 걸 모르냐”고 물으니 “학교가 집에서 멀어 따로 나와 산다”며 “집은 주말에만 가기 때문에 부모님은 모른다”고 했다.

    새벽 4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서기 전 제보자가 B양과 장난을 치다가 그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화면을 보더니 기자에게 건넸다. 교복을 입은 B양의 사진이 있었다. “고등학생 맞네” 하자 “옛날 사진”이라고 한다. 하지만 B양의 휴대전화는 올해 출시된 최신형 프라다폰이었다.

    “걘 고등학생이야”

    며칠 뒤 토요일 밤에 다른 업소를 찾았다. 다른 제보자로부터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이 업소는 2층에 숙소까지 마련해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 여기서 아침 6시까지 술을 마시다 ‘2차 가자’고 했더니 ‘학교 가야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차로 학교까지 바래다줄 테니 가자’고 했죠. 그러자 ‘알았다’며 2층에서 가방을 챙겨 나왔는데, 가방 사이로 교복이 보이지 뭡니까. 얼마나 황당했던지….”

    그가 안내한 곳은 경찰지구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역시 어디에도 술집이라는 표시는 없었다. 제보자가 업소를 살펴보고 나왔다. 그 고등학생은 안 보이고, 대신 그때 같이 놀던 아가씨가 있다고 했다. 들어가서 내부를 살펴보니 룸 3개와 옷을 갈아입는 대기실이 있었다.

    토요일 밤이어서인지 벌써 룸 2개가 차 있었다. 한쪽 룸에선 남자 손님들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흥겹게 열창하고 있었고, 다른 룸에선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로 봐서 쇼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 ‘이모’가 들어왔다. 지난번에 왔을 때 자기네 손님인 줄 알고 접근한 그 중년여성이었다.

    “우리집 아가씨들이 다 나오면 25명인데, 오늘은 별로 없어. 토요일 밤이라 이것들이 다 친구 만난다고 나갔어. 자기들 맘대로야. 출근하고 싶을 때 출근하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 나오는 애도 있고, 서너 번 나오는 애도 있어. 돈 필요하면 나오는 거지 뭐.”

    그는 지금은 두 명밖에 없다며 한 명은 다른 집에서 불러오겠다고 했다. 대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양주 한 병을 서비스로 내놓았다.

    들어온 두 명(E양, F양)에게 2층에 사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25명이 전부 2층에 사는 것은 아니란다. 집에서 다니는 아가씨도 있고, 자취하는 아가씨도 있다고 했다. 나이를 묻자 스무살이란다. 그러자 제보자가 E양에게 핀잔을 줬다.

    “네가 무슨 스무 살이야. 너, 나 기억하지?”

    “응.”

    “그때 내 파트너가 스무 살이라고 했는데, 너한테 언니라고 하던 걸.”

    “아냐, 걘 고등학생이야.”

    그때 ‘이모’가 들어왔다.

    “이모, 지난번 내 파트너 어디 갔어? 새벽에 2차 가자니까 2층에서 교복 가지고 오던 애 말야.”

    “걔네들 다 여기 그만뒀어.”

    “다른 고등학생들 없어? 난 어린 게 좋은데.”

    그러자 “이젠 없어” 한다. 제보자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그치자 “열일곱, 열여덟 애들은 몇 명 있는데, 학생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새벽 5시가 넘게 술자리가 이어지자 ‘이모’가 들어와 합석했다. 제보자가 “너희 다들 학생 아니라고 했지? 아침에 학교 간다고 도망가는 놈들 있으면 죽을 줄 알아”라고 으름장을 놓자 술에 취해 있던 ‘이모’가 갑자기 생각난 듯 “어머, 세탁소에 ○○이랑 ○○이 교복 안 맡겼네. 그것들 또 지랄할 텐데…” 하며 한숨을 쉬었다. 제보자가 “고등학생은 없다면서?” 하자 “걔들은 지난주에 다른 데로 갔고…지금은 다른 애들 얘기야” 하며 말을 돌렸다.

    ‘민짜’는 6만원, 성인은 7만원?

    다른 업소에서 온 G양은 한눈에도 불량스러워 보였다. 제보자가 물었다.

    “너 몇 년생이니?”

    “88년생이요.”

    “오빠가 바로 확인할 거야. 주민번호 대봐. 오빠가 나이트장에서 일해서 아는데, 고삐리(고등학생)들 입장시키면 걸리기 때문에 바로 실명 확인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아. 거기 확인하면 3분이면 나오니까 번호 불러봐.”

    G양은 주섬주섬 주민번호를 부르더니 화장실이 급하다며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뒤따라 나갔더니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내빼려던 참이었다. 왜 거짓말했느냐고 다그치자 거의 울상이 되어서도 “진짜 스무 살”이라고 우겼다.

    그에게 “진짜 스무 살이면 여기 있는 애들도 다 스무 살이니까 말 터라. 얘(E양)한테 한번 ‘야!’라고 해봐” 하자 주춤거린다. 마지못해 ‘야’ 하며 말을 놓았다. 그런데 조금 후 E양이 술기운이 오른 탓인지 G양에게 “너 진짜 스무 살 맞아?” 하고 물었다. G양이 깜짝 놀라 “아니오”라고 했다.

    G양은 열여덟 살(만 17세)이라고 실토했다. 자기가 일하는 업소엔 열다섯 살짜리도 있다고 했다. 만 14세, 중학교 3학년 나이다. 미성년자가 아닌 종업원들도 대부분 미성년자일 때부터 이곳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일하면 첫날부터 무조건 스무살이라고 말하라는 교육을 받아요.”

    얼마나 버냐고 묻자 테이블에 들어올 때마다 받는 팁이 6만원이라고 했다. 전에 갔던 업소와 달리 미성년자는 6만원, 성년은 7만원씩 준다는 것. E양과 F양도 6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들도 미성년자였다.

    한 달에 얼마쯤 버냐고 묻자 F양이 120만~150만원 번다고 했다. 많이 버는 아이들은 한 달에 300만~400만원도 버는데 자기처럼 뚱뚱하거나 얼굴이 달리면 하루에 한 번도 초이스가 안 될 때가 많아 2차를 뛰어도 그 정도밖에 못 번다는 것. “그 돈 벌려고 이런 곳에 나오느냐”고 하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살 빼서 다시 올 거예요”

    “여기 온 지 4개월 됐어요. 전에 작은 회사에 다녔는데, 월급이 100만원이었어요. 세금 떼고 뭐 떼고 하면 얼마 쥐지도 못해요. 근데 쓸 데는 많잖아요. 다음주부터 엄마가 소개해준 회사에 다닐 거예요. 120만원밖에 안 주는 곳이지만 당분간 참고 다니려고요. 그 뒤에 살을 빼서 여기 다시 올 거예요. 살만 빠지면 저도 한 달에 300만~400만원씩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G양은 “2차는 안 나가는데, 보통 150만원쯤 번다”고 했다.

    ▼ 여긴 어떻게 오게 됐지?

    “아는 오빠가 데리고 왔어요.”

    ▼ 팔려온 거야?

    “아니에요. 빚은 없어요. 2차 가자고 강요하는 사람만 없으면 여기 괜찮아요. 나오고 싶을 때 나오고, 늦잠 잘 수 있고, 새벽에 오토바이도 탈 수 있고요(웃음).”

    ▼ 학교는 안 다녀?

    “학교를 왜 다녀요. 전 학교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작년에 퇴학당해서 미용실업학교에 다녔는데, 거기도 다니기 싫어서 그만뒀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올해 ○○고등학교에 넣어줬는데, 한 번도 안 가서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 학교가 왜 싫은데?

    “선생들이 잔소리만 하잖아요. 지각한다고 때리고, 재미도 없고…. 아이, 재미없는 이야기 그만해요.”

    ▼ 이 일은 언제부터 했니.

    “작년부터요. 처음엔 그냥 손님 옆에서 술만 마시면 된다고 해서 왔지, 이렇게 쇼하고 옷 벗고 2차도 가고 하는 덴지 몰랐어요. 그래서 처음엔 제대로 못한다고 이모에게 많이 혼났죠. 나중엔 오기가 생겨 춤도 배우고, 남자들 즐겁게 하는 법도 배웠어요.”

    말하자면 이곳이 미성년 성매매의 데뷔장이 된 셈이다.

    어린 영혼의 파괴

    자리를 파할 무렵 이들에게 2차를 가자고 떠보았다. 그러자 제보자가 뭣하러 2차를 가냐며 “여기서 해도 되고, 지금 옆방들 다 비었으니까 거기서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피임기구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성병에다 예기치 않은 임신 등으로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만 일어나려는데, ‘2차 쇼’를 보고 가라고 한다. 술과 담배, 그리고 삶에 지친 모습으로 음악에 맞춰 습관처럼 옷을 벗는 이들에게서 사춘기 소녀의 해맑은 미소를 찾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영혼의 파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싶었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철없는 이들의 잘못일까. 끊임없이 이곳으로 찾아드는 남자들의 잘못일까, 아이들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려는 업주들의 잘못일까.

    아침 6시, 담배연기 자욱한 업소를 나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는데, 경찰지구대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공권력은 자신의 코앞에서 영혼을 망가뜨리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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